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끝까지 현실이 되지 못한 아름다운 꿈 - 연극 <생쥐와 인간>

연극 생쥐와 인간_공연사진_레니 서경수, 컬리 차용학, 조지 고상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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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와 레니에게는 둘만의 농장을 갖겠다는 꿈이 있다. 농장을 떠돌며 불안정한 노동을 하며 살지만, 두 사람은 다른 이주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다른 노동자들은 번 돈 대부분 술 마시고 대화할 상대를 찾는 데 쓴다. 비록 미처 돈을 모으기도 전에 다른 농장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두 사람은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연극 <생쥐와 인간>의 첫 장면은 두 사람이 새로운 농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길에서 둘은 좋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반복되어온 좌절, 뜻하지 않은 실수 때문에 벌어진 사건, 계속해서 불안정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렇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나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농장에서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일들을 똑같이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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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_공연사진_레니 서경수, 조지 고상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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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암시하는 것들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극


새로운 농장은 ‘좋지 않은 곳’이다. 무엇보다 농장주의 아들 컬리 부부가 심상치 않다. 조지는 레니에게 두 사람을 조심하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레니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자주 실수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산다.


레니의 천진난만함과 주체할 수 없는 힘은 극 전반에 걸쳐 묘한 긴장감을 준다. 레니는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지만, 그의 손에서 많은 동물과 사람이 죽고 다쳤다. 그런 레니 때문에 조지는 늘 불안하다.


연극이 행복한 결말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다양하게 표현된다. 조지와 함께 새로운 농장에 가는 길에 레니는 죽은 생쥐를 줍는다. 이 때문에 관객은 이전에도 레니가 생쥐를 만지다가 자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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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_공연사진_조지 문태유, 레니 최대훈, 컬리 송광일, 캔디 김대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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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농장에 도착한 후에는 늙은 농장 일꾼인 캔디의 오래된 반려견이 총살당한다. 더는 쓸모없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둘에게 좋은 친구가 된 농장 일꾼인 슬림은 레니에게 갓 태어난 강아지를 선물한다. 너무 좋아서 강아지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던 레니는, 강아지와 놀아주다가 실수로 강아지를 죽인다.


다양한 죽음이 복선처럼 깔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소박하고, 구체적인 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꿈을 이야기할 때 두 사람의 눈은 빛나고, 얼굴은 상기되어 있다. 먼 곳을 바라볼 때는 그들이 꿈꾸는 집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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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은 집과 조그만 땅을 사서 커다란 채소밭을 만들고, 돼지 몇 마리와 토끼를 키울 거야. 집에는 각자의 방과 따뜻한 난로가 있어. 비가 오는 날에는 일하러 가지 않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거지. 마을에 서커스단이라도 오는 날이면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고 서커스를 보러 갈 거야.” - 연극 <생쥐와 인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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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_공연사진_조지 고상호, 캔디 김종현, 컬리부인 한보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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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은 1937년 발표된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발표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가 직접 희곡화해 연극으로 상연되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되었으며 국내 관객이 뽑은 최고의 연극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연극의 줄거리는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컬리 부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소설 속에서 컬리 부인은 비극의 씨앗으로만 이용된다. 농장 노동자들의 시각으로만 이야기되고, 그들의 목소리로만 표현된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고, 꿈을 이야기하며, 변화를 꿈꾸는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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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_공연사진_컬리부인 김보정, 크룩스 송광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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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막이 오를 때까지 등장인물 중 누구의 꿈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193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편안하고 안락한 거주 공간, 안정적인 일자리, 일하지 않는 걸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같은 것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현실이 아닌 꿈으로 남아 있다.


연극 <생쥐와 인간>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11월 17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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