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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96호 |
당신은 진짜 복수를 원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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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힘’이라는 말이 있죠. 세게 문학의 여러 거장들은 복수를 서사 중심축에 놓았습니다.
무협지만 읽어도 부모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주인공이 무술을 습득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무언의 법칙처럼 설정되어 있죠. 어떻게
보면 ‘복수는 소설의 힘’이기도 하네요. 오늘 소개드릴
『고부키초의 복수』
역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죽이고 돌아온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때는 에도시대. 정월 그믐밤, 고비키초라는 마을의 극장 뒤편에서 기쿠노스케라는 소년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며 한 도박꾼의 머리를 벱니다. 많은 구경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소문은 멀리 퍼져나가 ‘고비키초의 복수’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되지요. 결투가 벌어진 지 2년 후, 한 무사가 복수극의 무대였던 극장을 찾아오게 됩니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그
무사가 목격자들의 진술을 듣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목격자의 1인칭 발화를 통해, 마치 무대에서 배우들의 독백을 듣는 느낌이
들죠. 화법도 달리해서 더욱 생동감을 줍니다. 목격자는 총 다섯 명. 법도와 충절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던 시절, ‘악처(나쁜
곳)’라 불렸던 극장에서 예인, 여장 배우, 각본가 등으로 살아온 목격자들이 저마다의 입장에서 그날 밤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각자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들려줍니다.
과연 이 복수는 정당했을까요?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기쿠노스케가 진정으로 복수를 하고 싶어 했는지
의심스럽게 되지요. 그 복수를 실행한 칼끝에는 무엇이 남겨져 있을지는 소설의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달려가니 놀라지 마시길. 시대소설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지금의 우리에게 더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제169회 나오키 수상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입증받았습니다. 올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첫
미스터리 작품으로 선택해도 후회 없으실 겁니다.
- 김유리 (소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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