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시장에서 찾는 새로운 투자 기회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의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뉴스가 들려오면서, 다음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기업을 찾아 나선 투자자들이 많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모빌리티 산업’에 주목하는 책, 『나는 그랩과 우버에 투자했다』가 출간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형 이동 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자율 주행차나 로보 택시 등 모빌리티 시장을 둘러싼 변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벤처 투자자 김기영 작가를 만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슈퍼모빌리티 앱으로 ‘그랩과 우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들어보자.
저자님과 ‘벤처 투자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Grab(그랩)'에 벤처 투자자로 참여한 경험을 계기로 책을 출판하게 된 김기영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벤처 투자자’는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집단입니다. 벤처 투자자를 영어로 쓰면 'Venture Capitalist(VC)'인데, 한글로 풀어쓰면 ‘모험 자본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어요.
'VC'는 모험 자본을 활용하여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이런 형태의 투자는 리스크도 크지만 회수 단계까지 갈 경우,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독자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토스, 쏘카, 무신사’와 같은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VC 투자를 받았고, 글로벌 시가총액 Top 10에 들어가는 기업 중 절반 이상도 VC 투자를 통해 고속성장을 이룬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그랩과 우버 역시 사업 초기 단계부터 벤처 투자를 받은 대표적인 글로벌 스타트업이었고요.
수많은 기업 가운데 특히 ‘그랩’과 ‘우버’에 주목해 책을 쓰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벤처 투자자들은 각자의 투자 방법과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입니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삶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의식주’를 꼽아왔는데요. 이제는 여기에 한 가지 키워드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동(Mobility, 모빌리티)’이라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먹는 음식, 사는 집도 결국은 사람의 이동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과거 인류는 이동의 ‘수단’에 대해서만 고민했지만, 이제는 이동의 수단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단계로 진화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여러 이동 수단들을 플랫폼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배달, 금융과 같은 다양한 영역들까지 붙으면서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라는 새로운 개념의 시장이 등장했습니다. 'MaaS'는 2025년 약 215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규모 마켓인데요, 이 시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그랩과 우버입니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과 기업을 더 많은 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랩’에 실제로 투자를 집행한 투자자였기에 알 수 있었던 재미난 점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재밌는 얘기는 아니지만(웃음), 그랩의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말씀드려볼게요. 우선 저는 그랩 투자 딜을 진행하기 전에 예일대 동문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브라이언 리미아디'를 찾아갔어요. '브라이언'은 인도네시아 출신인데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뉴욕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다 다시 자카르타로 넘어와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 친구는 동남아 쪽에서의 네트워크가 무척 좋았고, 그랩과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지인이었죠. 브라이언의 소개로 동남아 스타트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창업가를 직접 만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놀라웠던 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브라이언과 같이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젊은 동남아시아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거였어요. 옛날에는 이런 친구들이 모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이나 홍콩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시장의 성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젊은 인재들이 큰 망설임 없이 집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업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저에게 꽤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줬습니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신 거군요?
네, 또 중요한 한 가지 포인트는 대화 속에서 ‘그랩’과 ‘고젝’이라는 회사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는 것이었어요. VC 관점에서 동남아 시장을 볼 때 느끼는 큰 두려움 중 하나는 바로 ‘엑싯(Exit, 회수)’에 대한 가능성이거든요. 아무리 좋은 회사여도 엑싯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돈을 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랩과 고젝의 드라이버들을 동남아 곳곳에서 목격하면서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갈 수 있음을 발견한 거죠.
특히, 그랩의 경우 2018년 우버 합병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량 공유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활용하여 전개할 수 있는 후속 사업들도 무궁무진해 보였죠. 쉽게 얘기하면 그랩은 ‘슈퍼앱’으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 보였습니다. 동남아시아 방문을 통해 그랩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최근 자율 주행, 로보 택시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작가님은 이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으신가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자율 주행과 로보 택시는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관련 자료들을 보면 향후 10년 이내에 전체 이동의 95%가 자율 주행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정확한 수치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큰 흐름은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겠죠. 그랩과 우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대내외적인 이유로 관련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두 회사 모두 자율 주행과 연관된 서비스를 추구할 것이라고 봅니다. 자율 주행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오히려 그랩과 우버 같은 모빌리티 플레이어들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것 같습니다.
방금 해주신 답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자율 주행 기술의 대표 주자를 꼽자면 당연히 '테슬라'인데, 테슬라 같은 회사에서도 중장기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어요. 예컨대 스마트폰을 사용해 승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테슬라 차량을 배차하고, 배차된 차량을 자율 주행 모드로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서비스 같은 걸 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이런 서비스에 대한 주도권은 테슬라가 아닌 차량 공유 플랫폼들이 가져갈 확률이 훨씬 더 높아 보여요. 이미 그랩과 우버 같은 플랫폼들이 확보한 이용자 수와 축적한 데이터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죠. 양사는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관 데이터를 확보해서 이를 서비스 운영에 적용하고 있고,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지역별·시간별 수요를 예측하여 드라이버들을 배치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동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우버의 가동률은 약 50% 수준으로 미국의 평균 택시 가동률인 33%보다 유의미하게 높아요. 테슬라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적으로는 유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책을 출판하기 전까지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매크로한 변수들이 워낙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특정 회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을 내놓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VC를 하면서 배운 투자의 본질은 ‘1. 좋은 내재가치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언젠가는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 ‘2. 규모 있는 성공을 위해서는 긴 타임 프레임을 가지고 훌륭한 회사들과 함께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장고 끝에 출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랩에 대한 내용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침 우버라는 좋은 비교군이 있어 함께 도움이 될 만한 인사이트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중간중간 VC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도 본문 속에 녹여봤는데요, 나름 새로운 접근법의 전개라 독자분들도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기영 다수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투자 팀장을 거쳐 신세계 그룹의 CVC 자회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1호 전문 심사역(Director)이자 창립 멤버로 근무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는 나스닥에서 조 단위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에 성공한 동남아 슈퍼앱 ‘그랩’, 국내 패션테크 1등 플랫폼 ‘에이블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급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면서 실력을 입증받았고, ‘스톤브릿지’ 재직 중에는 코스피 상장 예정인 모빌리티 스타트업 ‘쏘카’의 딜팀으로도 참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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