문화 / Culture

[책읽아웃]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G. 유주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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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구조활동을 해왔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겪는 속상함과 안타까움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대체 언제까지, 어디까지 가야 끝이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언제 또 그랬냐는 듯 새로운 희망에 절망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중략) 그렇기에 끊임없이 내미는 구조의 손길을 나는 쉽게 거절할 수 없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고통과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눈을 보면, 지금 내미는 그 아이들의 손이 마지막으로 내미는 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다만 내미는 손을 잡았을 때 절망은 가끔 기적으로 바뀌는 묘기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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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연 저자의 책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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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신 분은 1,500여 마리의 고양이에게 새로운 묘생을 선물해주신 ‘진정한 캣우먼’입니다. 무려 15년 동안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입양을 보내셨어요. 그동안 치료비로 쓴 금액만 13억! 가산을 탕진하며 부모님 속 썩이는 딸이 되기도 했지만 자신이 걸어온 길에 후회는 없다 말하는 분입니다.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의 이사장이자 에세이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을 쓰신 유주연 작가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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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15년 동안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들을 돌봐오셨고, 덕분에 15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새 삶을 찾았는데요. 그 활동을 하기 위해서 작가님은 개인적인 시간도 없으셨을 테고, 직장도 그만두신 거였죠?


유주연 : 네.


김하나 : 가족들과의 갈등도 있었고, 앞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무려 13억이나 되는 돈을 쓰셨는데요. 이러면 주변에서 ‘웬만큼 해라’, ‘쵸키맘 님, 정도껏 하세요’ 같은 말들을 많이 들으셨을 것 같고, 스스로의 갈등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 갈등이 있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15년을 지나오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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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연 : 처음부터 ‘고양이를 구조해서 ‘나비야 사랑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요.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를 지금 작가님이 다시 하셨는데,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사실 부모님 댁의 기왓장 위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너무 배고파했었고 당시에 사료와 물을 줬던 행위 자체가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거예요. 책에도 나오지만, 고양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나 실수, 우여곡절이 있었고요.


김하나 : 처음에는 두 마리 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들이 여덟 마리가 되고 동네에서 원성이 시작되고... 그때는 모르셨지만 알아가게 됐던 거군요.


유주연 : 그렇죠.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고요. 찾아보니까 고양이들은 쥐만큼 불어나고 근친을 하고 또 그 사이에 많이 죽어나가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동물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도움이 되고 사람하고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생각한 게 중성화였고요. 그런데 당시에는 TNR이 없었어요.


김하나 : TNR이 ‘Trap-Neuter-Return’이라는 의미죠?


유주연 : 네, 잡아서 중성화한 후에 다시 그 자리에 방사하는 건데요. 지금은 TNRM(Trap-Neuter-Return-Monitor)이라고 해서, 중성화한 아이들이 사는 동안 모니터링하는 것까지로 변했더라고요.


김하나 : 개체수가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거죠?


유주연 : 그렇죠. 그리고 TNR을 하면 사람들의 민원도 거의 감소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민원의 대상이었던 것들이 고양이가 발정 나서 우는 소리, 쓰레기봉투 뜯고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 등인데, 그런 것들이 다 해소되고요. 개체수가 조절이 돼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에 안 보이니까요.


김하나 : 그리고 그 아이가 다음 대를 잇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깨끗한 물과 사료를 먹이자고 하는 거니까 설득을 하기도 더 쉽고요.


유주연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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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처음 ‘나비야 사랑해’는 사설 보호소를 만드신 거였죠? 보호소를 처음 만드실 때는 고양이가 몇 마리 정도였어요?


유주연 : 그때는 주위의 밥 주던 아이들 중에 새끼를 낳아서 사람을 따르는 아이들을 데려왔는데, 제 기억으로는 열세 마리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때는 직장을 다니고 계셨어요??


유주연 : 네, 부모님의 회사에 있었어요. 제가 회사 옆의 별채를 쓰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열세 마리와 같이 살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못마땅하신 거죠. 시도 때도 없이 오셔가지고 감시하시려고 하고, 자꾸 문을 열어놓고 고양이가 나가게 하려고 하시니까... 그래서 제가 집을 얻었죠(웃음). 이제 고양이 없다고 말씀을 드리고, 작게 전셋집을 얻어서 거기에 열세 마리를 옮겨놓은 거죠. 일 끝나면 거기로 출근을 하고(웃음).


김하나 : ‘아이들을 내보낼 수가 없으니 내가 집을 얻겠다’라는 거였군요(웃음).


유주연 : 그렇죠. 어머님 아버님은 눈에 보이시는 대로 ‘우리 딸은 이제 고양이하고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하시고 너무 행복하신 거예요. 그런데 일 끝나면 다시 그쪽으로 출근을 하고, 집에도 안 오고 거기에서 회사에 출근을 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저의 삶이 모 고양이 카페에 노출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몇몇 분들이 오셔서 봉사를 해주시겠다고 하는 거예요. 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오셔서 봉사를 해주시다가 ‘사실 내가 밥 주는 애가 있는데, 얘가 임신을 한 것 같아요’, ‘밥 주는 애가 아픈 것 같아요, 사람을 너무 잘 따라요’ 이런 이야기들이...(웃음)


김하나 : 아, 이런 사연들이 또...(웃음)


유주연 : 그러면 저는 ‘데려오세요’ 하다 보니까(웃음), 아이들이 열세 마리에서 서른 마리, 마흔 마리로 늘게 되면서 장소를 옮겨야했고요.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아이들을 좋은 데로 입양을 보내야겠다’ 하면서 ‘나비야 사랑해’ 카페를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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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나비야 사랑해’를 만드시기 전에는 유학생활을 오래 하셨죠?


유주연 : 네, 외국에 있었어요.


김하나 : 부모님은 딸이 사업을 물려받을 거라고 생각하셨는데 고양이에 투신하셨고... 그런데 사업운이 좋으셔서 확장하기도 하고 재산 가치가 있는 것들이 생기기도 했는데, 하나씩 처분하게 되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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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연 : 사실 운이 좋았던 건 일단은 부모님 회사가 무역 쪽이었고, 제가 외국에 배워온 것과 다행히 잘 맞아서 돈을 많이 벌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하나도 없고요. ‘나비야 사랑해’라고 하면 13억을 썼다는 게 많이 부각되는데, 사실은 13억을 써서 이제는 없어요(웃음). 정말 후원금이 절박해요. 이 이야기는 꼭 해드리고 싶어요. 13억을 썼다고 해서 ‘나비야 사랑해’가 굉장히 부유하고 넉넉한 보호소는 아니에요. 13억이라는 돈을 써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부터 정말 도움이 필요한 보호소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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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나비야 사랑해’에도 수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입양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지만, 지금 이사장님 댁에도 스무 마리 고양이가 있잖아요?


유주연 : 네, 저희 어머니는 다섯 마리인 줄 아시는데(웃음)... 스무 마리 정도가 있고요. 입양을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마 못 가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뇌 질환이 있고, 후지마비가 있고, 다리가 하나 없고, 아니면 사람 손을 거의 안 타는 아이들, 만성 빈혈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줘야 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조금 있어요.


김하나 : 제가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사는데도 털이 날리고, 내내 돌돌이를 계속 써야 하고, 아이들 똥오줌도 치워줘야 되고, 사료통도 채워줘야 되고... 이게 끝없이 반복이 되는데요. 지금 댁에서는 스무 마리를 혼자 돌보고 계신 거잖아요. 아픈 아이들도 많고요. 그러면 이사장님은 ‘나비야 사랑해’에 출근하기 전후로도 고양이를 돌보는 생활이 계속되는 거네요.


유주연 : 그렇죠. 중간 중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아이들 배변을 도와준다든가 약을 먹인다든가 해야 되고요. 장기로 여행이나 어디를 간 적이 없는데, 그럴 때는 사람을 다 구해놔야 돼요. 월요일은 누가 돌봐주고 화요일은 누가 돌봐줄지, 스케줄을 다 정해놔야 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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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많은 고양이들을 알고 계시지만, 왜 별명은 ‘쵸키맘’ 님으로 불리시나요?


유주연 : 이 이야기하다가 저 울지도 몰라요(웃음). 처음에 ‘나비야 사랑해’까지 오는 동안 많은 힘을 실어준 아이가 ‘쵸키’라는 아이인데요. 아마 ‘쵸키’라는 이름은 없을 거예요. 제가 ‘쵸콜렛 키튼’의 약자로 지은 이름이거든요.


김하나 : 책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죠.


유주연 : 맞아요. ‘쵸키’는 옥상에서 아이들이 떨어뜨리려고 하는 걸 구조해서 데리고 왔는데, 제가 처음 맞닥뜨린 복막염이라는 병으로 떠났어요. 그래서 저는 ‘쵸키맘’... 끝까지 너의 엄마였다는 걸... 항상 저한테는 작은 털뭉치처럼 남아 있어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아이가 떠났기 때문에...


김하나 : 지금까지 수많은 고양이들을 만나셨고, 또 떠나보내기도 하셨잖아요. 그런데 매번 너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유주연 :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이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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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쓰시면서, 안에 있던 어떤 것을 꺼내놓은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 느낌이 있으셨어요?


유주연 : 사실 쓰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던 아이들이 있었어요. 구조하고 보내기까지 시간이 짧았던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계속 가슴에 남아요. 입양을 가서 행복한 삶을 몇 년이라도 살다가 떠났다든가, 아니면 ‘나비야 사랑해’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떠났다든가, 특별한 장애가 있어서 나의 보호를 어느 정도 받다가 떠난 아이들과는 달리, 구조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떠나버린 아이들 생각이 되게 많이 나요. 구조했을 때 그 아이의 눈빛, 치료 받으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희망... 그게 풍선 터지듯이 탁 터졌을 때 그 감정들이 생각이 나니까... 진짜 눈물 많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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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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