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위클리 레터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사춘기가 왔습니다. 모든 게 시시해보였죠. 어른들의 세상도, 학교도, TV도, 기타 등등. 특히 친구끼리
생일마다 서로 선물 주고받고, 분식집 가서 떡볶이 먹는 모습도 유치해보였습니다. 그러던 시기에 토마스 만이 쓴 장편소설 『마의
산』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시간에는 사실 눈금이 없고, 새로운 달이나 해가 시작될 때 천둥이 치는 것도 아니고 나팔 소리가 울리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될 때 예포를 쏘거나 종을 치는 것도 인간뿐이다."
- 토마스 만, 『마의 산 1』, 을유문화사, 2008, 434쪽
이거다! 그럭저럭 친한 친구들이 자신의 생일을 알려올 때마다, 저 문장을 읊어줬습니다. 결과는, 점점 더 친구들이 없어졌습니다.
연말이 되면 『마의 산』이 생각납니다. 서점에서 일하면 다양한 일력(日曆)을 만나거든요. 예전 목욕탕이나 미용실 벽에 걸렸던
천편일률적인 일력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매해 빠짐없이 이맘때면 모습을 드러내는 민음사 인생일력을 시작으로,
올해는 한국사, 논어 일력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는데요.
'시간이란 언어처럼 자의적이지, 거기에 의미 부여할 필요 없어'라고 말하던 소년도 언젠가부터 생일과 신년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이 되면 내년 책상에 놓을 일력으로 뭐가 가장 어울릴까를 고민하고 있고요. 해가 바뀐다고 달라지는 건 많지 않지만, 신년
달력이나 일력으로 바꾸면 딱히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의욕도 생기고요.
독자 분들도 저와 함께 행복한 고민에 동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 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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