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이동우, 말하기의 제1법칙 “최대한 말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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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릿속에서는 완벽하게 정리된 것 같았는데 막상 입을 열자 두서없이 중언부언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말하기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은 말하는 순간이 아니라 말하기 전 준비 과정”이라고 말하는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는 ‘말하기의 10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심플하게 말하는 방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정보를 취합하고, 맥락 속에서 핵심을 찾고, 듣는 사람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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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리의 고수’라 불리는 이동우 저자는 10분 남짓한 영상 속에 책 한 권의 핵심을 담아 소개하고 있다. 1인 기업 ‘이동우콘텐츠연구소’를 운영하며 만들어낸 북큐레이팅 콘텐츠는 SK, CJ, 한화, 현대모비스, 산업은행 등 50여개 기업에 소개되고 있다. 3년째 네이버 오디오클립 비즈니스 분야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동우의 10분 독서>, KBS 라디오 <생방송 토요일 아침입니다>의 ‘라디오 성공전략’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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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말하지 말 것


책의 구성부터 남다릅니다.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10가지 말하기 법칙’을 1장에서 공개하셨어요.


말하기 책이잖아요. 다른 책이었다면 서사적으로 썼을 텐데, 이건 말하기 책이니까 시작부터 본론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의 충격』이라는 책을 보면, 지금이 ‘서사가 사라진 시대’라고 이야기해요. 더 이상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현재를 즐기기 시작한 거예요. 현재에만 집중하고 현재에서 쾌락적인 걸 찾아서 만족하려고 하는 거죠. 1980~90년대의 팝이나 가요는 반주만 1~2분이었잖아요. 요즘 아이돌 노래는 그렇지 않죠. 짧게 반주가 나오고 바로 가사가 나와요. 미리듣기가 30초인데 1~2분 동안 반주만 나오면 안 되잖아요. 마블의 영화도 시작부터 싸움 장면이 나오고, 스릴러를 봐도 처음에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요. 상대방의 주의를 뺏는 거죠. 시작부터 몰입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 책의 1장에서 ‘10가지 말하기 법칙’을 이야기했는데, 이유가 궁금한 독자들은 뒤에 나오는 2~5장을 읽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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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말하기 법칙은 “최대한 말하지 말 것”이에요.


예를 들어 10명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다고 했을 때, 한 사람이 계속 말을 안 하면 나머지 9명이 ‘너 말 좀 해 봐, 우리가 들어줄게’ 하면서 귀를 쫑긋 세우잖아요. 그 한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요. 사실 첫 번째 법칙의 단초는 ‘래리 킹’에서 시작이 됐어요. 래리 킹이 『대화의 신』을 썼을 때 방송을 찾아서 봤는데요. 팔짱 끼고 상대방 말을 듣다가 질문만 하지, 말을 잘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래리 킹이 말을 잘 한다고 하잖아요. 그게 사람들의 인식인 거죠. 그리고 어디에 가서 이야기할 때 ‘최대한 말하지 말자’고 생각하고서 듣고 질문만 하면, 나올 때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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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말하는 것은 ‘상대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일’이라고 하셨죠.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인류가 시간에 대해 연구한 지는 200년도 안 됐어요. 필립 짐바르도의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 에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인간은 이성 혁명을 통해서 종교로부터 분리돼 자유를 얻었고, 그 수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자유를 얻기 시작하면서 산업혁명을 만들어냈고, 자본주의가 만들어졌고, 경쟁 문화가 시작됐죠. 그런데 시간은 만들 수가 없어요. 유한한 자원이에요. 그래서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문제예요. ?『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 에는 ‘성공하는 모든 플랫폼은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고 중요한 건데,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서 그다지 많이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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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10분 독서>를 통해서 ‘시간을 줄여주는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기업에 가서도 ‘저는 시간을 줄여주는 일을 합니다’라고 말해요. 책을 요약하고 동영상을 만들고, 그런 게 아니고요. 현대모비스 같은 경우에는 팀장들이 매달 1~2권씩 책을 구매하는데 <이동우의 10분 독서> 리스트에서 선택해요. 그런 점에서 ‘어떤 책을 고를지, 어떤 책을 봐야 되는지, 그 책에서 어떤 내용들을 캐치해야 되는지’를 전달함으로써 시간을 줄여주는 일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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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모아만 놓으면 도움 될까?


말을 잘하기 위해서 해야 일이 세 가지 있다고요. 알고 있는 정보를 요약?정리해야 하고, 맥락을 파악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는 방해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어떤 친구들은 하루 중에 카톡으로 보내는 양보다 말하는 양이 더 적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시작되면서 말이 짧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제 기억으로는 스마트폰을 쓰기 전에는 미디어에서 줄임말을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것도 우리가 말을 잘하지 못하는 환경인 거죠. 저는 할 수만 있다면 17~18세기에 가서 한 달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때의 작가들과 음악가들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냈을까 궁금해요. 어떻게 살았기에 그렇게 명곡들을 만들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뛰어나고 분량도 방대한 소설들을 다 손으로 썼을까 싶어요. 예전 사람들의 지적 소양이나 사색하는 훈련이 지금의 현대인보다 훨씬 더 앞서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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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를 저장해두기만 하는 것 같아요. 따로 정리하거나 곱씹어보지는 않고요.


그렇죠.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에버노트에 탭을 3천 개 만들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걸 다 봐요?’ 하고 물어봤어요. 당연히 안 보겠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카피만 해서 모아놓는다면, 그게 지적 노동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요. 자기 손으로 직접 적는 것도 아니고, 카피하면서 자세하게 읽거나 옆에 메모를 하지도 않을 거잖아요. 그냥 카피만 많이 해놓는다고 해서 책을 쓸 수 있는 정도의 사고력과 필력이 있느냐 하면, 그건 다른 문제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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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아는 건 자기 것으로 흡수하고, 그걸 남한테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일까요?


그렇게 정리가 되어 있으면 자기가 알고 있는 걸 30초나 1분 만에 전달하는 게 가능해요. 한 때 ‘엘리베이터 스피치’, ‘1분 스피치’, ‘1분 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잖아요. 그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리가 안 되어 있어요. 거기에서 문제가 일어나죠. 카페에 가면 다들 말 잘하잖아요. 그런데 뭘 설명하라고 시키면 말 못하죠. 생각해보지 않았고, 말해보지 않았고, 적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말로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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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말하는 기술’만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에요. 후반부에는 ‘단순한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죠. 말하기를 위해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일이 필요할까요?


말이라는 건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걸 자주 느껴요. 자기 안에 갖고 있는 에너지를 고유한 주파수로 밖을 향해 쏘는 거잖아요. 사람이 의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첫 번째 눈빛이고 두 번째가 말투예요. 상대가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몰라요. 그 사람이 쭉 쌓아온 것, 누적된 에너지를 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말이라는 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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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평가 받는 직원의 말하기


저자님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적으셨는데, 놀라운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늘 똑같은 아침 메뉴를 드시고, 똑같은 옷을 입으신다면서요? 오늘도 그런가요?


네, 오늘은 안에 반팔 티셔츠를 입었는데요. 요즘은 흰 셔츠에 재킷을 걸쳐요. 양복은 한 벌이 있고요. 월화수목금 똑같이 생긴 흰 셔츠를 입어요. 신발도 하나를 사면 그 전에 신던 건 버려요. 어느 순간엔가 이게 편해졌어요. 가장 좋은 점은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뭐 입지? 뭐 먹지?’ 같은 고민을 안 해도 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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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야 할 일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집중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라고 하셨죠.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였어요.


생활이 심플하지 않고 생각이 심플하지 않은데 어떻게 말을 심플하게 하겠어요. 생활도 머릿속도 복잡한 사람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야기를 간단하게 할 수 있겠냐는 거죠. 저의 기본 전제는 자신의 생활과 생각부터가 정리돼 있어야 말을 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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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에서 강의도 하시고 경영자들과 만나시는 일도 많잖아요. 네트워크가 중요할 것 같은데, 역시나 ‘심플’을 추구하시더라고요. SNS도 안 하시고 사람 많은 모임에도 잘 안 가신다고요.


예전에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매우 어려워졌을 때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를 다 지웠었어요. 가족과 친구들 스무 명 정도만 남기고 3천 명 정도 되는 명단을 다 지웠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나이와 연차가 쌓일 때마다 어떤 지위에서 어떤 실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연락을 안 하거든요. SNS도 중요하기는 하죠. 느슨한 연대, 중요하죠. 그런데 기본 전제는 ‘그 사람이 실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16년 정도 회사를 운영했는데, 경험칙에 보면, 술 마시며 만난 사람들이나 골프 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도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오는 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술 마시면서 영업하는 게 도움이 된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사람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팔아야 하고 영업을 해야 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각자의 상황과 호불호의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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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경영해 보신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말하는 직원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나요?


삼성 이병철 회장의 세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게 뭔데?’, ‘어떻게 됐는데?’, ‘우짤낀데?’가 끝이에요. 주제가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너의 의견은 무엇인지 묻는 거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자기 의견이 있어야 돼요. 기업의 보고서 형식을 보면, 대부분 번호를 매겨서 쭉 나열해 놓잖아요. 현황에 대해서만 정리해서 갖다 준 거예요. ‘나는 보고서 냈으니까 결정은 네가 해’라는 거죠. 거기에 결론을 쓰는 경우에도 자기의 의중이 들어간 게 없고 ‘~했음’, ‘~임’으로 끝나요. 입장이 곤란하지 않을 만큼 하고 최대한 피해나가는 거죠. 만약에 그걸 풀어서 글로 쓰면 어디에 힘이 실렸는지 알 수 있어요. 제프 베조스가 임원들한테 ‘쉽게 풀어서, 손으로 써서’ 들고 오라고 한다는데, 그 바쁜 기업이 왜 그렇게 하겠어요. 시사하는 바가 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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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사람들한테 가장 필요할까요?


아마도 첫 번째는 직장인일 것 같고요. 직장인들 중에는 팀장들일 것 같아요. 팀장들부터 깨닫고 문을 열어줘야 팀원들도 따라할 거잖아요. 그 다음에는 취준생도 많이 봤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20~40대 직장인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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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말하기 법칙’ 중에 한 가지가 ‘3가지만 강조할 것’이에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3가지만 강조하신다면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손으로 적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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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게 말한다이동우 저 | 다산북스
말하기 전에 정보를 취합하고, 맥락 속에서 핵심을 찾고, 듣는 사람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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