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위클리 레터입니다.
꽤 오래 전 일입니다. 깊은 밤, 부산역 대합실을 지나며 의도하지 않았는데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습니다. 노숙 생활이 얼마 되지 않은 한 사람에게, 노숙 생활에 익숙한 일행 중 한 명이 말을 건넸습니다.
"홀로 있지 말고 여기로 와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사실 원래 집이 있거든요."
"여기 왔다는 건 그곳이 편하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불편한 곳은 집이 아니에요. 마음 편한 곳이 집이에요."
당시 저는 2년마다 주인이 월세를 얼마나 올릴까 노심초사하던 자취생이라 저 대화가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나고 자란 고향을 뒤로
하고 향수병에 시달리며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았죠. 제 경험이 특별하진 않습니다. 이동하는 거리, 떨어져 지낸 세월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인들이라면 나고 자란 곳에서 떨어져 사는 게 보통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액체 근대성'이라 표현한 게 바로 이주이기도 하죠. 특히나 국경을 넘는 이주의 경험은 다양한 위험과
마주합니다. 기후, 공간, 언어, 사회 구조, 법률 등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적응해야 하니까요. 이럴 때 필요한 게 원주민들의
공감과 지지겠죠.
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입니다. UN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한 날입니다. 대한민국에도 이미 270만 명의
이주민, 13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함께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집,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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