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야생 동물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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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평원, 세렝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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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를, 특히 세렝게티를 흔히 ‘야생 동물의 천국’이라고 한다. 과연 지금의 그곳이 야생 동물에게 천국 같은 곳일까? 잠시 스쳐 간 것으로 뭐라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아무튼 지금의 지구는 그 어디도 야생 동물에게 ‘천국’이라긴 어려울 것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나서면서 그 밖의 생명들은 천국을 잃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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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구 한 모퉁이에 세렝게티 국립 공원, 마사이어로 ‘끝없는 평원’이 있다. 국립 공원에는 좀 과한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경상북도와 맞먹는 면적의 초원에 150만 마리가량의 동물들이 산다. 북쪽 마라강 너머에는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 공원이 있는데, 이는 인간들의 편의에 의한 구분일 뿐, 동물들에게는 계절에 따라 구름이 오가는 하나의 초원이다. 세렝게티의 남동쪽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분화구인 응고롱고로 국립 공원이, 그리고 플라밍고의 군락지로 유명한 레이크만야라 국립 공원이 있다. 타랑게리 국립 공원도 인접해 있다.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야생 동물 보호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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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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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 국립 공원은 제주도의 8배에 달할 만큼 거대한 분화구로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기도 한다. 그곳은 동물들에게도 불가사의한 땅이다. 인접한 세렝게티와는 달리 응고롱고로는 일 년 내내 비가 내리고 물이 흐른다. 응고롱고로의 한가운데의 마카투 호수는 아무리 혹독한 건기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푸른 사자 와니니』? 에서 와니니와 친구들이 목숨을 건 원정에 나섰던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이 바로 응고롱고로 국립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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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응고롱고로는 인간에게는 금지된 땅인데, 오직 마사이족만은 응고롱고로에서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 원래 마사이족의 터전은 세렝게티인데, 국립 공원이 되면서 세렝게티를 잃은 대신 응고롱고로에서 살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고 한다. 초원과 보색을 이루듯 화려한 옷차림으로 소 떼를 모는 마사이족의 모습 또한 응고롱고로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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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공항이 있는 아루샤에서 자동차로 달린 지 다섯 시간 남짓, 드디어 응고롱고로 초입에 도착했다. 세렝게티부터 가는 일정이지만, 그래도 일단 응고롱고로 입구를 지나야만 한단다. 드디어 세렝게티가 가까워졌다고 흥분하는 것도 잠시, 분위기가 사뭇 엄격하다.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데다 들고 나는 인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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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진 세렝게티 국립 공원까지 밀렵꾼들이 기승을 부리는 탓이리라. 몰래 숨어들어서 코뿔소처럼 돈이 되는 동물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국립 공원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외곽을 단단히 지키는 것은 물론, 레인저들이 국립 공원 곳곳을 누빈다. 헬리콥터나 자동차로 다니는 게 아니다. 중무장을 한 것도, 대부대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세렝게티의 레인저들은 야생 동물의 땅을 두 발로 걸어 다닌다! 뒷산에 약수를 뜨러 온 동네 친구처럼 가벼운 차림으로, 두 사람의 레인저가 야생 동물의 땅을 걷고 있었다. 오직 마사이족과 레인저만이 세렝게티를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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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한낱 인간인 우리는 국립 공원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것은 물론, 차에서 내리는 것도 금물이다. 드문드문 있는 휴게소와 숙소만이 인간에게 허락된 땅이다. 그중 리조트는 높다란 담장에 둘러싸여 있고 경비를 서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휴게소는 탁 트인 초원 어디쯤에 덩그러니, 작은 매점과 화장실 그리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탁자들이 놓여 있을 따름이다. 그래도 사자와 마주칠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단다. 인간들이 아파트 앞 공원에 피크닉이라도 나온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어도 그곳을 찾는 동물은 바위너구리나 몽구스 그리고 허술한 인간의 도시락을 노리는 새뿐이었다. 무방비한 사냥감에 불과해 보일 만도 할 텐데, 사자도 치타도 인간들에게는 어지간히 질려 버린 모양이다. 풀을 뜯는 동물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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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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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사람들에게도 세렝게티와 그곳의 동물들은 낯선 세계다. 어린이들에게도 물론 그렇다. 세렝게티의 사자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곳은 탄자니아, 어린이들은 세렝게티 같은 국립 공원으로 소풍이나 체험 학습을 온단다. 땡땡 월드도 아니고, 동물원도 아니고, 세렝게티 국립 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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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줄리어스에게 그런 설명을 듣고 문득 궁금해졌다. 탄자니아는 한국의 약 9배에 달할 만큼 큰 나라, 그렇다면 수도 도도마 혹은 제1의 도시라는 다르에스살람에 사는 어린이들은 세렝게티에 오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벼운 줄리어스의 대답.


“우리나라에 세렝게티 같은 곳 많아요.”


탄자니아 어린이들은 사자를 만나기 위해 굳이 멀리까지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렝게티와 규모나 상황은 다를지 모르지만, 과연 ‘야생 동물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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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는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탄자니아 사람으로서 세렝게티를 비롯한 자연에 대해서 그리고 노동자로서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긍지가 높은 사람이었다.


원래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사파리 전용 차량을 고치는 일을 하면서 세렝게티를 드나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야생 동물들에 마음이 끌려서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사파리 가이드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냥 투어 가이드를 했는데, 동물들의 죽음을 지켜보기 힘들어서 일반 사파리 가이드로 일을 바꾸었다고 한다. 정비 일을 할 때부터 다녀서 국립 공원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았고, 동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깊었다. 어쩌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할 때도 있었는데, 딸내미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직 직장을 잡지 못했다고 한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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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줄리어스의 매의 눈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에는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험난한 오프로드, 우기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황톳길에는 먼지가 자욱했다. 그런데도 줄리어스는 저 멀리 있는 동물을 알아보았다. 줌으로 당겨서 사진을 찍고도 다시 확대를 해야만 치타인지 암사자인지 식별이 가능할 만큼 먼 곳의 동물까지 단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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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롱고로의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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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응고롱고로 국립 공원 입구를 지나 처음으로 만난 동물은 우리의 눈으로도 단숨에 알아볼 수 있는 기린.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고 보니 바로 뒤편에 마사이족들이 있었다. 우리의 좌표를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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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세렝게티 국립 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우기를 모르는 듯 황량한 땅에 쓸쓸하게 서 있는 그 출입구가 어쩐지 눈에 익었다. 그때는 사진으로 봤던 느낌 때문인가 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야 생각이 났다. 몽골 제국의 왕도였던 카라코룸의 첫인상과 닮은 거였다. 전설로 사라진 왕국의 유적. 그곳의 주인들은 한때 초원을 마음껏 달렸다. 문명의 울타리 따위로 막아설 수 없는 야생의 시대. 이제 몽골 제국의 카라코룸은 고목처럼 쓸쓸한 유적만 남아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세렝게티는 끝없는 땅이 아닌 굳건한 담을 두른 국립 공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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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룸 입구 / 세렝게티 국립 공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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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어쩌면 지구에서 최후로 남은 야생의 땅, 비록 불청객일지라도 나는 그곳의 주인들을 만나고 싶었다. 내 마음은 오래전 와니니를 만났고, 그 마음을 보아 준 어린이들의 응원으로 마침내 와니니의 땅으로 날아왔다. 마침내 세렝게티 국립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가젤!


운명을 시험하려는 듯 무리와 떨어져 외딴곳을 헤매는 가젤이 처음으로 만난 그 땅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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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젤의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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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이현 글/오윤화 그림 | 창비
무리를 위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마디바와 부족한 힘이나마 한데 모아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는 와니니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 주면서, ‘함께’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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