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대충 그려도 그럴싸한 야매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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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그리고 싶은 그림욕이 있지만 제대로 배울 계획은 없는 내게 필요한 건 ‘야매스케치’ 마음가짐이다. 몰랐겠지만, 사실 굼벵이도 그리는 재주가 있다. 취미로 그림 그리고 글도 쓰는 디자이너 흔디 저자가 알려주는 야매스케치 마음가짐만 알면 ‘못생겨도 매력 있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 『오늘부터 그림』? 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그리면 되는지부터 내 그림으로 이모티콘 등 이것저것 만들어보기까지, 그림을 즐기고 싶을 때 필요한 내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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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럴싸하게 그린다'는 콘셉트가 재미있어요. 이런 콘셉트로 책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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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콘셉트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의 다짐이기도 해요.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힘 빼고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충, 그럴싸하게 그리자! 제게 거는 주문이기도 해요. 누구나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고, 쉽고 즐겁게 그렸으면 해요. 그래서 ?『오늘부터 그림』? 의 포맷도 만화로 정한 거고요. 독자가 이해하기 쉬웠으면,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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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욕이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드로잉 덕후' 작가님의 그림욕은 언제 생겨났는지 알려주세요. 또 (예비) 독자의 그림욕을 자극할,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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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 3년 차에 위기가 찾아왔어요. 일상이 평화로운데 지루했거든요. 쉼 없이 달려오다가 갑자기 멈춰 선 순간이었어요. 남들처럼 치열하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한 뒤 취업 준비를 했고, 사회생활 첫걸음도 울면서 헤쳐나갔어요. 그러다 회사에서 한 뼘 정도 되는 제 자리를 찾고, 일도 수월해졌을 때, 더 이상 치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그때 혼자 경주로 여행을 가면서 노트, 펜을 챙겨갔어요. 여행 기록을 남기고, 안 되면 일기라도 써볼 생각으로요. 근데 그 노트에 그림만 그리게 되더라고요. 단순하게 인상만 남기다가, 마음을 사로잡는 장소에선 오랜 시간 앉아 눈앞에 보이는 걸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정말 행복했어요. 그림으로 여행을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어요. 그래서 돌아와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어요. 지루하던 일상에 다시 활력이 생겼고, 그림이 취미가 되니까 무료한 삶이 풍요로워진 느낌이 정말 들었어요. 새로운 눈으로 일상을 보고, 주변을 더 보게 돼요. 지금 지루하고 무료하다면! 그림 취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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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디자이너, 흔디'라는 필명이 입에 착 감기고 재밌어요. '흔디'로 필명을 짓게 된 계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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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디자인 관련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지었어요. 특별한 권위자가 쓴 것도 아니고, 디자인 업계 고수가 쓴 것도 아니며 그냥 흔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로 읽혔으면 했어요.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니 디자인 혹은 IT 이슈에 관한 의견을 적을 때도 있었고, 일하며 배운 점을 정리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간단한 팁을 남기기도 했어요. 업무와 무관한 그림, 글쓰기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생활 이야기도 남기고, 최근에는 초보 육아인으로서의 고충도 썼어요. 제가 쓰고 그리는 것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도 그냥 흔한 디자이너의 일과 생활을 보여주는 이야기(그림)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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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아날로그 드로잉과 디지털 드로잉이 모두 담겨 있는데, 작가님이 평소에 즐기는 드로잉은 어떤 거예요? 즐기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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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주로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이용해서 아이패드로 디지털 드로잉을 해요. 그림을 그리고 나서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남기는 걸 좋아해요. 아이패드로 그리면 그림을 따로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을 필요 없이 바로 올릴 수 있어서 편해요. 내가 그린 것과 휴대폰으로 보게 될 그림이 차이가 나지 않아서 결과물이 예측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들고요! 책에도 자세히 다뤘지만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디지털 드로잉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어요. 예전에는 비싼 장비를 들이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배웠어야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림 앱만 있으면 초보자도 쉽게 디지털 드로잉을 할 수 있어요(돈이 좀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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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오늘부터 그림』? 을 읽는 게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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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림을 못 그린다고 느끼거나 그리기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어요. 취미일 뿐이잖아요. 그림 그려 생계를 꾸릴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세상을 놀라게 할 대작을 만들 생각도 없는걸요.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아요. 나만 즐거우면 됩니다.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뮤지션도 있지만 그냥 느낌이 좋은 보컬도 있어요. 그림도 스킬로 끝장내야겠다는 생각 안 하고, 내 그림만의 매력을 찾으면 더 즐겁게 그릴 수 있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림을 잘 그리게 되냐는 질문에 저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어떻게 책 한 권 읽고 그림을 갑자기 잘 그리겠어요. 당장 잘 그리게 되는 책은 아니지만, 못 그려도 상관없다는 용기를 주는 책이에요. 읽고 나면 내 그림으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생기고, 일단 그림부터 그리고 싶어질 거예요. 미룰 필요 있나요, 오늘부터 그림!


카카오 브런치에 글과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평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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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되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혼자 일기를 쓰거나 그림일기를 그릴 때는 생각나는 대로 쓰거나 그려요.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처럼 공개적인 플랫폼에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거나 보일 창작물에는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평범한 일상 속에 공감할 만한 재미있는 소재를 발견할 때 두근거려요. 묻혀 있는 평범한 순간을 제가 먼지를 털어 광을 내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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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흔디, 작가 흔디가 이루고 싶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회사 동료들과 새로운 모임을 하나 시작했어요. 월요일 점심마다 모여 이모티콘을 만드는 모임이에요. 모임 이름은 월요티콘! 책에도 이모티콘을 만든 이야기를 담았는데, 저도 혼자 하려니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모티콘을 만들고는 싶은데 혼자서는 잘 안 하게 돼서 격려해주고 독촉해줄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과 월요일마다 강제로 작업할 시간을 내고 있어요. 각자의 개성도 다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서 모여 이야기 하다 보면 좋은 영감을 받아요. 그림 취미도 이렇게 여럿이 모여 시작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꾸준히 그리게 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이렇게 전 사소한 딴짓을 계속 궁리하며 지내요. 어떤 거창한 계획을 규정하지 않고 이렇게 새로운 딴짓을 찾고, 해나가려고요. 그러다 보면 사소하게 시작한 그림 취미로 책을 내게 된 것처럼 예상치 못한, 조금 거창한 일을 이뤄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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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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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디자이너. 흔디라는 필명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미술대학에 갔지만 의외로 그림 그릴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그냥 회사원. 이것저것 관심 분야가 많아 덕후 타입은 아닌 줄 알았는데, 다양한 관심사가 모두 ‘드로잉’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후 ‘드로잉 덕후’라는 정체성을 규정했다. 정의하고 보니 내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하다. IT 기업에서 하이엔드 디지털 트렌드를 쫓을수록 손으로 그리는 그림이 그리워져 다시 취미로 그림을 들였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져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잘해야 하고, 달라야 하고, 작업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부담을 모두 내려놓으니 대충 그린 내 그림으로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아졌다. 그리기, 만들기와 관련된 온갖 분야를 이것저것 건드려봤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치고 뭘 참 많이 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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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그림강수연 저 | 생각정거장
무엇을, 어떻게 그리면 되는지부터 내 그림으로 이모티콘 등 이것저것 만들어보기까지, 그림을 즐기고 싶을 때 필요한 내용을 살펴보자. 흔디가 알려주는 야매스케치 마음가짐만 알면 ‘못생겨도 매력 있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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