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소설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제법 두툼한 분량에, 표지의 일부분이 유광으로 인쇄된 책이었습니다. 옆자리의 한 외국인이 책을 빤히
바라보다 어떤 종교서냐고 저에게 묻더군요. 대답하기는 조금 무안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영어 속담도 떠올랐고요. 겉모습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란 뜻이지만, 저는 외국인
친구들과 책의 표지만으로 어떤 성격의 책일지 알아맞히는 놀이를 하며 적극적으로 "judge" 해보아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책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겉표지만으로 내용을 단정 짓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디자인을 통해 책의 여러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몇 줄의 카피와 표지 색감은 물론이고, 판형과 무게, 종이 질감, 제본 방법에 따라서도
책의 첫인상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꼭 예쁘지 않더라도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 공들인 책은 그 정성이 책을 잡은 손끝으로
전해질 때가 있어요. 비슷한 내용이라도 그런 책을 만나면 도서PD로서 더 반갑기도 하고요. 요즈음 그런 책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또 어떤 책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현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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