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금 “여행을 꿈꾸는 것 부터가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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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도시는 서로에게 빛을 던지는 존재이다. 예술가는 도시에서 창작욕을 불태우고, 예술가의 눈에 띈 도시는 예술 작품 속에 영원히 남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예술가가 사랑한 도시 곳곳에서 예술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술가가 사랑한 도시, 그리고 예술가가 남긴 흔적을 찾아 유럽 24개 도시로 떠나는 예술 기행을? 『예술가가 사랑한 유럽 도시』? 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럽 예술 기행을 직접 설계하고 책으로 기획, 집필한 김향금 저자에게 여행과 책 이야기를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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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도시들 가운데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 혹은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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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의 피렌체입니다. 메디치가의 후원으로 꽃을 피운 르네상스의 본고장이지요. 또 천재들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단테, 미켈란젤로, 브루넬레스키, 레오나르도 다빈치, 도나텔로, 마사초, 조토, 보티첼리, 갈릴레이, 마키아벨리…. 수많은 천재들의 존재감을 느끼며 그들의 발자취를 좇는 것만으로도 벅찬 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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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단테의 발자취를 따라 피렌체를 돌아다녔어요. 단테가 세례받은 산 조바니 세례당, 어린 단테가 마차를 타고 다니던 코르소 거리, 카사 디 단테,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산타 마르게리타 성당, 10년 뒤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우연히 마주친 폰테 산타 트리니타. 단테의 빈 무덤과 동상이 서 있는 산타 크로체 성당, 그리고 『신곡』의 문장이 새겨진 30개의 현판을 하나씩 찾아낼 때마다 느낀 짜릿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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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평소 문학과 미술, 음악을 많이 접하고 예술가의 생애에 관심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책을 쓰면서 새롭게 보게 된 예술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요즘 모네가 제일 부러워요. 실제 삶과 예술에서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완성하고 즐겼으니까요. 모네는 지베르니에 꽃과 물의 정원을 만들고 놓고, 계절마다 다른 컬러의 꽃을 심어 ‘색채의 정원’을 꾸몄지요. 최근에는 모네의 영향으로 가드닝에 눈을 떠서 허브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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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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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가면 대부분 유명한 건축물이나 박물관, 미술관 위주로 보게 되는데요. 예술가와 도시를 연관 지어 여행하는 방식은 좀 새로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여행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늘 ‘장소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예술가는 남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한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지요. 도시는 예술가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고요. 예술가와 도시는 서로에게 빛을 던지는 존재입니다. 특히 안데르센에게 코펜하겐은 무궁무진한 작품의 소재가 되었어요. 한 예로, 중국에 가본 적 없는 안데르센은 티볼리 놀이공원의 중국식 정자와 드래곤 보트가 있는 연못에서 영감을 얻어 『나이팅게일』을 창작했지요. 안데르센은 그날 밤 일기에 “티볼리에서 중국 동화가 시작되었다.”라고 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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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사랑한 유럽 도시』? 는 어른이 봐도 유익하지만, 어린이 독자를 1차로 염두에 두고 쓰신 책입니다. 이 이야기를 어린이들과 나누고자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딸 아이 어렸을 적에 <마르셀의 여름>, <마르셀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이 영화들의 원작 소설을 쓴 마르셀 파뇰은 <마농의 샘>으로 잘 알려진 작가지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출신인 파뇰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자전소설을 썼고, 이 작품을 이브로 베르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지요. 마르셀 파뇰의 아버지 조제프는 교사였어요. 어느 해 여름방학 때, 마르셀의 가족과 이모 가족은 프로방스 교외의 농가로 한 달 휴가를 가지요.
그곳에서 마르셀은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아갑니다. 그 당시에 ‘시골 농가에서 한 달 살기’는 완전히 새로운 휴가 방식이었어요. 물질적인 부유함보다는 딸 아이에게 ‘여행의 추억’을 선사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이 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유럽 예술 기행을 꿈꿀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당장 여행을 떠날 처지가 아니라도, 여행을 꿈꾸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고 그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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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창작 활동과 지역 또는 공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직접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로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어요. 그러다가 4년 전에 경기 남부의 작은 도시로 이사 왔지요. 아침마다 호숫가를 산책하고, 주말에는 산에 오릅니다. 매일 제가 보고 느끼는 게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아스팔트 키드 출신인 제가 이른 아침 호숫가에서 물 차는 새들을 지켜보고, 산에서 두더지, 고라니, 도마뱀을 만납니다.
최근에 마감한 원고에서 이른 아침 새들의 날갯짓에 관해 풍부하게 묘사할 수 있었어요.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에 민감해진 건 물론입니다. ?『경성에서 보낸 하루』? 를 쓸 때 ‘하루의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와 각 챕터의 주제를 연결시켰던 발상은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았기에 가능했지요. 가까운 미래에는 좀 더 풍부하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도시에서 살 계획도 있어요. 한 작가가 사는 도시는 그가 세계와 인간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 주는 창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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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조언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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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첫 단계이자 마지막 단계는 ‘지도로 떠나는 상상 여행’입니다. 아이와 함께 구글맵을 수시로 보면서 가고 싶은 장소에 표시를 해 두세요. 저는 심심할 때마다 구글맵을 들여다봅니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 볼 때도 있어요. 제 구글맵에는 온통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표시가 잔뜩 붙어 있어요.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종다양한 여행서를 읽고, 관련 유튜브도 참고하면서 여행할 곳들을 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구글맵을 보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장소를 탐색합니다. 피렌체에서 ‘식당의 이데아’로 손꼽을 만한 트라토리아를 찾아낸 것 것도 구글맵을 통해서였어요. 지도로 보다가 실제로 그 장소에 갔을 때, 상상과 현실이 딱 마주쳤을 때의 감동과 ‘간극’도 흥미롭지요. 집에 돌아오면 또 구글맵을 보면서 여행한 곳을 되새김질합니다. 미처 가지 못한 곳을 아쉬워하면서 또 다른 여행을 꿈꿉니다. 지도는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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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호른이 보이는 고르너그라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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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 지리와 역사, 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책을 쓰셨는데, 이번 책을 보면 작가님의 관심이 세계로 넓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책들을 쓰실 계획인가요?
내년 초에 성인 대상으로 ‘여행법’에 관한 책을 쓸 예정입니다. 그 밖에도, 여행과 예술 작품, 여행과 중세 유럽을 연결시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세계 문화에 관한 대중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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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금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과 국문학을 공부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우리나라의 역사, 지리, 인물 논픽션 책을 쓰거나 만들어 왔습니다. 앞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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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책으로 『생활사박물관』, 『한국사탐험대』, 『우리 알고 세계 보고』 시리즈가 있고, 쓴 책으로 『경성에서 보낸 하루』, 『조선에서 보낸 하루』,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우리 땅 캠핑 여행』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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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사랑한 아름다운 유럽 도시김향금 글/토끼도둑 그림 | 그린북
우리는 예술가가 사랑한 도시 곳곳에서 예술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 예술가가 사랑한 도시, 그리고 예술가가 남긴 흔적을 찾아 예술 기행을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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