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여기서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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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들은 매번 말한다. “우리 수업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와요.” 그러면 내가 정정한다. 좋은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대인배라도 된듯한 그 착각이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동력임은 물론이다. “작가란 최상의 순간에 자기 인격의 최상의 측면들 갖고 주로 글을 쓰고 실제로도 그래야 한다”(『좋은 산문의 길』, F.L. 루카스 지음, 83쪽) 저마다 삶에 몰입하고 자기 인격의 최상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면 우상의 존재도 자연 소멸하지 않을까.

(은유 저, ?『다가오는 말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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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고 북토크를 세 번 했다. 첫 번째는 출판사가 준비해준 북토크, 두 번째는 친구가 운영하는 지역 서점에서, 세 번째는 오픈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신생 지역 서점에서. 팟캐스트를 만들며 종종 청취자들을 대면하곤 하지만, 내 책의 독자들을 만나는 일은 무척 신비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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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북토크 모두 유료였다. 처음 행사는 진행자가 두 명인 터라 2만 원. 아, 내 북토크를 2만 원을 내고 올 사람이 있을까? 심각하게 걱정했지만 자리가 다 찼다. 제주에서 온 독자도 있었고, 2년 전 같은 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구도 왔다. 전 직장 후배도, 현재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와줬다. 첫 책을 낸 설렘보다 부담감이 컸던 때라 이날 많은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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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북토크는 대학 시절, 국토대장정을 참가했다가 만난 친구가 연 서점에서 진행됐다. 서점을 하는 줄도 몰랐는데, 내 책이 자신의 서점에서 NO.1 베스트셀러라며 연락이 왔다. (판매 권수가 그리 많지 않은 서점이다) 최대 20명을 초대할 예정이라는 친구는 꼭 20명을 채웠다. 서점 단골이 “첫 행사인만큼 썰렁해선 안 된다”며 현수막도 만들어줬단다. 고속도로를 달려 1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서점, 이곳의 독자들이 몹시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 독자는 내게 “친구에게 줄 선물”이라며 책에 사인을 부탁했다. 공들여 메시지를 적고 보니 독자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마도 육아로 고생 중인 친구를 떠올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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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인천의 지역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이 곳 역시 첫 북토크 행사라고 했다. 토요일 2시 행사인데 나는 1시 20분에 도착해 서점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서점. 동네 주민들의 아지트가 되었으면 해서 도서는 3% 할인, 커피도 매우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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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젊은 엄마가 50% 정도, 20명 남짓한 독자들 중 남성 독자는 3명 정도였다. 나와 정면으로 앉은 네 명의 엄마들은 온몸으로 공감의 신호를 보내왔다. 고개를 연신 끄덕여주고 미소를 보여주니, 덩달아 자신감이 생겼다. 특별한 리액션 없이 희미한 미소만 보이는 독자도 있었다. 나는 되도록 많은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는데, 누구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 번의 경험 덕분에 알게 된 진실은 표정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신호는 아니라는 것. 독자들의 무뚝뚝한 표정에서도 공감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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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산문집 ?『다가오는 말들』? 에는 저자의 글쓰기 수업의 광경이 드문드문 등장한다. 작가는 “우리 수업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와요”라는 학인의 말에 “좋은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답한다. 나는 이 말을 무한히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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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 마주치는 다정한 사람들, 이 날의 공기. 어쩜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을까 싶지만, 이 곳을 떠난 내 모습이 선하지만은 않듯 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일상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을 공유했을 뿐이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을 쓴 이보현 작가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좋은 사이가 되면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이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나는 책을 쓰며, 이 문장을 고스란히 옮겨 적었는데 여러 사람이 이 문구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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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나는 이 문장을 왼편 가슴에 새기고 싶다. 환대의 자리에서 우쭐해지지 않고자, 내가 본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하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 그럴 기회를 많이 얻으면, 내 삶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보태어 삶을 자주 성찰하고 글로 남긴다면 나는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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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은유 저 | 어크로스
은유의 글은 읽는 이의 시야와 마음을 열어주며, 독자들은 더욱 성숙하고 단단해진 은유의 문장들을 통과하면서 자신 역시 성장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서 남으로, 한발 내디뎌 세상과 만난 기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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