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목수로 일하는 '전진소녀' 이아진 인터뷰
'어린애', '여자애'라는 말에 온몸으로 반기를 외치는 사람. 누구보다 예술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이아진. 14살에 홀로 떠난 호주 유학에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동양인’이라고 놀림 받으며 여러 실패를 경험하지만, 악착같은 노력으로 교내 인싸로 성장한다. 그러나 어렵게 적응한 학교에서 졸업을 1년여 앞두고 자퇴를 결정한다. 어쩌면 당연한 대학교 진학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의미 없게 느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엠 I AM』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답’만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닫고, 방향을 틀어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는 공사 현장에서 집 짓는 18살 소녀 목수로, 자신의 꿈을 향한 첫 챕터를 시작했다.
책 제목이 『아이엠 I AM』입니다. 보통 아이엠은 자기를 소개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인데요, 작가님의 자기소개가 궁금합니다.
I AM 'DREAMER'라 소개하고 싶어요. 'DREAMER'는 정말 다양하게 해석되는 단어잖아요. 몽상가로 해석될 수도 있고 꿈을 꾸는 사람으로 해석될 수도 있죠. 저 역시 같아요. 어떻게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꾸는 몽상가이기도 하고, 용감하게 저만의 이야기를 쓰는 ‘꿈꾸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래서 'DREAMER'가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학, 자퇴, 공사 현장의 18살 집 짓는 목수가 되기까지 듣기만 해도 힘든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나를 믿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특히 자퇴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 사회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정말 마음속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눈치를 보기도 하고, 내가 틀린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했죠. 다른 이들보다 뒤처지는 걸까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시간도 있었고요. 그렇게 여러 요인에 겁먹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저 자신이 꼭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었어요.
꿈을 향해 가는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었을 텐데요, 굳이 많은 이들이 선택하지 않는 공사 현장에서의 경험을 첫 단계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최선이었어요. 이래서 싫고, 저래서 불편하다고 따지자면 시작할 수조차 없었겠죠. 저는 생각만 하고 있을 시간에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내가 원하는 걸 찾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뛰어드는 것이었죠. 현장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가장 기본이 되는 실무를 익히고 싶어서예요. 현장에서 공간이 지어지는 과정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었어요. 실무를 모르고 이론만 안다면 진정한 공간을 만들어 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현장 일을 익히면서 건축에 대한 이해도 커졌어요. 공간을 진실되게 만나고 이해하는 첫 스텝이 현장이었던 것이죠. 지금도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실무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 중에 꿈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꿈이라는 것은 모호한 단어이기도 하죠. 대책 없이 꿈을 좇으면 현실성 없는 사람이 되기 쉽고, 꿈 없이 현실만 살아가면 삶의 이유를 잃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어떻게 조율하나요?
저는 꿈을 위해서 현실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제 목표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고, 모두가 하나 되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죠.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는 모두를 위한 결과물을 만들 수 없어요. 다수의 사람이 모여있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 함께 살아가고, 서로를 이해해야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죠. 그래서 꿈을 위해 현실을 더 솔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꿈과 현실은 명확한 경계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는 꿈인 영역이 누구에게는 현실의 영역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경계보다는 나와 맞는 경로인지 아닌지, 내가 가고 싶은 길인지, 아닌지에 대한 차이가 존재할 뿐이죠.
명확한 꿈이나 목표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꿈이 없는데 어떻게 꿈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1020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제가 처음에 가장 크게 착각했던 부분도 이거였어요. 나를 매료시키고 열정적으로 만드는 분명한 꿈이 존재해야만 무언가를 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작은 호기심이면 돼요. 호기심으로 시작해 조금씩 키워가면 꿈이라는 열매를 맺게 되죠. 저도 이렇다 할 꿈이 없었지만, 꿈을 찾겠다는 꿈을 꿨어요. 그러니 꿈이 없다면 꿈을 찾는 걸 목표로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 경험을 해보면서 조금 느릴지라도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호기심이라는 씨앗을 소중하게 심고 길러 보세요.
이 책은 작가님 인생의 첫 챕터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작되는 다음 챕터에서 작가님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작가님의 꿈도 궁금합니다.
제 첫 챕터는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이유'를 찾는 과정이었어요. 꿈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찾기 위해 세상에 뛰어들어 새로운 경험들로 저를 채웠죠. 이제는 내가 찾은 꿈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건축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현재 검정고시와 수능 준비를 하고 있어요. 건축은 모든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죠.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삭막하고 황폐해지는 도시에 사람들이 치유 받고 치유하는 공간을 꼭 만들고 싶어요. 도시재생 건축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건축가로 성장했을 즈음에는 국경의 제한 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필요한 예술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어요. 저에게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매개체에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팀을 이뤄 전 세계를 돌며 예술을 함께 해나가고 싶어요. 이것이 가장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게 바로 제 마지막 꿈이에요. 저의 궁극적인 꿈은 사람이거든요.
작가님 역시 아직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크게 이루거나 거창한 성취라고 할 만한 것이 명확하지 않죠. 그럼에도 책 『아이엠 I AM』을 쓰신 것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책에 지금까지 제가 성장해 온 과정을 있는 그대로 썼어요. 그래서 성취와 결과보다 실패와 좌절, 눈물과 고통의 순간들이 더 많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구나 처음 겪는 과정은 아프고 힘들죠. 그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성공해야만 엄청난 결과가 있어야만 과정이 의미 있는 건 아니잖아요. 힘들고 아프더라도 겁먹지 말고 용기 내서 앞으로 나아가자고, 함께 달리자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나'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러니 이 모험기를 어떤 결말로 만들지도 주인공인 '나'에게 달려있죠. 꿈은 결말이기도 해요. 꿈을 꾸는 이들도, 꿈이 소용없다는 이들도 여전히 진행형인 이야기의 주인공이에요. 그러니 포기하기보다 의미 있는 모험기를 써 내려 갔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자기만의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게 최고입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 책 제목도 아이엠으로 지었어요. 뒤에 오는 단어는 스스로 결정해서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을 완성하자는 의미였거든요.
*이아진 “나만의 꿈을 찾아 달려가겠어”라는 당찬 포부 하나로 학교를 자퇴하고 꿈 탐험가의 길에 들어선 전진소녀 이아진. 14살에 홀로 떠난 호주 유학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영어를 못해서, 아시아인이라서 놀림 받던 어린 소녀는 악착같은 노력으로 교내 인싸로 성장했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노력하기만 한다면 어떤 실패든 다른 성공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18살, 건축가가 되고자 했던 그녀는 ‘남들이 하니까’ 대학에 진학하진 않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자퇴했다. 공간이 창조되는 가장 원초적인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건축을 느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빌더가 되었다. 좌충우돌하고,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4년차 목조주택 빌더(목수)로 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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