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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53호 |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 수집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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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공연을 보고 나면 티켓을 왜인지 모르게 버리기가 아쉬워서 가방에 꼬깃꼬깃 들고 온 적이 많습니다.
어느 날 가방 정리를 하다 보면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티켓들은, 그날의 기억을 간직하곤 있지만 지금 내게는 무용한 것이라 결국
버려졌지요. 별 쓸모는 없지만 존재 자체가 기억이 되는 이런 물건들을 이야기처럼 모아두었더라면 생각날 때마다 꺼내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버릴 때마다 생각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와 뭘 시작하나 하면서, 또 어차피 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버리는 것을 잘 못했던 사람이라, 물건에 잔정이 많았습니다. 큰돈을 주고 산 물건이 아닌데도
왠지 그때가 고스란히 담긴 사소한 물건들은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어릴 때 사전 사이에 끼워서 말린 낙엽, 여행지에서 산 엽서나
카드, 낙서들이 담긴 노트. 누군가는 지금 필요 없는 것들은 사진을 찍고 버리라고 했지만, 그 물건들은 그때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하는 걸 테니까요. 버리지 못한 건 아마 그때의 감정들을,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영민 작가의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은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최근에는 지쳐서인지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거든요. 휴대폰 사진으로만 기록했던 나의 순간들을 이제는 물건을 직접 수집해서 기록하는 노트로
바꾸어 볼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영민 작가의 수집 이야기는 일상을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제게 작은 불씨를
심어주었습니다. 잠시 잊고 살았던 나의 모습들을 불러줄 작은 수집의 세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을 기억하는 색다르지만, 어린
시절 한 번씩은 해 보았던 수집과 기록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일상에서 발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나영 (에세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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