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MD 리뷰 대전] 예스24 MD가 11월에 고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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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


『게으름 예찬』
로버트 디세이 저, 오숙은 역 | 다산초당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쉴 시간이 주어져도 바쁘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머리를 굴리는 것부터 일이다. 여행을 가도 가봐야 한다는 곳은 지친 몸을 끌고서라도 가고, 책을 읽더라도 ‘소득’이 있는 책을 엄선한다. 바쁠 수 밖에. 이 책은 휴식하는 법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늘어지게 쉬어보라고 속삭인다. 게으름을 예찬하는 저자의 문장들을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여유 한 모금이 내 몸 아주 안쪽까지 들어오는 기분이다. 바람 좋은 가을날, 차 한 잔 마시면서 이 책과 빈둥거리면서 쉬어보자. (강민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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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숨지 말아요, 우리


『다 이아리』
이아리 저 | 시드앤피드


상대에게 너무 무거운 고백이 될 까봐 꺼내기 어려운 '데이트 폭력'의 시간들. "진작 헤어지랬잖아"라는 주변의 말에 더 상처 받았고, 가족들에게는 차마 말 못한 이야기. 이 만화는 당시 이 폭력의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사랑이라고 ‘바보같이’ 생각했던 내가 ‘바보’가 아니었다고 말해준다. 어느 순간 같이 소리를 지르고, 나까지 그에게 폭력적으로 변해간 내 경험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들을 필요 없는 말과 두려운 그의 행동을 잘라내지 못한 내 잘못이라 생각한 시간을 보듬어주는 그림들이 고마웠다. 작가의 바람대로, 피해자에게 쏟아질 시선이 두려워 숨기만 했던 ‘이아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책. 사랑이라는 단어에 더는 숨겨주지 맙시다. (이나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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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보는 여성의 어제와 오늘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탱알 저 | 산디


오늘날 웹툰은 일상 속 즐길 거리가 되었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여성 서사 웹툰에 주목한다. 여아 차별과 가정폭력을 다룬 ?단지』?, 탈코르셋 이야기 ?『내 ID는 강남미인!』?, 성차별적인 고전을 새로 그린 ?『계룡선녀전』?, 결혼한 여성이 처하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린? 『며느라기』? 등 다양하고 다층적인 웹툰을 때로는 비판하고 때로는 지지하며 여성주의 시각에서 분석해 나간다. 분석이라고 어렵게 느낄 필요는 없다.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경험을 통해 풀어내기 때문. 불편하지 않은 웹툰을 보고 싶을 때, 목차의 웹툰을 본 후 책을 한 챕터씩 읽어 나가도 좋겠다. (이정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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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위로를 전한다


『쓰담쓰담』
전금하 글 그림 | 사계절


위로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고민을 하면 할수록 대답이 쉽지 않다.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말을, 몸짓을 취해야 할까. 보여줘야 할까. 실없는 농담으로 잠깐이라도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더 엉망인 내 이야기를 미처 포장하지 못한 선물처럼 툭 꺼내놓는 건 어떤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 곁에 있는 것이 나은가. 아닌가. 옳다구나 할 답을 찾기가 어려운 일, 딱 이 정도의 온도로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충분히 따뜻하게, 쓰담 토닥토닥 쓰담쓰담쓰담. (박형욱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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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온전한 나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저 ㅣ 창비


“어째서 내가 의심받는가. 어째서 내가 증거를 대야 하는가. 어째서 내가 설명해야 하는가. 어째서 내가 사라져야 하나.” 늘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던 당숙에게 성폭행을 당한 제야가, 피해생존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소설. 부서진 세상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온전한 나로,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제대로 살고 싶다는 제야의 외침이 유독 크게 들린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한다는 이모의 의지와, "나를 견디지 않고, 나와 잘 살아보고 싶다"는 제야의 다짐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김도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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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문장에 차가운 분노가 서렸다

『마르타의 일』
박서련 저 │한겨레출판


SNS 스타였던 동생이 죽었다. 사인은 자살. 그런데 장례를 치르던 중, 죽은 동생의 SNS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제가 압니다. 범인을.” 소설은 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연년생 언니를 좇아 사건의 실체를 향해 나아간다. 언니는 경찰이나 검사 같은 범죄물의 흔한 등장인물도, 동생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카드회사나 통신사 직원도 아니다. 그저 “야무지고 빈틈없는” 성격의 임용고사 수험생이다. 하여 진실을 캐는 일은 수험생의 일상과 함께 진행된다. 마치 사람들의 주목 속에서 살아가는 삶과 고시텔, 아르바이트, 스터디로 구성된 삶 모두 녹록하지 않다는 걸 드러내려는 듯. 건조한 문장에 차가운 분노가 서려 몹시도 몰입이 되는 소설.? (김성광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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