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꽁아꽁맘 임세희 “육아 일기는 나를 찾는 기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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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이 순간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육아의 감촉』을? ?쓴 저자이자 그래픽디자이너 임세희 저자는 아이의 품에 꼭 안았던 순간의 ‘감촉’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안으면 온 세상을 안은 것 같고, 또 온 세상이 날 안아주는 것 같기도 한 그 완전하고도 포근한 감촉 말이다. 저자는 이 시기야말로 우리 생애에서 가장 빛나고 찬란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사소한 육아 일상에서부터 아이만의 빛나는 시선과 언어를 섬세하게 포착해 네이버 포스트에서 대한민국 수많은 엄마들의 인기와 공감을 얻어 누적 조회 수 1,000만에 이른 ‘나꽁일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엮은 책 『육아의 감촉』? 을 출간한 임세희 저자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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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하던 육아일기를 엮어 ?『육아의 감촉』? 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일단 제목이 참 신선하고 특히 ‘말랑말랑 보들보들 나꽁아꽁 일기’라는 부제가 무척 재미있는데요, 제목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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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사실, 관심이 없다고 해야 맞겠지요.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보니 당시에는 주로 제게 오는 시각적인 자극에 관심을 많이 두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갖고 나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오로롱’ 하고 울리는 느낌, 아이를 안았을 때 보드라운 감촉. 한 걸음 떨어져서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제게 아이는 모든 감각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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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향기, 아이의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살결. 아이를 안으면 세상을 꼬옥 안은 느낌이었어요. 반대로 세상이 저를 꼬옥 안아주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아이에게만 받을 수 있는 느낌이 있어요. 그걸 저는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나꽁아꽁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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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밑바탕이 된 〈나꽁일기〉라는 육아일기를 연재하며 많은 엄마들로부터 공감과 인기를 얻으셨어요. 육아일기 특히 그림일기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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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보니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 사진을 찍었지요. 하루하루 부지런히도 커가는 아이의 모습이 아까워 사진에 담고 제게 다가온 느낌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직장맘이라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아이의 시간을 더 붙잡고 싶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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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생각, 아이의 말, 아이의 표정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던 저 자신의 어린 시절까지 아이를 키우며 다시 떠올리게 되었죠. 그래서 제 아이만큼은 어릴 적 소중한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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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소재는 어디서 구하시나요?
주로 아이에게서 구해요. 아이는 아이만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탐험해요. 달님이 자신에게 웃어준다고 생각하고, 바람과 실랑이를 하기도 하죠. 또 꽃과 이야기도 하고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아이가 자신이 만나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종알종알 들려줘요. 그렇게 아이가 무심코 해준 한마디가 일기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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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서 '엄마'가 되어 낯설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소재가 되고요, 역시나 '그'에서 '아빠'가 된 남편의 이야기, 나처럼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되었을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소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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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로 쓰신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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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하늘이 웃는 초승달'이에요. 제가 일기를 계속 쓰게 된 계기가 된 에피소드이기도 해요. 어느 날 저녁, 아이와 길을 가는데 초승달이 예쁘게 떠 있었어요. 그래서 “달이 동그랗지 않고 왜 저렇게 생겼지?”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하늘이 웃고 있으니까 그렇지."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올려다보니 늘 보던 손톱 모양 초승달 혹은 해 그림자에 가린 달도 아닌, 정말 하늘이 웃는 모습이 보이는 제 눈에도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아이가 보는 세상에 더 귀 기울이고 싶고 아이만의 세상을 더욱더 찾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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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혹은 나아가 육아 그림일기를 써보고 싶지만 어렵게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간단한 팁을 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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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 일기를 그리고 쓴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답니다. 디자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손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가족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니 더 고민이 많아지고 시작도 점점 늦어졌어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전문 프로그램을 배우려고도 했고 글을 쓰기 위해 철학, 심리학을 배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자라고 있는 이 시기를 놓칠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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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기록이라 전문적인 툴 대신 제가 가장 쉽고 빠르게 그릴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전문 지식 대신 아이의 말과 행동을 글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쉽게 시작했기 때문에 지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가능했어요. 그리고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지요. 서툴기만 하던 그림도 일기를 써나가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었고 아이를 키우는 매일의 경험에서 얻는 것이 전문지식보다 더 큰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육아 일기를 쓰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그냥 시작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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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등 요즘 육아의 어려움을 가족은 물론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렵지 않으셨나요? 작가님은 육아가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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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어려움'이라고 하니 많은 일이 스쳐 갑니다. 저는 직장맘이기도 했고, 프리랜서 엄마이기도 했고, 또 전업주부이자 경단녀로 시간제 업무를 하며 아기를 키우기도 했어요. 그렇게 9년간 아이를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친정엄마가 도와주셨지만 육아는 결국 제가 짊어져야 하는 일이더라고요. 엄마가 된 지 갓 2년 정도 되었을까요? 돌아보면 당시 저는 자신의 무게를 겨우겨우 지탱하며 살던 여자에서 갑자기 엄마가 되었는지라 육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일상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일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좋은 직장, 좋아하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도 너무나 고통스러웠고요. 육아도, 일도, 나 자신을 지키는 것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얽히고설켜서 꽉 막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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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그때 누군가가 절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고 하는데 누구라도 제게 작은 도움을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요. 제가 직장맘이었을 때 회사에 직장맘을 위한 좋은 제도, 아니 좋은 시선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제가 프리랜서 엄마였을 때 국가나 사회에서 프리랜서 엄마도 맞벌이 부부라는 것을 인정해줬으면 어땠을까. 제가 전업주부였을 때 언젠가 저도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안정된 믿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제가 경단녀로 시간제 업무를 할 때 사람들이 저도 그들과 같은 직원이라고 생각해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온몸을 두들겨 맞는 듯 힘든 육아의 무게를 견디며 버틴 시간은 제게 그 어떤 때보다도 도움이 절실한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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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하게도 남편 역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육아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지는 못했는데요(아이들을 두고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서요) 그럼에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떤 일이냐’는 질문을 하신다면 이 모든 ‘두들겨 맞음’을 이길 수 있는 일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아니, 그 모든 것을 두들겨 맞을 힘이 생기는 일이라고 하면 될까요? 아이는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행복을 주고,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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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육아의 무게에 지치거나 자신을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 숨죽이고 우는 엄마들이 없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가족과 사회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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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감촉』? 이 출간된 후에도 육아는 계속될 텐데요,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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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저도 몰랐던 혹은 제가 잊고 있었던 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육아일기를 쓴 것이지만 사실, 제 일기인 거죠. 아이가 클수록 잊어버리고 있던 지난 어린 시절의 저를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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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이었던 저를 리어카에 태워주시던 아빠에 대한 기억,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갔던 기억,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낡고 작았던 책상과 의자에 대한 기억. 언젠가 아이에게 사춘기가 오면, 지난날 그 시기를 관통하며 제가 느꼈던 세상에 대한 낯선 감정을 또 되찾게 되겠지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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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계획은 아이가 자신이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기록하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진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귀하고 소중한 사람임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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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원히 혼자일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나에 관한 기록들로만 빼곡히 채웠다. 안전하고 편안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되었다. 아이의 맑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던 날,처음으로 밖으로 나와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이 발견한 세상을 들려주던 날, 아이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렇게 아이는 내 안에 갇혀 있던 나를 바깥으로 이끌었다. 오직 감각으로만 느낄 수 있는 찬란한 세상을 알려 주었다.우리 모두에게는 어린 시절이 있다. 우리 안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이 이야기는 누구나 알지만 언젠가부터 잊어버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린 그 시간들을 아이를 키우며 되찾았다. 그 시간을 고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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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감촉임세희 저 | 디자인하우스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한, 여리고 따뜻하면서도 생명력 가득한 그 육아의 감촉을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아 이 일기를 썼다고 고백한다. 먼 훗날 아이가 커서 자신의 세상을 찾아 떠나갔을 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감촉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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