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책읽아웃] 자신감 잃은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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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 지금 <월간 채널예스>에서 ‘나도, 에세이스트’라는 에세이 응모전을 하고 있다고요?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세요.


프랑소와엄 : <월간 채널예스>가 내년 1월호부터 개편을 시작해요. 11월 25일까지 ‘2020년 나에게 하는 약속’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를 보내주시면 대상 1편을 <월간 채널예스> 1월호에 2쪽 분량으로 실을 예정입니다. 200자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으로 보내주시면 되고요. 참여만 해도 전원 YES포인트 1,000원을 지급합니다. 꼭 응모해보세요.

불현듯(오은) : 매달 새로운 주제로 응모를 받는 건가요?


프랑소와엄 : 네, 맞습니다. chyes@yes24.com?으로 보내주세요.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자신감 잃은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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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가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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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임이랑 저 | 코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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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 작가님은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오래 활동하고 계시고요. 요즘은 팟캐스트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하고 계세요. 식물 애호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것이 흥미로운데요. 알고 보니 임이랑 작가님이 식물에 빠지게 된 건 심각하게 지쳤던 시절부터였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을 봐도 기쁘지 않고, 집중도 안 되던, 지금 생각하면 불안장애나 우울증이었던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시절이었다고 말하거든요. 당시 상태는 병원에 갈 에너지조차 없었을 정도였대요. 그때 우연히 식물에 매료된 거예요. 책에는 이 위험한 시기에 좋은 친구를 만나서 “아주 운이 좋았다”라고 적으셨어요. 정말 다행스러운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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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임이랑 작가님이 경험한 마음의 변화나 회복의 과정을 담고 있어서 오늘 주제에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임이랑 작가님은 자신을 ‘우울한 날엔 식물에 물을 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고요. 식물은 지난 밤에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건 아침이 오면 늘 똑같은 일을 하게 해주어서 좋다고 말합니다. 생활을 회복한다는 건 루틴을 회복하는 일 같아요. 규칙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작가님은 지독한 심야형 인간이었는데 식물을 좋아하면서는 바뀌었대요. 어떻게든 오전 중에는 일어나서 식물이 햇빛을 보게 하고, 식물에 물을 주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운이 없을 때, 자신감을 잃었을 때는 나에게 소홀하기 쉽죠. 식사도 대충하고, 잠을 늦게 자거나 짧게 자거나 안 자거나 하고요. 나한테 해로운 활동을 하게 마련인데요. 그걸 막아주는 것은 이런 존재들 같아요.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존재. 그게 반드시 화분이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이라든지 사랑하는 사람 같은 존재를 곁에 두는 것이 얼마나 마음 건강에 중요한가 생각하게 됐어요. 임이랑 작가님이 식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켜보는데 묘하게 내가 회복되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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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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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입니다』

이경혜 글 / 송지영 그림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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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권의 책을 두고 고민했어요. 이다혜 작가님의 ?『출근길의 주문』?, 권김현영 작가님의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제마 하틀리 작가님의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가 후보였고요. 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이 좋아할 책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자꾸만 이 그림책에 시선이 갔어요. 그림책은 저자 소개글이 재미있잖아요. 글을 쓰신 이경혜 작가님은 ‘어렸을 때는 이 그림책 속의 바위처럼 내 자신이 싫어서 늘 다른 나를 꿈꾸었습니다. 그래선지 그림을 그린 송지영 작가가 들려주신 이 이야기에 깊이 마음이 끌려 좀 더 살을 붙여 보게 되었습니다.’라고 적혀 있고요. 그림을 그리신 송지영 작가님은 ‘내가 무척 초라해 보이던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싫어서 다른 내가 되고 싶어지는 그런 날 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달라지고 싶던 바위처럼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며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첫 문장이 강렬해요. “나는 내가 싫습니다”로 시작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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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싫습니다. 바위인 게 싫습니다. 못생기고 울퉁불퉁한데다가 꼼짝도 못하는 바위. 나는 왜 하필 바위로 태어났을까요. 살랑살랑 바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뭇잎을 팔랑팔랑 흔드는 바람. 파릇파릇 풀잎이라면 더 좋겠지요. 바람이 불면 수런수런 이야기를 나누는 풀잎들. 하늘하늘 꽃이라면 더더욱 좋을 거예요. 벌들이 붕붕거리며 찾아오는 어여쁜 꽃들. 그런데 나는 바위입니다. 나는 내가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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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친구가 많은 개미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눈이 펑펑 쏟아져서 눈이 자기를 숨겨주길 바라기도 해요. 폭풍에게 자기를 먼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도 하는데요. 폭풍은 “넌 바다로 가게 될 거야.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라고 말해요. 바위는 자기가 바다로 간다는 것도, 다른 모습이 된다는 것도 믿질 않아요. 이제 왜 제목이 ?『나는 돌입니다』? 인지 아시겠죠? 이 그림책의 결말은 소박하면서도 아주 크게 다가오고요. 저는 이 그림책을 여러 번 읽었는데요. 정말 그림과 같이 천천히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존재를 부정하게 되거나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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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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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소중애 글그림 | 봄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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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 작가님은 164편의 책을 쓰셨고요. 초등학교에서 3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셨대요. 어린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잘 담는 책을 쓰시는 것 같아요. ?『노랑』? 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갖고 있던 노란색은 어린아이의 색, 밝은 색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또 영어로 ‘yellow’는 겁이 많다는 의미도 있다고 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어떤 노랑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주인공 ‘노랑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요. 첫 장면에서 노랑이는 병아리도 그리고, 노란색 개나리 같은 꽃도 그리고 있습니다. 바다도 그리고요. 그런데 바다는 파란색으로 많이 그리잖아요. 노랑이가 악어도 노란색으로 그려놓으니까 친구들이 “노란 악어잖아. 말도 안 돼”라고 해요. 어른들도 자꾸 뭐라고 하죠. 혼자 놀지 말고 친구들과 놀라고요. 그런데 노랑이는 “싫어요, 싫어요. 나는 싫어요.”라고 말해요. 그렇지만 노란색으로 그릴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는 거예요. 색이 하나뿐이니까 경계도 없어지고,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아마 그러면서 노랑이도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거예요. 여전히 빨강이, 파랑이, 초록이가 함께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에 안 들어”라고 말하지만 말이에요.


자신감을 잃었을 때는 주위의 환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노랑이가 고집을 부리지만 친구들은 노랑이와 함께 놀고 싶어하거든요. “네가 꼭 필요해”라고 얘기해주면서요.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이 있다면 너는 네 몫을 다 하고 있어, 네 몫을 잘하고 있는 중이야, 라고 주변 사람들이 계속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노랑이가 친구들과 함께 놀기 싫어진 것도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거든요. 자신감을 잃었을 때는 누구도 만나기 싫고, 가까운 사람도 지겹고, 짜증나고, 나한테 말 거는 것도 싫잖아요. 결국 그렇게 된 사람을 다시 건져 올리는 것도 사람 같아요. 가까운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곁에서 지켜봐주는 것이 자신감 잃은 사람을 다시 자신감 있게 만드는 동력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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