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을 두고 맞붙은 조카와 삼촌의 지식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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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가장 평범한 10대 조카와 까칠해도 마음은 한없이 푸근하고 세상사 모르는 것 없는 척척박사 백수 삼촌이 만났다. 주휴수당이 뭐냐고 묻는 조카의 질문으로 시작해 최저임금의 모든 것을 알아본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에 이어 이번엔 두발을 자르라는 학칙에 분노한 조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민불복종’을 꺼내 들었다.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부당함에 맞서는 삐따기들의 행진』은 잘못된 법과 제도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정의로운지, 단순히 저항한다는 의미를 넘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우는 게 올바른지를 찰떡궁합 조카와 삼촌이 하나하나 캐묻고 따져 본다.
연륜 많은 삼촌이 일방적으로 조카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오산. 지식은 없어도 양심과 상식의 범주에서 기성세대의 잘잘못을 콕콕 정확하게 지적하는 조카는 오히려 논쟁을 끌어가는 고삐를 쥐고 있는 듯하다. 때론 내가 삼촌이 된 듯도, 때론 조카의 편에 서게도 하는 이 오묘한 책은 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오늘도 부당함에 눈감고 넘어가지 못하고 뭐라도 하나 하려고 덤비는 하승우 작가를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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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과 ‘10대’, 어딘가 간극이 있는 느낌이에요. 제목처럼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 듯한데요. 특별히 10대를 위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을까요?
제가 이래저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10대 때 만들어진 생각의 틀이 거의 평생 가더라고요. 저 역시 그랬고요. 준법과 복종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에서 자기 목소리 내며 부당함에 맞서려면 10대부터 꾸준히 반발하고 저항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복종도 훈련이죠. 먼저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이 있으니 함께 걸어 보자는 제안입니다.^^
삼촌과 조카가 싸우는 듯 대화하는 듯 이야기를 해 나가는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웹툰을 보는 것처럼 킥킥거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중학생인데도 40대 삼촌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기도 하고 때로는 삼촌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하는 조카 얘기를 듣고 있으면 시원한 마음도 들고요. 이런 설정을 하게 된 의도가 있으실까요? 혹시 이런 대화를 나눴던 진짜 조카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그런 조카가 있었다면 제 머리털이 더 빠졌겠죠. 사실 책에 나오는 삼촌과 조카는 저의 인격을 두 개로 분리시킨 겁니다.^^? 삼촌과 조카의 대화 형식으로 끌어간 이유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실생활로 끌어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를 읽으신 분이라면 이번 책에서는 삼촌이 아니라 조카가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이것도 기존의 위계를 비트는 방식이죠.
작가 프로필을 보면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학교에 유인물을 뿌리셨다고요. 책 속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불복종 사례가 여럿 나오는데요,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하신 크고 작은 활동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꼭 불복종이라고 정의하기 힘들지라도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꾸준히 하고 있는 활동도 좋고요.
음, 그건 나쁜 친구들을 사귀어서…는 아니고 그 친구들 덕분이죠.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제가 지금껏 해 온 일들도 대부분 사람들에게 꼬이거나 사람들을 꼬셔서….^^ 대학원 때는 학교랑 등록금 협상도 했고, 군대에선 구보 때 일부러 발을 안 맞춰 뛰는 훈련도 했고, 대학에서 강의할 때는 학생들이 부당함을 느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기도 했고요. 정부가 갑자기 우측보행을 강요할 때 그와 관련된 홍보비용을 정보공개 청구하기도 했고^^, 지방정부의 잘못된 예산집행이나 부당한 결정들을 주민들과 함께 반대하고 싸우기도 했어요.
근 몇 년 사이 청소년을 포함해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뜻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일이 활발해진 것 같습니다. 바꿔야 할 것이 많은 탓일까요.^^ 방법을 몰라서 앉아만 있다는 사람, 나서고는 싶은데 용기가 없다는 사람, 행동 대신 행동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지원하겠다는 사람…. 시민불복종은 이 모든 유형을 끌어안을 수는 없는 건가요? 꼭 극단적인 행동만이 불복종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요.
일제 식민지 시기에 한국인들이 많이 했던 저항이 ‘불언동맹(不言同盟)’이었어요. 일제 관리나 그 부역자들과는 말도 섞지 않겠다는 거죠. 쉬운 것 같지만 일본 순사가 물어보는데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쉬웠겠어요? 그렇게 일상에서부터 싸웠기 때문에 나중에 큰 봉기도 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극단적인 행동도 필요하지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지침들을 하나씩 어기는 소소한 저항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주시민’, ‘세계시민’ 등 ‘국민’이나 ‘주민’처럼 지역적 구분을 넘어서는 뜻을 품은 용어들이 이전보다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을 여러 방식으로 하려는 움직임이고요. ‘시민’이라는 용어가 역사적으로 품은 의미도 있지만, 공간적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시민의 뜻을 재정의해야 할 듯도 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시민’ 안에 담겨야 할 뜻과 ‘시민’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지요.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시민은 어떤 자격이나 완성된 기준이 아니라 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시민이 되려면 민주적으로 살려는 의지가, 세계시민이 되려면 세계적인 문제에 개입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의지를 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문제는 다양하겠지요. 부당한 임금에서 권력형 비리까지. 중요한 건 부당함에 눈감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시민불복종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후위기라고 생각해요. 닥쳐올 위기가 아니라 이미 나타나고 있고 속도가 빨라지는 위기이니까요. 인류의 생존이 걸린. 2030년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하나 더 꼽으라면 노동개혁입니다.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에서 다루긴 했는데요, 한국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짓밟아온 사회입니다. 기업은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나 임금체계도 갖추지 않고선 노동자들에게 노동력만이 아니라 인격을 요구합니다. 노동이 아니라 복종을 강요하지요. 기후위기와 이런 잘못된 노동법/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야 지금 10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대뿐 아니라 청년 세대, 10대 자녀를 둔 세대 등 모두가 읽기를 바라며 쓰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청소년 책이기 때문에 담는 내용과 표현에서 자체 거름망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시민불복종에 관한 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을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2012년에 『민주주의에 반하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시민의 존엄과 직접행동은 어떻게 짓밟히고 되살아났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인데요. 그 책에 한국의 사례를 빼곡히 담았습니다. 그 책을 보시면 깊이는 모르겠으나 진지한 글을 만나실 수 있어요. 지금은 시민불복종과 정반대로, 한국 사회의 폭력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분석하는 『국가폭력의 탄생』이라는 책을 기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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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연구활동가.
세상의 변화에 비관적이지만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열정에 기대어 낙관을 보충해왔다. 쉬운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했고, 선수들의 속도전보다 평범한 시민들의 느린 변화에 희망을 거는 편이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나 경제위기를 방치하고 초래해온 기득권 세력에게는 강력한 압박과 공격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정치의 장을 넓히고 활성화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땡땡책협동조합 공동대표, 더 이음 연구위원 등의 직책을 맡아왔다.
지은 책으로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시민에게 권력을』, 『민주주의에 反하다』,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공저), 『껍데기 민주주의』(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없는 사회』, 『아나키스트의 초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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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하승우 글/방상호 그림 | 풀빛
시민에게 허용된 최후의 권리이다. 부당한 현실을 눈감고 피해 가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시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 바로 시민불복종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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