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수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공부했고, 죽도록 준비해서 직장인이 되었다. 그런데 매일 밥 먹듯이 야근하고, 머리 아프도록 자책하다 보니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토록 원하던 직장인이 되었는데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팍팍하기만 한 걸까? 일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기에 자꾸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걸까?
여기에,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면서 흔들리며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며 나를 괴롭히는 다양한 물음에 대한 ‘셀프 고민 상담서’다.? 책을 쓰는 동안, 저자는 영업사원에서 카피라이터로 이직을 했고, 모은 돈을 다 털어 떠났던 유학을 다녀와서도 여전히 직장인으로 10년째 생존 중이다. “지금 직장에서 도망치고 싶다면, 먼저 그 일을 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원지수 저자에게서 ‘나다운 직장인’이 되는 길을 들어 보자.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라는 책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크게 공감할 것 같은데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첫 직장을 퇴사하고 이직 후 3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어요. 새로운 회사, 나의 업무로 힘들던 게 어느 정도 지나고 안정적인 시기였죠. 이직 후 시간이 흐르고 조금 안정을 찾자 '내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내 글을 써보려고 했고, 그 주제를 고민하다 내가 경험한 퇴사와 이직에 대한 이야기라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의 평범한 직장인의 입장에서 말이죠.
처음엔 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보다는 직장을 다니며 느낀 고민을 질문처럼 던지고 대답하며 정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죽도록 열심히 해서 직장인이 되었는데 왜 이렇게 팍팍하기만 할까?”, “일이란 대체 뭐길래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걸까?” 그런 고민에 나름의 근거와 답을 대려 노력했죠. 직장생활의 자투리를 쪼개 쓴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가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지금도 얼떨떨해요. 바라건대 이 책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첫 직장을 퇴사 후 전혀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하셨죠. 그 강렬한 경험이 집필의 주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외국계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퇴사한다고 했을 때 크게 “안타깝다.”와 “부럽다.”는 반응으로 나뉘었고, 전자의 비중이 좀 더 높았죠. 얼마 못 가 후회할 거라며 말리는 분들이 많았고요. 저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퇴사를 결정한 건 ‘죽을 것처럼 힘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이직을 겪고 보니 이직이란 정말 ‘죽을 고비’인데, 어쨌든 죽을 고비는 넘어가니까.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하니까요.
그만큼 퇴사가 간절한 상황이었던 거군요.
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어요. 원하는 일을 찾아 취직을 한 게 아니라, 취직 그 자체를 목표로 한 선택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행동으로 옮긴 거죠. ‘정말 내가 생긴 대로 살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찾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 순간 회사를 퇴사한 건 아니에요. 약 1년간 심사숙고하며 새로운 목적지와 경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력서 사진을 새로 찍고, 토익 점수도 갱신하고, 구직사이트에 들어가서 구인란 제목들을 구경했어요. 거기 들어가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중에 하나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겠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릴 때 글쓰기와 말하기를 좋아했다는 게 떠올랐어요.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명회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던 중 한 광고대행사 설명회에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만난 순간 가슴이 반응했어요. 그래서 퇴사 후 방향을 잡고 공채시험을 통해 늦깎이 신입 카피라이터가 되었죠. 그게 7년 전의 일이네요.?
책 내용 중에 첫 직장을 첫사랑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첫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앞으로 인생 전부의 사랑이 끝난 게 아닌 것처럼 첫 직장을 그만둔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어요. 첫 직장이 주는 무게감이 굉장하잖아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쉽게 이별할 수 없듯 첫 직장을 떠난다는 건 어려운 결정이죠.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얼마 안 된 때라 이걸 놓았을 때 내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감이나 경험치가 없으니까요.?
첫사랑이 끝나도 진짜 사랑이 망하지 않아요. 진정 나를 알아봐 주고 사랑해줄 사람이 또다시 나타나죠. 첫 직장도 마찬가지예요. 퇴사한다고 내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그렇더라고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욱하는 마음에 퇴사하고 싶을 때가 많잖아요.
그렇죠. 저도 그런 적이 많았고요. 중요한 건 그 감정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쩌다 한 번씩이 아니라 빈번하게 찾아온다면 그건 내 안에서 보내는 ‘위험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때려 칠까?”라는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걸 무시하지 말고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하고 상황을 인지하고, 한발 물러서서 냉철한 이성의 입장에서 그 감정에게 물어보아야 해요.
“뭐가 원인이야? 연봉은 마음에 들어?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때? 조직문화가 안 맞아? 출퇴근 시간이 힘들어? 이 회사의 일원으로 계속 지내고 싶어?”하고요. 그 질문을 쭉 적어놓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중에서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걸 해보는 거예요. 나보다 앞서 일해 온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나의 상황에 대입해 보는 것도 추천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변화 쪽으로 기운다면, 그때부터 퇴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했으면 해요.
그만두고 싶다는 감정을 이성적으로 들여다보라는 말씀이군요.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남기 마련이잖아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 다음에도 완벽하고 개운하게 행복해지지 않고요. 이건 직장에 대한 것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크고 작은 선택에도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아요. 내가 선택을 할 때는 99:1에서 99가 아니라 51:49에서 조금 더 나은 51을 택하는 거니까 지금 선택으로 다른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건 당연해요.
그럼에도 결론이 어떻든 내가 나를 지지해 주어야 해요. 누가 뭐라든지 내 선택을 믿어주는 거죠. 저는 이걸 ‘합리화’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어요. 찌질하게 느껴질 정도까지 아주 처절하게 나를 합리화하는 것. 그 속에서 내린 결정이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기까지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과정들이 인상적이에요. 퇴사를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퇴사를 결정하기 전, 어떤 것들을 생각해 보아야 할까요?
먼저 제가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퇴사와 이직을 해본 개인의 의견 정도로만 참고해 주셨으면 해요. 퇴사를 결정하기에 앞서 ‘왜 퇴사를, 또는 이직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직을 고민하는 한 친구에게 질문한 적이 있어요. “회사를 옮기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뭐야?”하고요.? “워라밸이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더라고.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장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 친구에게는 연봉이나 직급보다는 워라밸이 더 소중한 가치이기에 그걸 지켜줄 수 있는 직장으로의 이직이 필요했던 거예요.
퇴사를 결정하는, 이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한 대답이 내 안에 있는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이유는 ‘이직 후의 나’를 위해서예요. 이직 후에도 ‘내가 미쳤지, 전 회사가 훨씬 나은데.’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순간이 올 수 있어요. 이유를 스스로가 확실히 알고 있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돼요.
*원지수
언제나 고민이 많아 고민이다. 소비재 영업사원 3년을 하다가 정체성의 대혼란 끝에 다시 광고회사 신입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이제 고민은 끝인가 싶었건만 몇 년 뒤 놀랄 만큼 변함없는 고민을 안고 늦깎이 유학을 감행, 오히려 몇 배로 불어난 고민을 이고 돌아와 또다시 고민 많은 직장인으로 생존 중이다.
직장인 10년 차, 선택과 후회로 범벅이 된 나날들과 한편으로 더 단단해진 생각을 붙들고 하나씩 하나씩 써낸 글들이 책이 되었다. 이래도 직장인, 저래도 직장인이라지만 그래도 고민하는 한 조금이라도 더 ‘나다운 직장인’이 될 수는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회사 안에서의 그 어떤 이름표보다 작가라는 이름표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를, 앞으로의 고민들도 이 책을 읽은 당신과 나눌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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