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책읽아웃]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다정함 (G. 김혼비 작가, 윤가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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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방송 인터뷰 - 김혼비 작가, 윤가은 감독 편>

오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황정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책> 황정은입니다.

오은 : 반갑습니다. 공개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2022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이고요. 6월 1일부터 진행된 도서전은 6월 5일, 오늘 마지막 행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가 2019년에도 도서전에서 공개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이렇게 공개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공개 방송 소식에 반가워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황정은 : 저도 소식을 듣고서 깜짝 놀랐는데요. 금방 매진이 되었다고 해요.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과 독자 분들이 참 많이 기다려 주셨구나 생각이 들어서 너무 반가워요. 무엇보다 오늘 저희가 같이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멋진 창작자들을 많이 기다리셨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은 : 이 자리에서 저희와 함께 이야기 나눌 두 분을 소개하도록 할게요. ‘호불호’는 없다, 호호호만 있다’ 윤가은 감독님과 ‘다정다감보다는 다정소감이 좋다’ 김혼비 작가님을 모실게요.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김혼비 : 안녕하세요, 김혼비입니다. 반갑습니다.

윤가은 :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만드는 윤가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황정은 : 와, 반갑습니다. 저는 김혼비 작가님의 산문과 윤가은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해서 오늘 두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또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단히 반가웠어요. 두 분은 저희 섭외 메일을 받고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김혼비 : 인터넷 시대에 살면서(웃음) 약간 힘들어하는 것이 인터넷 예매예요. 워낙 정보도 느리고, 인터넷 다루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가보는 것이 소원인데 이번 생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네 가지가 있었는데요. 조성진, 이자람 님의 공연, 조승우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 그리고 <책읽아웃> 공개 방송이었어요. 제가 2019년에도 <책읽아웃> 공개 방송에 오려고 했는데 매진이 돼서 못 왔거든요. 그런데 섭외 메일을 받고 이런 방식으로 가게 되는구나 싶어서 너무 신기했고요.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또, 너무나 흠모하던 황정은 작가님을 오늘 실제로 이렇게 뵙게 돼서 너무 기뻐요. 

윤가은 : 저도 비슷해요. ‘어떡해, 나 메이저인가 봐’(웃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진짜 놀랐고요. <책읽아웃>은 제가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들어온 팟캐스트이기도 하고, 오은 시인님과 황정은 작가님을 정말 좋아해서요. 이런 식으로 성덕이 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또, 공개 방송을 같이 하는 작가님이 김혼비 작가님이잖아요. 그래서 섭외 연락을 받고는 기분이 되게 좋았는데요. 그만큼 부담도 많이 돼서 사실은 어제 잠도 잘 못 잤어요. 엄청 떨리는 마음으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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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 윤가은 감독님은 첫 에세이 『호호호』에서 “1년은 사계가 아니라 이계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여름과 비여름”이라고요. 벌써 올해도 여름이 와버렸습니다. 여름을 맞는 심정, 어떠신지 듣고 싶어요. 

윤가은 : 여름이 빨리 왔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이 후덥지근하고 어떤 때는 너무 해가 쨍해서 땀도 많이 나죠. 그래서 너무 좋고요.(웃음) 제가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해서 그런지 겨울잠 자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내거든요. 그러다가 여름이 오면 냄새도 달라지고 공기도 좀 달라지잖아요. 서서히 몸에 활력이 깨어나는 느낌이고요. 덕분에 요즘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해가 긴 것도 너무 좋고요. 

오은 : 김혼비 작가님께도 여름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가 있는 계절이잖아요. 올해도 역시 하지에 맥주 그리고 감자튀김 준비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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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 사실 『다정소감』 서문에서 여름을 디스하는 내용을 적었는데요.(웃음) 저는 윤가은 감독님이 여름을 좋아하는 그 이유 때문에 여름을 힘들어해요. 너무 세상이 생기발랄하고, 햇볕도 그냥 내리쬐는 게 아니라 작렬하면서 뜨겁잖아요. 낮도 너무 길고요. 그 모든 게 저한테는 과하게 느껴지는 계절이어서 여름을 힘들어하는데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여름 절기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 소서, 대서, 이렇게 세 개가 남았거든요. 그 절기들을 잘 보내려고 여름 술들을 미리 준비해놨어요.(웃음) 제철 음식은 잘 챙겨 먹지 못해도 제철 술은 챙겨 먹으려고요. 하지에는 맥주랑 감자칩, 소서에는 과하주예요. 한자로 하면 지나갈 과(過), 여름 하(夏)인데요. 여름을 보내면서 마시는 술이라 준비했어요. 또, 여름 술이라면 오미자술을 빼놓을 수가 없어서 대서를 위해서는 오미자 진, 오미자 리큐르, 오미자 막걸리, 이렇게 세 종류를 준비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여름을 싫어합니다.(웃음) 

오은 : 사실 두 분이 엄청나게 친한 사이라고 해요. 두 분이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궁금합니다. 

윤가은 : 사실은 김혼비 작가님과 처음 만나서 친해진 데까지 몇 년이 안 되는데요. 굉장히 급속도로 친분이 쌓인 친구예요. 제가 작가님 책의 팬이기도 했고요. 같이 하기로 한 프로젝트가 있었거든요. 저는 그 프로젝트를 안 하게 됐지만, 우정이 남은 거죠. 

김혼비 : 저는 비즈니스로 시작했던 거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어요.(웃음) 따져보니까 4년이네요. 저도 금세 친해지지는 못하는 편이거든요. 낮을 가리기도 하고 먼저 못 다가가기도 하고요. 윤가은 감독님이 진짜 예외적이었는데요. 급속도로 친해졌고, 앞으로도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여러분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되게 좋은 기운을 갖고 계시잖아요. 보면 늘 기분 아주 좋은, 그런 친구입니다. 

황정은 : 두 분이 친분이 있으셔서 그런지 두 분의 책 『호호호』와 『다정소감』도 꼭 짝꿍처럼 그렇게 읽히기도 하더라고요. 두 책이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다정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두 분은 자신의 책에서 특히 좋아하는 챕터가 있을까요? 

윤가은 : 사실 글 쓰는 것이 너무 새로운 작업이긴 했어요. 시나리오를 계속 쓰긴 했지만, 글을 쓰고 그 자체로 완성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찔해서 이걸 애초에 왜 한다고 했지, 하는 생각도 되게 많이 했는데요.(웃음) 다행히 주제가 좋아하는 거에 대한 것이었고요. 쓰다 보니까 신이 났어요. 오히려 나만 너무 신나서 쓰는 게 아닐까 고민을 할 정도로요. 제가 친한 친구들한테도 이야기 안 한 취미가 고전 문구, 완구 이런 것들을 모으는 취미예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혼자 좋아서 해왔던 취미 활동이거든요. 그걸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정리를 해서 쓰니까 쓰는 내내 너무 신이 났어요. 막 신나서 쓰다가 예전에 모았던 것들을 다 펼쳐보느라고 시간이 다 가기도 하고요. 글을 쓰다 말고 밤새 경매 사이트를 뒤지느라 마감이 늦어지기도 했어요. 

김혼비 : 저는 늘 그렇지만 에필로그 쓸 때 제일 신이 나요. 그밖에 썼던 글 중에는 1부에 ‘여행에 정답이 있나요’라는 챕터를 좋아해요. 제가 평소에도 ‘여행 부심’, ‘예술 부심’으로 타인의 어떤 경험을 별거 아니라고 하는 태도들을 조금은 싫어해 왔는데요. 오랫동안 별렀던 생각을 글로 썼던 것이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요. 

오은 : 『호호호』와 『다정소감』을 읽으면서 다정이야말로 내가 나에게 해야 할 노력 중 하나이구나,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언제든 나에게 즉각적인 평화를 가져다주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는데요. 『다정소감』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천진함이 필요한 날에는 우유에 시리얼을 붓는다.” 이 이야기 좀 더 들려주세요.

김혼비 : 즉각적인 평온을 저한테 줄 수 있는 순간이 무엇인지 아는 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시리얼을 처음 먹었을 때는 아침부터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이 났어요. 그래서 저한테 시리얼은 신이 나는 음식이고, 지금도 시리얼을 아침에 먹으면 기분이 좋아요. 요즘 제 마음에 어떤 즉각적인 평화를 주는 순간은 목탁을 두드리는 순간이에요. 얼마 전에 목탁 장인이 살구나무로 만든 목탁을 샀는데요. 그것을 두드리면 마음이 되게 편안해지더라고요. 

윤가은 : 저는 일종의 사치를 부리는데요. 꽃을 사러 가는 게 좋아요. 사실 꽃이라는 게 아주 관리를 잘하면 한 열흘이고요. 대부분은 거의 일주일 안에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약간 사치품 같은 느낌이 있어요. 꽃을 사면 집에다 두고 저만 보는 거잖아요. 나 보라고 사는 것인데 그렇게 집에 잠깐이나마 꽃이 있으면 또 기분이 좋아져요.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고요. 그래서 저는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질 때면 꼭 꽃을 사러 갑니다.



*김혼비

여전히 백지 앞에서 낯을 많이 가린다.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고 싶어서 자꾸 그 위에 뭘 쓰는 것 같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 등을 썼다.



*윤가은


영화감독.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강대학교 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장편영화 〈우리들〉 (2016)과 〈우리집〉 (2019)을 쓰고 연출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53회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등을 수상한 바있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지만 영화 말고도 좋아하는 게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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