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리뷰] 북한산에서 가장 가성비 넘치는 봉우리 <원효봉>
등산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역사입니다. 주로 이 산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 아니면 이 봉우리, 이 사찰에 무슨 사연이 있었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인문학 또는 인문지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유독 자주 나오는 몇 분의 조상님이 계십니다. 먼저 태조 이성계는 망우산, 천마산 등의 이름을 지으셨죠. 본디 군인이라는 신분에 이곳 저곳 다니시다보니 산을 많이 돌아다니신 것 같습니다. 직접 이름을 짓지는 않았지만 관계된 산은 엄청납니다.
그 다음에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많은 등산을 하신 김정호는 좀 열외로 해야겠죠. 요즈음처럼 GPS나 위성으로 지도를 만들던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예상외의 인물이 추사 김정희선생님인데 이 분이 원래 금석학, 그러니까 비석 등을 판독하시는 것을 전공(?)하셨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탁본을 떠서 연구하신 분이 바로 추사선생님입니다. 그 비석이 진흥왕 순수비라는 것을 처음 밝히신 분입니다. 이 분도 좋던 싫던 등산 꽤나 하셨을 겁니다. 기록에 의하면 비봉에만 두 번 오르셨다고 하니까요. 엄청 힘드셨을 겁니다. 지금도 힘든데 그때 한복입고 오르셨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가장 빛나는 프로등산러는 뭐니해도 원효대사라고 단언합니다. 원효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엄청납니다. 대표적으로 북한산 원효봉만 알지만 충남 예산, 부산 금정, 광주에도 원효봉이 있습니다. 원효대사와 관계 있는 사찰이 한 두곳이 아닙니다. 창건한 사찰만 거의 100여곳에 달합니다. 이런 사찰 대부분이 산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프로등산러가 되신 것 같습니다. 동두천 소요산 역시 원효대사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원효대, 원효굴 등등이 있죠. 그 와중에 사랑도 하셔서 설총도 나으시고...
이 프로 등산러의 발끝에도 미치지 않지만 오늘은 북한산 원효봉에 올라봤습니다. 원효봉은 제가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북한산에서 비교적 높이는 낮고 경치는 끝내주는 가성비 뷰 맛집인 까닭입니다. 저도 몇 번을 올랐는데 항상 좋았습니다. 다만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 위험할 정도였어요.
아무튼 북한산 원효봉은 여전히 가성비 넘치는 좋은 등산코스입니다. 짧은 등산이나 누군가 등산 초보와 함께 가기 참 좋고, 멋진 조망과 스릴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는 버스로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고, 주차장도 비교적 잘 되어 있습니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길을 걷기 시작하면 곧 대서문이 나옵니다. 북한산성을 사실상 건축한 숙종이 이 문을 통해 북한산성에 왔었다고 기록된 문으로 북한산성의 입구 역할을 하는 문이기도 합니다.
차도 갈 수 있는 편한길로 약 30분 정도 워밍업을 하면 북한동역사관이라 불리는 넓은 광장에 도착합니다. 여기도 다양한 코스로 나눠지는데 오늘은 낙석 때문에 정상인 백운대는 가지 못합니다. 안전제일이죠.
여기서부터 본격 등산이 시작됩니다.
북문까지 약 30분 정도 오르면 사실상 등산은 끝입니다. 북한산 북문은 특이하게도 문 위에 놓이는 문루가 없습니다. 정식문임에도 대자가 붙지 않는 유일한 문으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오르면 등산은 사실상 끝입니다. 원효봉이 바로 근처거든요.
원효봉이 인기 있는 이유는 수고에 비해 뷰가 좋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정상쪽 조망이 정말 대단합니다. 오늘은 백운대 오르는 길이 제한적인 까닭인지 평소보다 정상에 사람이 적네요. 그나저나 갑자기 강풍이 불기 시작해 여기 저기에서 모자랑 심지어 스마트폰도 날아다닐 정도였습니다.
500M의 비교적 낮은 봉우리지만 북한산 이곳 저곳이 잘 보이죠. 정상부는 물론 바로 앞 의상능선과 의상봉도 멋지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심해서 사진 찍고 쉬어가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참고로 원효봉은 따로 정상석은 없고 작은 나무 표지판이 있습니다.
원점회귀를 해도 좋지만 원효대를 지나면 더 좋습니다. 다만 바람이 너무 불어 조심해서 느리고 안전하게 하산합니다. 큰 암석인 원효대는 보기는 아찔하지만 생각보다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어 딴짓만 안하면 안전하게 오르실 수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원효암이라는 작은 사찰이 나옵니다.
정식명칭은 서암문입니다. 주로 산성에서 죽은 이들의 시체를 운반할 때 쓰였다고도 합니다.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솓 둘레길과 만납니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등산 끝입니다. 북한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봉우리, 원효봉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