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인들과 가족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저술한 ‘1형당뇨병 종합 안내서’다. 갑작스레 찾아온 1형당뇨병은 환우와 가족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저자는 교육을 통해 원리를 이해해야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듯이 자가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반드시 알아야 할 1형당뇨 관련 정보를 엄선해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1형당뇨인은 물론이고, 그들을 편견 없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로 활동하면서 이번에 첫 책을 내셨습니다. 작가님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첫 책을 내게 된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형당뇨병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대표 김미영입니다. 대학/대학원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모토로라와 삼성전자에서 SW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다가 첫째 아이가 4살 때 1형당뇨를 진단받게 되면서 1형당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형당뇨병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질환이 아니라 일상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가 1형당뇨를 진단받을 당시만 해도 병원에서 1형당뇨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퇴원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혈당관리를 해야 했습니다. 거의 독학으로 국내외 기사와 논문 등을 찾고 아이의 혈당 데이터를 분석하여 공부했고 그 노하우를 국내 1형당뇨 커뮤니티인 슈거트리에 전달해 왔습니다. 그러한 지식들이 10년간 쌓여서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과적 성향이 강하고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인데 아이의 1형당뇨 덕분에 책도 쓰고 저자라는 호칭도 갖게 되어서 아직은 낯설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직 초보 작가라 독자들의 서평을 꼼꼼히 읽는 편인데 서평을 읽으니 힘들었지만 책을 쓰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에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1형당뇨’란 어떤 질환인지, 제목에 ‘우리’라고 지칭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흔히들 당뇨라고 하면 2형당뇨병을 많이 알고 계실 텐데요, 1형당뇨병은 2형당뇨병와는 다른 질환입니다. 1형당뇨병은 비만이나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이 원인이 아니며 선천적이거나 유전적인 질환도 아닙니다. 자가면역기전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정상 베타세포를 스스로 공격하여 파괴되고 그로 인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그럼에도 일반대중들은 1형당뇨를 진단받았다고 하면 자기 관리를 못 했거나 부모가 대충 키워서 진단받은 질환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1형당뇨가 환자나 보호자의 잘못이나 선택에 의한 질환이 아니고 교통사고와 같이 어느 날 갑자기 진단받는 질환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목에서 ‘우리’라고 지칭한 이유는 1형당뇨는 혼자서 관리하는 질환이 아니라 작게는 가족, 크게는 동병상련의 1형당뇨인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부하며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우리’라 지칭했습니다.
당뇨를 다룬 책은 그동안 많이 출간되었지만 ‘1형당뇨’에 집중해서 나온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1형당뇨’에 대한 책을 준비하시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1형당뇨병은 관리하기가 어렵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합병증 등의 중복질환으로 발전하기 쉬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병인구(약 4만 4천 명)가 적고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의료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1형당뇨병에 대해 집중해서 나온 책이 없었습니다. 책이 있더라도 환자가 실제 혈당 관리하는 환경이나 최신 의료기기 등을 반영하지 못한 과거의 방식의 책이어서 처음 진단받거나 혈당관리가 잘 안되는 1형당뇨인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책이 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일반 대중들도 1형당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에게 1형당뇨가 어떤 질환이고 어떤 부분을 배려해줘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올해로 아이가 1형당뇨를 진단받은 지 10년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처음 36개월 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현실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지금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10년 동안 고군분투하듯 지내셨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린아이의 몸에 하루에도 수십 번 바늘을 찔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또래 아이들은 주사기만 봐도 무서워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주사를 맞고 채혈을 해서 혈당체크를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혈당관리가 안 돼서 아이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마음껏 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10년간의 고군분투로 현재 아이는 1형당뇨를 가지고도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진단 초에 아이보다 하루 더 살아서 평생 내가 돌봐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래 아이들처럼 밝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변화는 의료계의 변화입니다. 과거 환자는 의료공급자에 의해서 치료되는 수동적인 존재였는데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입니다. 의료계도 주목하고 환자들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책에서 ‘1형당뇨병’은 완치가 되지 않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회복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회복의 과정에서 강조하셨던 1형당뇨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1형당뇨병은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받으면 평생을 함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평생 1형당뇨병 환자로 살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과 질병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정의에 따르면 누구도 절대적으로 건강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질병을 받아들이고 질병으로부터 회복한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1형당뇨로부터 더 잘 회복하기 위해서는 혈당관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질병이나 1형당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혈당 관리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헬스 케어 서비스, 환자 중심의 의료 체계에 관해 설명해주셨는데,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미래 의료 환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소득 및 교육 수준 향상, IT/의료기술의 발달 그리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확대 등을 통해 보건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이 공급자 위주의 치료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환자 중심)의 예방, 예측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진입으로 평균 수명이 높아졌지만 건강 수명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 의료비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만성질환자들의 증가로 인한 의료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자들의 건강 수명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으로도 다방면으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병원이 아닌 일상에서 질병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자가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나 의료데이터를 활용해야 합니다. 환자는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일상에서 환자가 생성한 데이터(PGHD:Patient Generated Health Data)가 의료기관에 전달되어 의료진은 환자의 질병 관리 상태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는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까요?그리고 독자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1형당뇨인들과 가족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1형당뇨를 막 진단받은 분들이 책을 읽고 희망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1형당뇨를 관리해야 할지 또 어떻게 일상을 적응해야 할지 더 나아가 어떻게 1형당뇨로부터 회복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알아가셨으면 합니다. 1형당뇨인의 친지, 지인이나 함께 생활하는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들도 읽고 1형당뇨인들의 삶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꼭 1형당뇨병이 아니더라도 질병을 진단받고 좌절하시는 분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환자 스스로 질병에 대한 자가관리 역량을 키우고 목소리를 내서 질병관리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의료진들께서도 진료실 이외에 환자들이 어떻게 질환을 관리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와 관련된 정부부처 담당자나 연구자들도 읽고 환자 중심의 질병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미영 대학에서 IT를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평범한 맞벌이 부부로 살다가 첫째 아이가 4세 때 1형당뇨병 진단을 받으면서 삶이 바뀌었다. 평생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 혈당 관리가 불가능한 1형당뇨병. 아이의 혈당 관리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가락 끝에서 채혈을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던 어느 날, 선진국 당뇨인들이 채혈의 번거로움과 고통을 근본적으로 줄이면서도 관리가 용이한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 기기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해외에서 구입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했고, 이를 1형당뇨인에게 알렸다. 이 과정에서 불법 의료기기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국내에 연속혈당측정기가 판매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다. 현재는 혈당 관리에 필요한 의료기기들을 연동하여 사용자 주도로 직접 개발하고 있는 해외 오픈소스 활동을 국내에 소개하고 도입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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