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리뷰] 10년만에 열린 국군의 날 시가행진 참관기
원래 국군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은 26일에 진행됐다. 10월 1일이 휴일이기도 하거니와 추석 연휴와 겹쳐서 부득이하게(?) 26일로앞당겼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가는 날이 장날처럼 25일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26일 아침이 되니 빗줄기가 더 강해졌다.
뉴스를 보니 성남공항에서 오전에 열린 기념식도 빗속에서 조촐하게 치러진 모양이다. 비 때문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로 개발한 KF-21을 필두로 한각종 전투기 및 헬기 공중분열도 취소됐다.
시가행진이 오후 4시부터 예정되어 있어 광화문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그런데 비가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지만 광화문 도로 주변은 벌써 인산인해다. 게다가 우산까지 들고 있으니 촬영은커녕시야 확보조차 힘들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머리와 머리 사이의 빈 공간에 휴대폰을단 짐벌을 들이밀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길거리에 나와 있는 시민들이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장년층이다. 간혹 아이들 무등에 태운 아빠나 아들을군대에 보낸 어느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번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열렸다. 대통령령에 따라 5년마다 진행돼온 시가행진인데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대북협상 상황 등을 감안해 개최되지 않았다. 도로엔 특전사 요원들이태권도복을 입고 빗속에 대기 중이다.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니 비에 다 젖어 얼마나 추웠을까 싶다.
3시50분 무렵 특전사태권도 시범단의 우렁찬 충성 함성과 함께 행사는 시작됐다. 태권도 시범이 끝나자 오토바이 카퍼레이드를필두로 장비부대, 도보부대 순으로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이번시가행진의 가장 큰 백미는 최근 개발된 첨단 무기들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계획한 정부가 군에서현재 개발 중인 무기까지 모두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도 있다.
시가행진 구간은 숭례문에서부터 광화문 일대까지다. 무엇보다 한국형 3축 체계 핵심전력인 현무-4와 같은 고위력 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 총 164대의 각종 무기와 장비들이 일반인에 실물공개된 게 눈길을 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30분내에 북 미사일 이동식발사대 등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Chain),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북 핵공격을 받았을 때 북 지역을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으로구성돼 있다.
현무 미사일은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미사일로 현무-4까지 개발되어있다. 현무-1은 전량 퇴역했으며, 현무-2 시리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 시리즈는 순항미사일이다.현무-4 시리즈는 현무-2를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현무-4-1'은 지대지 탄도미사일,'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중량(8~9톤)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로 알려진 현무-5가 공개됐는지는 파악할 수없었지만 현무-5는 100미터 이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북한 지휘부의 벙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와 함께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L-SAM은 먼 거리에서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장거리 요격 미사일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정점 고도를 찍은 후 하강할 때 고도 50∼60㎞에서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로, L-SAM이 요격하지 못하는 미사일은 고도40㎞ 안팎에서 패트리엇(PAC-2/PAC-3) 및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량형인 천궁-Ⅱ가 요격하는 체계다.
이번 시가행진에서 증강현실로 개발된 정조대왕함이 선보일 거라는 예고가 있었다.하지만 막상 TV에서 보여지는 정조대왕함은 생뚱맞기 그지없었다. 조악한 그래픽에 현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언발란스 그 자체였다. 어느네티즌은 “세금이 살살 녹는다”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증강현실에 몇 억의 비용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또 하나 장비부대 행진이 끝나고 도보부대 행진 중에 눈에 띄는 부대가 있었다.바로 주한미군이다. 그동안 시가행진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대의 각진 행진과 달리 주한미군 부대는 오와 열 없이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마치 올림픽 폐회식 때 선수들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한미군행진은 왜 끼워넣었는지 의아스럽다.
시가행진에서 공개된 각종 무기는 아래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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