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욕망의 경주마를 비추는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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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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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할 수 없는 욕망은 경주마와 같다. 주변 상황에 눈가리개 한 채 목표한 욕망에만 시선을 맞춰 달리고 또 달린다.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욕망의 경주마들이 거액의 돈 가방을 차지하겠다고 벌이는 레이스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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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경주마(?)는 사라진 애인의 사채를 보증 선 이유로 쫓기는 신세의 태영(정우성), 돈 없어? 그럼 죽을 각오 해야지,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두만(정만식), 이제나저제나 인생 리셋하려고 큰돈 만질 기회만 찾고 있는 술집 사장 연희(전도연), 남편 몰래 일 벌였다 사기당해 거액의 빚을 떠안은 주부 미란(신현빈), 미란이 좋아 사정을 듣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꾸미는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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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서 핀볼처럼 오가던 돈 가방이 어떤 사연인지 호텔 사우나 로커에서 발견된다. 손에 넣은 이는 사우나 프런트 직원으로 아르바이트하며 힘겹게 가족 생계를 책임지려는 전직 횟집 사장 중만(배성우). 아들과 함께 일궜던 횟집이 몰락하자 그 충격에 정신을 놓은 노모 순자(윤여정). 남편 수입으로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 국제여객터미널 청소부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 영선(진경). 이 8명이 돈 가방을 두고 아귀다툼의 레이스를 벌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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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눈이 먼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비추려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선택한 카메라의 주된 기법은 ‘클로즈업’이다. 인물이 카메라에 가득 담기도록 비추는 클로즈업은 해당 인물의 감정을 증폭하여 전달,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적게 활용하는 것이 미덕으로 인식되고는 한다. 그와 다르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클로즈업이 등장하는데 포스터에서조차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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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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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을 한 장에 담은 이 영화의 포스터는 각 인물의 눈동자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춰 얼굴이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클로즈업이 타이트하게 들어간 게 특징이다. 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감정이 휘발할 정도로 건조해진 인물의 욕망이다. 저 혼자 돈 가방을 차지하겠다고 요리조리 눈알을 굴리는 각 인물의 눈동자가 속고 속이려는 이들의 뻔한 레이스 전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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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욕망은 과잉한 클로즈업을 부르는 한편으로 컬러풀하게 묘사되기 마련이다. 번득이는 네온사인 앞에서 모종의 계략을 꾸미고, 명암이 극단으로 교차하는 공간에서 돈 가방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고, 문양이 과도하게 들어간 옷가지로 상대방을 현혹하는 등의 이미지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의 신세를 암시한다. 누가 돈 가방을 쥐게 되건 선을 넘은 욕망은 사회적 죽음, 즉 몰락을 재촉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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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클로즈업은 여타의 정보는 차단한 채 화면 가득한 인물들의 욕망만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욕망의 프레임으로 작동하는 클로즈업은 8명의 인물이 그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철창 없는 감옥을 형상화한다. 어찌 됐든 8명 중 한 명은 돈 가방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하겠지만, 경주마의 운명이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레이스가 이어진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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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그 돈을 지키기 위해 뛰고 또 뛰어야만 하는 경주마에게 욕망을 거세하면 남는 건 초라한 민낯이다. 욕망할 때에만 화려하게 빛나던 8명의 인물에게서 욕망의 인공조명을 빼고 나면 드러나는 건 레이스 동안 누적된 피로감과 먼저 들어오지 못해 낙오한 절망감과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의 비극이다. 욕망이 레이스가 될 때 승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무간지옥의 레이스 앞에서 모두가 패배자다. 이게 과연 남의 일이기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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