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부터 개XX까지…’ 전화기 너머 콜센터의 세계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는 매일매일 불특정 다수에게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온갖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과 직접 일하지 않고는 알지 못하는 콜센터 세계를 진솔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전화기 너머 묵묵히 자신의 감정을 달래며 스스로를 지켜온 저자의 이야기는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불리는 상담원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앞으로 나갈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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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은 작가님의 첫 책이기도 한데요, 작가님을 ‘수화기 너머 누군가로부터 저기요, 아저씨, 당신, 너, 가끔은 선생님, 그리고 더 가끔은 개XX라고 불리던 사람’이라고 소개하셨어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한 지 5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어요.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5년을 돌이켜보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이룬 게 없더라고요.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 아깝고 저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 문득 제가 겪은 콜센터 이야기를 글로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저자 소개를 쓰면서 많이 고민했었는데요, 평범하게도 써 봤지만 가장 솔직하게 상담원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전화를 받는 상담원은 항상 그대로지만, 수화기 너머의 고객에 따라서 ‘선생님’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때론 ‘개XX’라고 불리기도 하거든요. 갑의 호의나 악의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을의 위치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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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주운 씨’라고 작가님 이름이 있어요.
유명 작가도 아닌데 책 제목에 이름이 들어가는 게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콜센터 상담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 없는 사람들로 존재할 때가 많잖아요. 상담원들의 이름이 기억될 때는 고객들이 전화 끊기 전에 처리가 잘 됐는지 확인하려고 “통화하신 상담원분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을 때밖에는 없거든요.
독자분들이 언젠가 스치듯 만났던 상담원을 떠올리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목을 고민해야 될 시기, 출판사에서도 몇 가지 안을 보내주셨어요. 그중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가 있었고, ‘상담원’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도 모두 정체성을 갖고 있는 개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 제목에 제 이름이 있는 걸 선택했어요.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한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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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고객들의 갑질과 언어폭력이에요. 그런데 의외로 책에서 ‘갑’이면서도 때론 ‘정’이 되는 게 ‘고객’이라고 해서 놀라웠어요.
제가 일한 곳은 공연 티켓 예매 콜센터였습니다. 대부분의 민원은 취소 수수료와 취소 마감 시간이 지나 취소가 불가한 건 때문에 발생했어요. 정해진 취소 규정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 뜻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심한 욕설과 협박을 하는 고객들이 있어요. 세 번 욕설하면 통화를 먼저 끊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세 번까지는 욕설을 들어야 하죠.
그러면서도 가끔은 고객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대부분의 콜센터가 아웃소싱으로 운영되면서 응대율에만 집착한 나머지 고객을 고객으로 보지 않고 3분 이내에 처리해야 할 1콜로 치부해버리거든요. 콜이 길어지면 관리자는 상담원에게 빨리 끊으라는 눈치를 주고, 상담원 입장에서도 실적이 안 좋아지니 성의 있게 상담하기보다는 딱 불만이 생기지 않을 만큼의 기계적인 상담을 할 때가 많아요. 친절하고 성실한 상담을 원하는 고객과, 빨리 통화를 종료하고 다음 콜을 받아야 하는 상담원의 입장 차이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고객은 불만이 가중되고, 상담원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기업이 이익을 위해 콜센터를 아웃소싱 하면서 희생당하는 건 결국 상담원과 고객인 개인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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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쓴 글이 인권위원회 블로그에 소개된 적도 있다고요.
<복불복 점심시간>이라는 글이에요. 마지막 통화가 길어지면 점심시간 한 시간을 온전히 쉬지 못하고, 점심시간이 매일 달라져서 고충이 있다는 이야기를 인권위원회 블로그에서 소개했어요. 기쁜 마음으로 댓글을 확인하는데,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몇 개 있었어요. 점심시간 없이 밥만 딱 먹고 몸 쓰면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점심시간이 주어지고 실내에서 일하는 상담원은 편한 직업 아니냐고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더라고요. 어떤 직업보다 상담원이 힘들다는 뜻으로 쓴 글이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 다 힘들잖아요.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누가 더 불행한지 대결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하나씩 고쳐가는 쪽이 우리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은 개인이 처한 어려움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부터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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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중간중간, 예를 들면 <상담원의 직업병> <진상 보고서>처럼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넣어주셨어요. 특히 ‘진상 보고서’에는 뉴스 기사로 접하던 일들이 많더라고요.?
책이 너무 무겁게 읽히지 않도록 중간에 환기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넣었어요. 그중에서 상담하다 겪은 웃긴 에피소드를 담은 <조금 우스운 이야기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저만 재밌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읽어보신 분들이 다 재미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겪은 진상의 유형을 ‘진상 보고서’라는 글로 정리하는 건 재밌었지만, 그 유형의 고객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힘들기도 했어요. 이 글은 특히 상담원 일을 해봤거나 서비스직을 경험한 분들이 크게 공감하실 것 같아요. 신입 상담원 시절에는 ‘욕설형’이나 ‘협박형’의 고객이 가장 두려웠는데, 일을 할수록 힘든 유형은 상담원의 말투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면서 죄어오는 ‘꼬투리 잡기형’이었어요. 책에는 담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심한 일도 많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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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를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콜센터와 상담원의 현실을 알리는 언론 보도나 기사는 꾸준히 있었거든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콜센터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꺼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생겼어요. 그러다가 버스 기사, 편의점 점주,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걸 보면서 제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경계했던 게 저의 경험을 과장하거나, ‘그래도 콜센터를 통해 이런 것을 배웠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어요. 사실 전하고 싶은 거창한 메시지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가볍게 직업인으로서의 콜센터 상담원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부터 감정노동의 최고봉이라는 콜센터 상담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싶으신 분들까지 자유롭게 읽고 아무렇게나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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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책을 써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즐거움이 더 컸어요. 제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책을 내면서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지금의 저는 작가가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글쓰기는 계속해나갈 생각이에요. 그러다 보면 제 삶이 또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시간이라고 자책하던 콜센터에서의 5년이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라는 책이 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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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운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3개월만 머물 마음으로 들어간 그곳에서 5년을 일했다. 고객에게는 친절했지만 콜은 많이 받지 못하는 상담원이었다. 밥 먹듯이, 아니 밥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무엇이 죄송한지 모를 때가 많았다. 수화기 너머 누군가로부터 저기요, 아저씨, 당신, 너, 가끔은 선생님, 그리고 더 가끔은 개??라고 불리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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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박주운 저 | 애플북스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에게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온갖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콜센터 세계를 진솔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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