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뮤지컬 <시라노>의 배우 조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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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시라노>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습니다. 재작년 초연된 <시라노>는 뛰어난 검술은 물론 문학적인 재능까지 겸비했지만 크고 흉측한 코 때문에 사랑 앞에서는 소극적이었던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되레 좋아하는 여인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돕는 시라노 역에 류정한, 최재웅, 이규형, 조형균 씨가 캐스팅돼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네 배우의 교집합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의외라 생각했으나 너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배우 조형균 씨를 공연장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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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유독 첫공이 부담됐어요. 차라리 제가 처음이었으면 나았을 텐데, 형들이 각자 첫 무대를 너무나 잘 끝낸 뒤에 하려니까 부담스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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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발표됐을 때 ‘조형균 씨가 시라노?’ 좀 놀랐습니다(웃음).


그 얘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시라노> 이미지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대극장 느낌의 공연이고, 음악적인 색깔도 제가 많이 안 해봤던 거고요. 사실 계속 작품을 하다 보니 연말 공연 앞두고 좀 쉬고 싶었는데, <시라노>가 남자 원 톱으로 쭉 끌고 가는 작품이라 연기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아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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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라고 생각했던 게 다른 세 분과 한 무대에 서거나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없지 않나요? 네 분의 이미지가 잘 겹쳐지지 않더라고요. 각 시라노의 특징이 있겠죠?


규형이 형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같이 했어요. 재웅이 형은 뮤지컬 콘서트에서 한두 번 뵈었고, 정한이 형님은 아예 처음이죠. 연출님도 말하셨는데, 아무래도 정한이 형님은 묵직함에서 오는 카리스마가 있고, 재웅이 형 역시 안정감이 있어요. 규형이 형이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다면 저는 막내다 보니 가장 혈기왕성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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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한 씨가 프로듀서이기도 한데, 특별한 디렉션을 주던가요?


연습하면서도 그 점을 자꾸 까먹었는데, 저희 앞에서는 프로듀서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안 풀리는 부분을 함께 매끄럽게 만들어 갔고, 작품에 임하는 열정도 대단하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대학 때 처음 봤던 뮤지컬이 정한이 형이 팬텀으로 나오는 <오페라의 유령>이었는데, 이번에 같은 역을 하게 되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후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재밌고, 많이 배웠어요. 배우로서 롱런하는 데는 확실히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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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나 캐릭터에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준비하면서 영화도 보고 책도 읽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용이 만화 같고 담백했어요. 고전에서 출발했지만 지금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해하기 쉬울수록 더 짠하고, 감출수록 더 애잔한 게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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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특수 분장을 하는 거죠?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을 법도 한데요.


큰 코를 붙여요. 미리 제 얼굴 틀을 떠서 코를 만드는데, 2~3번 쓰면 접착력이 떨어져서 교체해야 해요. 처음에 코를 붙였을 때는 다들 웃었어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니까. 그런데 그걸 붙이고 런-스루를 도니까 잘 안 풀렸던 부분이 저절로 풀리더라고요. 형들이 연기하는 거 봐도 더 애잔하고. 하루는 코를 안 붙이고 런을 돌았는데 되게 벌거벗은 느낌이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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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에서는 월등하나 외모적으로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잖아요.


그렇죠, 외모 콤플렉스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성형도 하는 거겠죠. 사실 사람을 만날 때도 이성 간에 교류가 시작될 때는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후 만나면서 그 사람의 인성이나 성품 등에 끌려서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처음에는 외모가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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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인한 미묘한 신경전은
<시라노> 연습실에 이어 무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웃음).
어떤 얘기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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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준비하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도 많이 생각했을 텐데요.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웃음)?


저는 어릴 때부터 눈이 콤플렉스였어요. 특히 큰 눈을 가진 남자들을 보면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중에 예를 들면?) 같은 회사에 있는 김찬호 형만 봐도 눈이 부리부리하잖아요. 제가 형한테 쓸데없이 잘생겼다고 하거든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나대로 사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 <그리스> 할 때도 워낙 큰 사람들이 많아서 키높이 깔창을 사용했는데 나중에는 무릎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큰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그 사이에서 오히려 작은 사람이 돋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요즘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지금의 제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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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조형균), 가스콘부대(앙상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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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균 씨 눈 큰데요. 그리고 코가 무척 잘생겼네요(웃음). 배우들은 대학 진학 때부터 특히 외모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어릴 때 눈이 작으니까 코라도 예뻐지라고 어머니가 계속 만져주셨대요(웃음). 외모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그런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외모에도 트렌드가 있고, 요즘은 좀 바뀌는 것 같아요. 특히 해외 팀의 공연을 보면 정말 생김새도 다양하고, 그로 인한 다채로움이 크잖아요. 캐릭터가 이렇게나 많은데, 각각에게 맞는 배역이 있을 거란 말이죠. 시라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배우는 자기 얼굴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직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해가는 단계지만, 점점 더 지금의 제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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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의 시라노도 조형균 씨처럼 콤플렉스를 극복한 걸까요?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이죠. 사랑에 관한 얘기지만, 결국은 오만과 편견 등 세상의 부조리한 것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거기에 겉모습도 포함되겠죠.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그릇됨. 극에서는 그런 부조리함을 거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시라노는 그 거인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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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균 씨가 배우로서 여기까지 잘 달려올 수 있었던 힘은 뭘까요? 예전에 슬럼프도 겪었다고 했잖아요.


서른 살 즈음에는 진지하게 배우를 관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좋은 선배들을 만났던 게 컸어요. 배우는 어쨌든 인기를 무시할 수 없는데 당시 저는 인지지도 없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잘 풀리지도 않고. 그런데 함께 작품을 했던 형들이 흔히 말하는 핫한 배우가 아니었는데도,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챙겨주고 작품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깨달았어요. 연기 잘하고 인성 좋은 형들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저렇게 돼야겠다! 이후에도 오디션에 자주 떨어졌지만, 마냥 낙담하는 것과 다시 털고 일어나는 건 다르잖아요. 그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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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일까요? 조형균 씨만큼 극과 극을 달리는 작품에서 다채로운 인물을 소화하는 배우도 드문 것 같아요. 난쟁이에서 반 고흐로, X-화이트에서 프랑큰 퍼터로, 헤드윅에서 시라노로... 제 아무리 연기력 뛰어난 배우도 힘들 겁니다.


과찬이세요(웃음). 비슷한 건 일부러 피하는 것도 있어요. 물론 작품이 다르고 캐릭터가 다르지만 비슷한 코드인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계속 작품을 하면서 여러 캐릭터를 하다 보니 요즘은 저도 모르게 더 신선한 걸 찾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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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특정 인물이나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거 있나요? 격정 멜로라거나(웃음).


저는 멜로는 아닌 것 같고요(웃음). 범죄물은 해보고 싶어요.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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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로서 가장 좋은 나이가 아닌가 합니다.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후회 없도록 도전하고 싶은 게 있나요?


지금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점점 새로운 도전보다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는 생각을 하게 돼요. 특히 저희 같은 배우들은 비정규직이다 보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지금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시라노>라는 좋은 기회도 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매 공연 실수 없이 잘해야죠. 그리고 사실 빨리 나이 먹고 싶어요. 이번에 정한이 형 공연하는 걸 보면서도 나이에서 오는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배우로서 그 느낌을 빨리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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