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 봉우리를 넘는 제주 좌보미오름
좌보미오름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표선면 공동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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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보미오름에서 바라본 주변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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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백약이오름 정상에 서서 동쪽을 바라보면 성산일출봉 주변으로 울긋불긋한 기운이 감돌다가 서서히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름 사이로 시원하게 뻗은 금백조로에는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새벽길을 여유롭게 달린다. 그 주변에는 높은오름, 아부오름, 동검은이오름 등 유명한 오름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래전부터 내 시선을 붙드는 오름 군락이 있다. 높이는 제각각인데 네다섯 개의 오름은 오붓하게 한 가족처럼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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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주변으로는 드넓은 억새 들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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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더 가까워서 정상 부근의 전망이 좋을 게 확실한데 왜 저 오름에 가는 사람은 내 주변에 아무도 없을까? 태양이 쨍쨍 내리쬐던 뜨거운 여름 오전, 이 오름 군락을 찾았다. 예상한 대로, 여러 개의 오름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오름이었다. 이름은 좌보미오름이었다. 일단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다섯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한 바퀴 돌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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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에 ‘좌보미오름’으로 검색하면 자칫 엉뚱한 길로 가기 쉽다. 일단 ‘백약이오름’의 주차장으로 설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백약이오름 주차장에 도착해서 좌측 샛길로 10여 분 들어갔다. 포장은 되어 있지만 도로가 좁아서 혹시 맞은 편에서 차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이날 좌보미오름을 찾은 사람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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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초반에는 경사가 제법 있고 수풀이 우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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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보미오름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다. 대신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울타리가 열려 있고, 그 안의 풀밭 위에 주차하면 된다. 별도로 조성한 주차 구역은 아니지만 대략 대여섯 대 정도의 주차가 가능해 보였다. 이곳에서 바라본 좌보미오름은 지금껏 보아온 오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는 오름 여러 개가 거대한 말굽형 모양으로 양 끝이 한쪽으로 향하여 누워 있다. 그 안쪽으로는 드넓은 초원 위에 표선면 공동묘지(납골묘)가 조성되어 있어서 한낮에도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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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봉우리에서 보이는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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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한 풀밭의 바로 우측에 위치한 봉우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좌보미오름 군락에서 가장 표고가 낮아 보이지만 입구를 찾기 힘들고, 관리자가 없는지 사람 키 높이 이상의 수풀이 정글처럼 길을 가로막고 있다. 여름이라 반소매와 얇은 바지를 입고 왔다가 초반에 큰 낭패를 봤다. 손과 발로 온갖 수풀과 넝쿨을 헤치고 가다가 여러 번 가시에 찔렸다. 아프리카 정글에서 길을 낼 때 사용하는 정글도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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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가을철에 황금빛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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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산길을 십여 분 정도 힘들게 오르자 아까 같은 길을 가로막는 잡초 지대는 사라졌지만, 경사가 상당히 심한 구간이 등장했다. 노약자에게는 쉽지 않은 산길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조금 더 오르니 나무가 일부 가리지만 동쪽으로 확 트인 첫 봉우리의 정상에 도달했다. 산불감시 초소가 있지만 상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화창한 날이라서 그런지 성산일출봉과 동쪽 지역의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눈에 들어왔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등 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여기서 한숨을 돌리고 다소 급경사를 내려오면 작은 수풀 지대가 보이고 그 앞에 귀엽게 생긴 작은 동산이 눈앞에 등장하는데 좌보미알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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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보이는 먼 바다와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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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보미오름은 좌우에 봉우리가 있는데 서로 의지한다고 해서 붙여졌단다. 물론 다른 오름처럼 이것도 ‘설’에 불과하다. 주봉에는 울창한 소나무와 삼나무가 오름을 가득 채우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버섯도 많다. 표고 342m, 비고 100m로 높지 않지만 밑지름이 1,200m에 이를 정도로 광대한 면적이라서 가을철이면 이 거대한 오름 군락은 황금빛 억새꽃으로 출렁인다. 오름의 북쪽으로는 초승달처럼 생긴 월랑지라는 오름도 있어서 이왕 좌보미오름에 온 김에 월랑지까지 걷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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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이 뜨거운 햇살을 조금이나마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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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좌보미오름 트레킹을 시작하면 현재 나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산책로는 보통 나무가 우거져서 바깥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급경사가 많아서 조심스럽게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몇 번째 봉우리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올라오곤 한다. 큰 봉우리가 다섯 개지만 여기에 속한 작은 굼부리가 또 여러 개이고, 그 굼부리 안에 알오름도 있다. 어쨌든 길은 하나뿐이라 조난 될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혼자 걷기에는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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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보미오름에서는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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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봉우리를 건너 마침내 네 번째 오름 봉우리에 오르자 전망이 탁월하다. 가까이에는 백약이오름이 친근하게 보이고, 그 주변으로는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오름이 우뚝 서 있다. 한라산은 마치 신기루처럼 조금은 희미한 존재로 비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오늘의 길고 험한 오름 걷기가 끝나겠지만, 좀처럼 이곳을 벗어나기 싫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김종철은 <오름나그네>에서 이 오름을 ‘황량한 들판에 알몸으로 숨 쉬는 야성녀의 터질 듯한 젊음, 그런 느낌의 좌보미에는 생동감이 흐른다’고 표현했다. 오름 상공의 시원한 공기를 심호흡으로 마시고, 제자리에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며 주변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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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으로는 제주 동쪽의 다양한 오름 군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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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오름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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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봉우리에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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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봉우리에서 다시 한 번 마주한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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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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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
? 장성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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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린 시절 히말라야 산 속에 자리잡은 학교를 다니며 도서관을 접하게 됐다. 그에게 책은친구나 다름 없었다. 그동안 만났던 유럽의 책방과 도서관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한 권에 책에 펼쳐 놓았다. 나도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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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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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좌보미오름' 또는 '백약이오름'으로 검색하면 된다. 백약이오름 주차장에 도착하면 좌측으로 난 길로 2km(약 5~10분 소요) 정도 더 들어가면 된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55분 소요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111번 급행버스를 타고 가다가 대천환승정류장에서 211번으로 갈아타면 된다. 좌보미오름 전용 주차장은 없지만 입구 부근 잡초 지대에 다섯 대 정도의 주차가 가능하다.
◇ 주소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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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갈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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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롬왓
겨울을 제외한 시즌 내내 메밀꽃과 수국, 라벤더, 청보리 등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밭이다. 같은 이름의 카페에서는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로 차를 만든다.
◇ 주소 : 서귀포시 표선면 번영로 2350-104
◇ 이용시간 : 10:00 ~ 18:00
◇ 요금 : 성인 3,000원 / 경로,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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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k 에코브릿지
송당리 마을회관이었던 곳이 제주 수제 물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의 특색을 살린 상품이 많다. 2층에는 직접 만든 빵과 커피를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40
◇ 전화 : 064-782-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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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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