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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36호 |
동물의 감각,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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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방이 있습니다. 이 방에는 방울뱀, 코끼리, 생쥐, 거미, 모기, 울새 그리고 인간이 있습니다.
모기는 인간의 피부 향내를 맡고 근처를 맴돌다 손찌검을 피해 도망칩니다. 손바닥 찰싹 소리는 생쥐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불안한
생쥐는 찍찍 소리를 내고, 방울뱀은 생쥐의 존재를 감지합니다. 생쥐의 찍찍 소리는 너무 높아 코끼리는 듣지 못합니다. 코끼리의
초저주파 울음소리도 생쥐에겐 들리지 않습니다. 이 모든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은 자신의 귀에 더 잘 맞는 주파수로 노래하는
울새의 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방은 지구의 축소판입니다. 지구는 다양한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으나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각자 감각의 범위 안에서 세계를 극히 일부 인식할 뿐입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는 동물의 감각기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오감 너머에 실재하는 경이로운 감각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동물들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상상하는 일은 지구라는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인간이 얼마나 한정된
감각만을 사용하는지 깨닫게 합니다. 동물들의 눈과 귀, 코와 피부를 통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숨겨진 세계가 드러납니다. 새로운
감각 세계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세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은 걱정하지만, 소음이나 빛 공해를
걱정하진 않습니다. 갓 부화해 둥지에서 나온 새끼 바다거북은 본능적으로 밝은 수평선을 향해 기어가지만, 불 켜진 도로나 리조트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되기도 합니다. 인공광은 플로리다주에서만 매년 수천 마리의 아기 거북을 죽입니다.
저자 에드 용은 "하나의 종이 사라질 때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하나씩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을 궁금해하고, 상상하고, 모두를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생명체입니다.
세상에는 인간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느낄 수 없는 자기장을 통해 10년 동안 대서양을 항해하는 거북이나 지반 반동을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
광자 하나의 통과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털을 가진 귀뚜라미 등 동물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우리와 지구의 동료 거주자들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안현재 (과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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