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칸예 웨스트, 사업가의 전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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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로 예수의 지위를 넘봤던 사내가 을 부르짖는 모습은 거듭 이해하려 해도 당황스럽다. 올해 1월부터 ‘선데이 서비스(Sunday Service)’라는 이름의 음악 예배를 시작하며 경건한 말씀을 전해온 카니예 웨스트는 모두가 기다린 차기작 를 포기하고 찬양과 복음을 담는 데 자신의 커리어 아홉 번째 정규작을 소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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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의 복음은 너무도 신실해서 마치 목사의 설교를 듣는 것 같다. 「Every hour」의 성가대 합창을 지나 ‘신은 우리의 왕이자 우리는 그의 병사’라는 「Selah」, 「Follow god」과 「On god」, 「God is」, 「Jesus is lord」까지 일관된 예수의 구원과 주 찬양을 힘차게 노래한다. 조울증에 시달리던 의 혼란과 반대로 확실한 주제 의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내용은 굳이 궁금하지 않은 믿음과 사랑을 진부하게 늘어놓는 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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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곡 27분으로 압축한 음악 역시 놀라움과 거리가 멀다. 디스코그래피를 총망라했던 도 일말의 신선함과 재치가 있었는데 이 앨범은 재구성보다 재활용에 가깝다. 홀 트루(Whole Truth)의 1969년 곡을 가져온 「Follow god」에선 대학 시리즈의 풋풋한 신인 카니예가 연상되고 가스펠 가수 제임스 클리블랜드(James Cleveland)의 「God is」를 그대로 옮긴 동명의 곡에선 성령 충만한 목소리로 신을 찬양하나 그 노래는 <808 & Heartbreak>처럼 자연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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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이함은 가스펠 외 전위적인 곡 샘플링에서도 발견된다. 아르헨티나 그룹 그루포 보컬 아르헨티노(Grupo Vocal Argentino)의 「Martin fierro」의 리프를 그대로 옮긴 「Closed on sunday」, 캐나다 전자음악가 브루스 핵(Bruce Haack)의 「Blow job」 위 노래를 얹은 「Water」이 그렇다. 그의 재능이 번득이는 지점은 클로드 르빌리의 「Un homme dans la nuit」을 웅장한 찬양으로 바꾼 마지막 트랙 「Jesus is lord」 뿐이다. 2000년대 샘플링의 대가였던 카니예의 면모는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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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곡들은 어떨까. 타이 달라 사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주목을 끄는 「Everything we need」는 정확히 그 지점뿐이라 맥이 빠지고 이런 단조로움은 「Hands on」에서도 반복된다. 곡 길이가 워낙 짧아 찰나의 느낌만 스쳐간다. 피에르 본과 함께 주조한 어지러운 전자음 위 현실의 메시지를 신앙과 연결하는 「On god」, 푸샤 티와 노 말리스의 그룹 클립스(Clipse)가 송곳 같은 랩을 보태고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가 의외의 독특함을 더한 「Use this gospel」이 그나마 카니예 웨스트의 명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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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 웨스트는 으로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고자 하나 그 방식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우며 창작적으로 새롭지도 않다. 한 때 전국 방송에서 ‘대통령은 흑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 일갈하던 그가 ‘자유 의지’를 위해 트럼프를 사랑하고 우간다의 독재자 요웨리 무세베니에게 운동화 ‘이지 부스트’를 선물하는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도 신앙 고백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뮤지션의 고민보다 사업가의 전략적 선택이 우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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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나의 빛’이라 찬송하는 앨범은 그래서 음악 자체보다 선데이 서비스 프로젝트, 선데이 서비스 머천다이즈, 이지 부스트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들린다. 일요일 예배를 위한 찬송가 모음집의 기능 이상의 가치를 찾기 어렵다. 과감한 야심으로 새 시대를 열었던 천재 프로듀서의 신보, 그것도 수차례 미뤄지고 엎어졌던 프로젝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망은 더욱 커진다. 본인의 브랜드에 십자가를 추가하려 하는 카니예 웨스트에게서 과거의 총명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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