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락편지 1217호 |
책 앞에 서면 뭉그러지는 마음들
|
정말로 마음이 무너지는 때에 하는 어떤 행동이 있으신가요? 저는 마냥 잠에 들기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친구들과의 수다를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잠시 뿐이기도 하더라고요. 여기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으면서 스스로가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만드는 힘을, 책에서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사IN] 장일호 기자는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과 크고 작은 슬픔들을 책 속에서 구해냅니다. 여러 얼굴로
찾아오는 슬픔들 앞에서 울부짖지 않고, 책을 폈습니다. 책 속의 문장들과 이야기들에서 지금 이 감정을 길어 올릴 말들을
찾아다니면서요. 책 속의 ‘죽고, 아프고, 다치고, 미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고통이 피워낼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만들어가면서요. 그 여정들이
『슬픔의 방문』 속에 담겨 있습니다.
나이를 조금 더 먹을수록, 혼자 보내는 사유의 시간이 나를 온전하게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 사유를 하는 와중에는 책이 함께 하고요. 머릿속에서는 도무지 정리 안 되던 어떤 감정들과 고통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목소리를 통해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거든요. 아,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지, 하고 그때에는 그냥 넘겼던 감정과
생각이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이야기들이 자기의 자리를 찾아오면, 맞춰지지 않던 내 삶의 흐름이 매끄럽게
연결되기도 하고요.
『슬픔의 방문』
속 장일호 기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슬픔과 고통을 지니고 사는 게 어쩌면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여기게 됩니다. 어쩌면 그 감정들은 나를 더 넓은 품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니까요. 슬픔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슬픔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열리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 내게 올라온 감정들을 돌보며 내가 한 발짝 더 내디딜 수 있게 만드는
일. 이 일들을 가능하게 해준 장일호 기자의 책 읽기란 ‘나의 감정들이 자신의 기능을 다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올해를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나를 힘들게 한 감정들을 건져 올려줄 여러분의 책은 어떤 책인가요? 책 앞에 서서, 올해를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이나영 (에세이 PD)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