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박성만 “화를 잘 표현하면 에너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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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화는 당연하다』? 는 국내 최초의 ‘심리 치유 우화’를 표방하는 책이다. 자기, 사랑, 감정, 인간관계 등 12가지 주제로 묶이는 148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와 이를 치유하는 심리학의 대답을 한눈에 보여준다. 가나심리치료연구소 소장으로 오랫동안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에 힘써온 저자 박성만은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나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마음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간단명료하면서도 울림이 있다. 그가 말하는 ‘마음의 소리’의 정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삶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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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심리학이 위로의 도구를 넘어 ‘성장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심리학이란 무엇인가요?


심리학의 영어 표기인 ‘Psychology’는 라틴어 Psyche(영혼, 마음)와 Logos(이성, 말씀)의 합성어로서 ‘마음(영혼)의 학문’을 말합니다. 마음은 모르는 것이고 이성은 아는 것입니다. 심리학이란 마음에 대하여 아는 만큼의 학문입니다. 마음이 아픈 이유는 마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알면 아픔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니기에 심리학이 마음을 치료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심해이고 무한 우주입니다. 사람은 증상의 소거로 만족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표면상의 갈등은 소거가 목적이 아니라 그 안으로 내려가 성장소를 건지라는 신호입니다. 융(Carl Gustav Jung)은 마음 깊은 곳을 탐구해 성장의 무한 가능성을 제시했고,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는 인간의 이상적인 욕구를 자아실현으로 봤으며, 아들러(Alfred Adler)도 우주론적으로 확장되는 인간의 성장에 대하여 언급했습니다. 제가 보는 심리학은 심리치료실 밖에서 더 빛을 내야 하는 학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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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마음 잠언’이라는 개념은 기존의 심리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거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마음의 소리’란 무엇인가요?


우선 소리라고 해서 귀로 듣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의식 위로 올라오는 직관적 통찰인데, 귀로 듣는 것보다 더 생생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분석심리학에서 자아(ego)는 의식의 중심이면서도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 무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집단 무의식은 수시로 마음의 소리를 의식에 알리는 일을 합니다. 누구나 그의 자아를 무의식에 집중하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자아는 외부생활로 너무 바쁩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기도나 명상, 독서 중에도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그 속도는 다르겠지만, 마음의 소리는 인식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삶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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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화는 당연하다”는 제목이 신선하게 다가오는데요. 감정을 다루는 지혜로운 방법이 있을까요?


화는 본래 ‘억압된 억울한 감정덩어리’이나 분석해보면 그 밖의 다른 감정도 많이 뭉쳐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외부의 자극을 받습니다. 자극은 반응을 원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오랫동안 자극에 반응하기보다는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심지어 좋은 자극에 대한 좋은 반응도 자제했습니다.


화는 자극에 대한 감정을 억압해서 생긴 것이니, 가급적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감정은 에너지와 자존감이 됩니다. 그러려면 남의 눈치를 적게 봐야 합니다.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표현의 기술은 있어야 합니다. 유머로 표현할 수 있다면 매우 성숙한 방법입니다. 또는 각자에게 가장 재미있는 일을 개발하고 그것을 즐기십시오. 즐거운 일은 그 자체가 감정 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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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감정 풀이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 문제들도 있습니다.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지키는 것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까지 잘 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크게 2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만 맺으려는 욕구입니다. 둘째는 아예 관계를 포기하고 나만의 상상의 세계로 도망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양극단의 방법은 좌절을 가져옵니다. 감정 풀이는 불편한 감정을 정화하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감정 풀이를 한 후 안으로 더 집중해보세요. 감정의 거미줄 때문에 듣지 못한 마음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음의 소리는 “나는 나다”라는 존재감을 키워줍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잘하고 못하는 방법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나답게 하는가, 나답게 하지 못하는가의 차이만 있습니다. 나답게 인간관계를 하기로 작정하면 자신과 타인에게 어느 정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다움의 매력에 빠져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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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화는 당연하다』? 는 우울증, 돈, 죽음 등 꽤 무거운 주제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특별히 이런 주제를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의 심리 클리닉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심리적 갈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심리적 갈등은 보다 깊은 실존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실존적 고민은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작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큰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누구나 우울하지만 우울을 이해한 사람은 우울증이 더 이상 병이 되지 않습니다. 돈의 원리를 이해한 사람은 돈의 중압감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날 수 있습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지만 죽음을 이해한 사람은 죽음은 물론 삶의 작은 문제들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보다 근본적인 주제를 다룬 이유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심리치료는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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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마음 잠언’은 고상한 지혜뿐 아니라 인간의 솔직한 욕망도 다루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이해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이분법으로 나누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상대의 욕구를 들어주면 좋은 것이고, 거절하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습득된 집단의식이 반영된 초자아입니다. 상대의 욕구를 들어줌으로써 상호 의존적 관계가 될 수 있고, 거절함으로써 상호 독립적 관계도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생을 멀리서 보면 모든 것은 하나의 상태일 뿐입니다. 마음의 소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존중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라고 말합니다. 성장은 전통과 관습에 따라 우리가 버려온 것들의 의미를 찾아 추수함으로써 시작됩니다. 고급이 있기에 저급이 있고, 저급이 있기에 고급도 있습니다. 둘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어느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나의 성장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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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 ?『너의 화는 당연하다』? 가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2016년 가을에 시작된 촛불집회로 그동안 막혀 있던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이 일시에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사회구조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고,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회의주의가 곳곳에 퍼지게 했습니다.


억압된 것들이 표출하는 것은 사회가 성장하려는 신호이지만, 그럴수록 마음의 소리는 안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성장소를 길어 올리라고 합니다. 병든 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아픔을 알아차리고 거기서 치유된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사회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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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만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깊이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것이 세상을 비추는 희망이 되리라 믿는 심리 치료 전문가. 정신분석학과 신학을 전공하여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협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상담심리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 성장을 위한 현대정신분석학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당신의 무의식에는 빛이 있습니다”라는 표어를 가지고 가나심리치료연구소를 창설했으며, 축적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이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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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화는 당연하다박성만 저 | 추수밭
각각의 이야기마다 내담자의 고민과 상담자의 답안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펼쳐보는 즉시 확인하고 적용할 수 있다. 때로는 상냥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각 상황에 딱 알맞은 처방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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