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신경아 “민속음악을 찾아 세계 끝까지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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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은 자꾸만 먼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게 안락한 자신의 집에서도, 화려한 도시의 근사한 카페에서도 어떤 이의 마음은 그렇게 낯선 곳을 향한다. 먼 곳에의 그리움. 하루키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길을 나섰듯, 신경아 저자도 그 시작은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어떤 음악에서부터였다. 프랑스인 회사 동료의 차를 타고 가며 듣게 된 아프리카 말리의 음악. 대개 아프리카라고 하면 개발되지 않은 천연의 밀림이나 아무것도 없는 사막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지만, 그의 귓속에 들려온 음악은 그런 편견을 단번에 깨버릴 정도로 멋진 음악이었다. 이후 신경아 저자의 삶은 줄곧 그 음악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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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속음악을 찾아다니던 PD인 남편이 은퇴하자 저자 역시 조기은퇴를 감행하고, 마침내 그토록 꿈꾸던 말리행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다. 그리고 리듬 따라 선율 따라 흘러 세네갈과 모로코, 그리고 모리타니까지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나브로 그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여정은 발칸반도까지 이어져 그리스와 알바니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까지 다다랐고, 내친김에 터키와 쿠르디스탄 지역까지 돌아보았다. 그들이 직접 들려준 음악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낯설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음악이 좋고 사람이 좋아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여행가 신경아 저자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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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은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요?


제목만으로 보면 음악에 관한 책인가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음악을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음악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므로 이 책은 여행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촌의 민속 음악은 개발이 진행된 나라에선 더이상 현장에서 들을 수 없습니다. 어쩌다 만나는 살아 있는 민속 음악의 현장은 어르신들이나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래서 우리의 발길은 자꾸만 오지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오지 여행기라 불러도 좋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의 두 번째 섹션에서 다룬 발칸반도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명이 거쳐 갔던지라 다양한 결의 음악 문화가 포개져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설명하면서 그 지역의 역사를 설명해야 했고 낯선 지명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어느 독자는 역사책이나 지리책인 줄 알았다고 농담처럼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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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계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오래전 프랑스인 동료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는데, 그의 차에서 매우 낯설지만 듣기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틀림없는 블루스인데 블루스 특유의 끈적함 대신에 경쾌하면서도 이국적인 선율과 리듬에 몸이 저절로 그루브를 타게 되는 것이었어요. 그게 어느 나라 음악이냐고 물었더니 아프리카 말리의 음악이라고 하더군요. 당시만 해도 저에게 아프리카는 밀림이나 사파리, 또는 사막 같은 이미지로만 떠오르는 대륙이었기에 그들이 이토록 멋진 음악을 생산하고 향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깊은 관심을 보이자 그 동료는 아프리카의 다른 음악도 많이 소개해주었어요. 그때부터 세상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클래식이나 영미 팝, 샹송, 칸초네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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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느슨한 감상자 모드에서 열정적인 애호가로 변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방송국 PD였던 남편이 MIDEM(프랑스의 칸에서 50년 이상 매년 개최되는 음반 엑스포)과 WOMEX(매년 10월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돌아가며 개최되는 월드뮤직 음반/음악 시장)에 참가하는 길에 따라나서게 되면서 세계음악 공연을 라이브로 보게 된 것이죠. 그 두 번의 출장길에 그 분야 음반 수백 개를 사 들고 왔어요. 그 음반들을 들으며 세계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후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파리 본사로 파견되어 몇 년간 근무하게 되었는데요. 파리는 세계음악 공연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도시인지라 일주일에 서너 개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마니아가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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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세네갈, 루마니아, 터키 등 아프리카에서 아시아까지 다양한 곳으로 음악을 찾아다니셨는데요. 혹시 나라나 지역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오늘날 온 세상의 음악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서양 클래식과 영미 팝 계열의 음악이 매우 훌륭한 음악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그 음악들이 각 지역에서 향유되는 나름의 가치가 있는 음악들을 본의 아니게 말살시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유사 이래로 문화라는 것은 새로운 문명의 유입으로 늘 변화해온 것이지만 기술의 발달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20세기 이후로는 문명의 전파 속도가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일전에 만난 모로코 페즈음악축제 음악감독인 프랑스인 알랭 베베르씨는 “이대로 두었다간 10년 후엔 온 세상 음악이 다 똑같아질 것이다”라고 말해서 주변에 있던 세계음악 관계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습니다. 음악여행의 방문지를 선정하는 조건은 매우 단순합니다. 서구화가 너무 많이 진행되지 않은 나라, 그리고 가이드북이 요란하게 추천하지 않는 지역을 주로 선택합니다. 그런 지역에서 우리가 찾는 때 묻지 않은 음악 현장을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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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셨는데 사람들과 공감하고 교류하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피부색과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음악 하는 사람들인데요. 우리가 그들이 하는 소박한 음악을 좋아해주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면 그들은 금방 마음을 엽니다. 민속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의 음악이 지닌 가치를 잘 모르고 아무나 하는 하찮은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이런 게 뭐가 좋다고 저렇게 찍고 난리지?” 하는 뜨악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고마워하고 감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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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는 그들은 할 줄 아는 건 다 보여주고 싶어하지요. 그래서 여행 중에 밥을 많이 얻어먹고 다닙니다. 우리가 간다고 미리 연락을 해두는 경우 다과를 준비해두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맞이하는데요, 그들의 별것 아닌(?)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고는 뭐라도 대접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내옵니다. 도시사람들은 과자나 과일 등을 늘 준비해두고 살지만 시골 살림에는 그런 것들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주로 밥상을 차려 내오지요. 함께 밥을 먹으면 더욱 친해지고 그때부터는 게임 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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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음악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 혹은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여행이 좋고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 여행을 떠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의 여행 동반자인 남편이 한국과 세계의 전통과 민속음악을 일삼아 채집하는 사람이라 제 여행의 테마가 음악이 되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동반자가 미술을 좋아해서 미술관 기행을 하게 되었더라도 제가 그토록 열심히 여행을 하고 책을 낼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네요. 동반자는 일로, 저는 여행을 하려고 의기투합해서 떠난 여행이지만 음악을 찾아 다니다보니 결국은 사람을 만나게 되더군요.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가 관광객으로서 만날 수 있는 현지인이 아니라 우리와 친구가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게 현지인들과 친구로 관계를 맺게 되니 사람 좋아하는 저의 여행은 더욱 의미가 있고 풍성해지는 것이었어요. 그들이 하는 음악이 좋고 그것을 하는 그들이 좋아서 고된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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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악이 생소한 독자들에게 추천해주실 만한 음악이나 감상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세계음악이 별다른 음악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는 음악들도 많습니다. 브라질의 삼바나 스페인의 플라멩코,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등장했던 아프로쿠반 음악 등도 세계음악에 포함됩니다. 다만 이런 음악들은 특정 지역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하여 다듬고 다듬어져 세련된 프로의 음악이 된 경우지요. 우리가 찾아다닌 음악은 수십 또는 수백 년 이어져내려온 원형에 가까운 음악이구요. 프로가 연주하는 세련된 세계음악이 낯설지 않다면 삼바나 아프로쿠반 음악의 바탕이 된 서아프리카 음악에 관심을 기울여보시고요, 플라멩코의 바탕이 된 아랍음악과 집시음악으로 관심을 확장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음악이 들을 만한 음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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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지 독자들에게 살짝 알려주세요.


음악여행은 결국 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아무리 멋진 유적들이 즐비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여행지에서는 음악을 찾기 힘들지요. 그래서 다음 여행지도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들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 문명이 거쳐갔거나 오랜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잃지 않은 인도라든가,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섞이며 새로운 음악문화를 꽃피운 남아메리카, 깊은 음악전통을 품고 있으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곳들, 어떤 시련도 그들의 흥과 끼를 잠재우지 못할 아프리카의 나머지 지역들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끝이란 없습니다. 쉽게 가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우리 마음의 경계가 곧 세상의 끝일뿐이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갈 수 없는 곳들이 더이상 세상의 끝이 아니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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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


대학에서 전공으로 배운 프랑스어로 꽤 긴 세월 밥벌이를 했다. 어려서부터 어디론가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역마살을 꾹꾹 누르며 월급쟁이 노릇을 하다가 마침내 조기은퇴를 하고, 일삼아 민속음악을 찾아다니는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꿈꿔오던 세계음악여행을 하는 중이다. 음악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과 인종과 문화를 가리지 않는 친화력으로 쉽게 가기 힘든 지역을 여행하는 그에게 세상의 끝이란 없어 보인다. 여행하는 틈틈이 음악축제의 모더레이터로 일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음악가들을 국내에 초청하여 무대에 올리는 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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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신경아 저 | 문학동네
여정은 발칸반도까지 이어져 그리스와 알바니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까지 다다랐고, 내친김에 터키와 쿠르디스탄 지역까지 돌아보았다. 그들이 직접 들려준 음악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낯설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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