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위클리 레터입니다.
정부가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 진단 없이도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인데요. 이렇게 되면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재건축 가능한 대상입니다.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건축 완화에 협조해야 합니다. 안전 진단 절차가 폐지되더라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단지는 재건축이 어렵긴 하겠지요.
안전 진단 없이 30년이 경과한 아파트를 철거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결국 신축이 우리가 지향하는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가격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같은 지역 아파트라도 신축과 구축 간 차이가 상당합니다.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튼튼하게 지어서 오래 쓸 생각을 해야지, 왜 30년만 지나면 부술 생각을 하냐고요.
저는 1975년에 준공된 아파트에서 4년간 살아봤습니다. 지하주차장, 커뮤니티 시설이 없긴 했지만 조금 불편한 정도지 사는 데 큰
문제가 있진 않았습니다. 장점도 있었습니다. 오랜 역사를 품은 아파트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거든요. 높이 자란 나무를
중심으로 주변과 어우러진 조경이 대표적이죠. 같은 집에서 오래 거주하며 쌓는, 두 세대 혹은 세 세대 이상이 공유하는 추억도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일 것입니다. 물론 이런 구축 아파트도 안전 진단에서 큰 문제가 발견된다면 주민의 생명을 위해
재건축해야겠지요.
주택 공급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구
감소가 진행 중입니다.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4년째 감소이고, 생산 가능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인구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고령자가 20대 인구를 능가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축소하는 사회에서 서울만은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집이 필요할까요? 축소하는 세계에서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봅니다. - 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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