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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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등장하기도 한 복잡한 골목을 일렬로 걷는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들의 뒷모습. (사진 제공 : 윤자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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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 이름은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로 여러 잡글 등을 모아놓는 창고 및 출간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쓴다. 블로그의 카테고리 중 가장 신경을 쓰는 코너는 ‘이달의 추천 도서’다. 한 달에 한 권, 이 책만큼은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가끔 이 코너에는 올해의 추천도서라던가 시즌별 추천도서도 업데이트 한다. 지난 9월 추석 연휴에도 읽을 만할 책을 두 권 추천했다. 그 중 한 권이 이번에 소개할 김재희 작가의 책 『청년은 탄광도 불안하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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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로 이름을 날렸던 고한, 이곳에서 한 여자의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것이 살인인지 실종인지 자살인지 확실치 않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안 팔리는 프로파일러와 추리동호회 회원들, 의협심 강한 탐정이 동시에 달려든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수사는 희한하게도 이곳, 고한에서 구합된다. 이 책을 보며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다. 김 작가의 소설이 잘 팔린다면 그 덕에 막 추리마을 고한에 활력이 돌아오면 참 좋겠다고 말이다. 김 작가의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한 덕일까, 다음 날 추석연휴를 맞아 떠난 여행에서 탄광에 관련된 소소한 사건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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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마을 고한 전경. 작년, 김재희 작가는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들과 함께 소설의 배경이 된 추리마을 고한을 찾았다. (사진 제공 : 윤자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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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틈타 10박 11일로 유럽에 다녀왔다. 명목은 분명 유럽의 특색 있는 서점을 탐방이었으나 10박 11일 간 진행을 하다 보니 서점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더 많이 다녔다. 이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촐페라인 탄광 단지도 있었다. 이곳에서 오랜만에 고소공포증이 도졌다. 내 고소공포증은 아주 희한한 높이를 견디지 못한다. 자전거 안장이라던가, 남들이 볼 때엔 완만하기 짝이 없는 경사의 구릉이라던가, 뜰창을 연상시키는 계단 같은 곳에서 불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이번에 고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킨 건 뜰창을 연상시키는 긴 복도였다. 철제 복도는 발을 디딜 때마다 비명이 들렸다. 깡깡, 깽깽, 내가 내는 소음을 참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스스로를 달래도 소용없었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주변 사람들은 당황했다. 멀쩡해 보이던 애가 갑자기 우는 거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한 후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박물관을 구경하는 척하며 구석으로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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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촐페라인 탄광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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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참을 수 없는 공포가 밀려들면 구석을 찾는다. 혼자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공포가 가라앉는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뜻밖의 장소에서 비상구를,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엘리베이터를 발견했다. 충동적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몇 층이고 올라가 내렸다. 바로 앞에 보이는 비상구를 통해 다른 층의 전시관에 들어갔다. 전시관 한편 접이식 의자에 경비원이 앉아 있었다. 경비원은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를 발견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나타난 나를 잠시 멍청히 보더니 푸핫 웃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런 데서 나왔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핑계가 필요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화장실이 있었다. 나는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토일렛.”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비원은 그 말에 또 웃었다. 이후 화장실에 숨어 십 분 넘게 멍청히 앉아 숨쉬기를 연습했다. 세수까지 한 후 나오자 아까의 경비원에게 웃으며 인사를 할 여유가 돌아왔다. 경비원은 활짝 웃으며 잘 가라고 인사했고, 나는 그 미소에 웃으며 화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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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간의 실종.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간 나를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김재희 작가의 책을 떠올렸던 것 같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실종은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구나, 전혀 다른 배경설정이지만 만약 탄광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걸 김재희 작가처럼 소설로 적는다면, 나는 이 상황에서 시작하겠다고 말이다. 그 소설의 제목은 김재희 작가의 소설을 오마주한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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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김재희 저 | 책과나무
다양한 청년들과 전문 형사들을 찾아가서 실제 삶과 수사기법을 듣고 작품에 녹였으며 이는 실제처럼 생생한 청년들과 기성 세대의 단절 한편 그들의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를 작품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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