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스물다섯 작가가 전하는 젊은 날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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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문단을 거치지 않은 새로운 가능성의 한국 소설 한 편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문학을 전공한 적도, 글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는 94년생 젊은 작가가 자신의 언어로 써 내려간 주목할 만한 데뷔작이다. 각자의 상처로 웅크린 여섯 아이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그렸다. 특히 10대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의 어른이 이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데, 아이들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갈등하고 부딪히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뭉클하면서도 신선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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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님 이력이 꽤 독특합니다. 아직 20대 중반인 데다 따로 문학을 공부하신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 소설을 쓰셨다고 했는데, 소설은 언제부터 쓰시게 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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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글 쓰는 것도 좋아하게 됐습니다. 스무 살 때는 짧은 글을 쓰다가 군대를 전역하고 제대로 글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게임이나 SNS, 술 같은 것들을 안 하다 보니 남는 시간이 많아 그 시간에 틈나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23살에 『뜻밖의 계절』을 완성하고 계속 글을 쓰다가, 일을 하면서 출판사에 한 번 투고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보냈는데 출간까지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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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무대로 작품을 쓰셨는데, 20대 작가가 쓴 10대 이야기여서 그런지 인물이나 대사가 신선했습니다.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에 등장하기 마련인 조력자로서의 ‘어른’ 캐릭터가 없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10대 시절의 이야기를 첫 작품으로 삼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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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어른들의 완벽한 보호 아래에 있는 유년기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성인기 사이에 놓인 시기입니다. 여전히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지만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세계가 분명 존재합니다. 이때는 어른들의 세상처럼 사람에게 씌운 감투를 보지 않고 사람 자체를 보며, ‘좋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불완전한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잡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더 상처받고 무너지면서 조금씩 자신의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과정이기에 어떤 시기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불완전하면서도 상처받는 시기인 청소년기의 아이들로 모두가 늘 고민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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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여섯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각자의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서로 엮이면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로웠는데요. 이런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생각과 행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여기 있는 여섯 명의 캐릭터들을 한 번씩은 경험해봤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가 잡히고 나서부터는 여섯 아이들이 정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저절로 이야기가 만들어져, 저는 그냥 그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받아 적기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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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히 마음에 남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저에겐 여기 있는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모두에게 애착이 가지만 특히 마음에 남는 캐릭터는 ‘반윤환’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보니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신경을 썼던 부분도 있고,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식과 가장 비슷해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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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 아닌데도 읽고 나면 묘한 위로를 받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쓰신 것처럼 이 책이 누군가의 “굳어가는 마음을 녹여주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처음부터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기 시작하신 건가요?


지금까지 한 번도 발랄하거나 밝은 분위기의 작품(영화, 노래, 책 등)에서 공감을 하거나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재밌게 접할 수는 있었지만 그저 나와는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밝은 내일이 기다린다거나, 금방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보다는, 어떤 선택을 해도 상처받겠지만 묵묵히 너의 옆에 있어 주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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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지요? 주로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는지 궁금해집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3개만 꼽으신다면요?


철학적이고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책을 좋아해서 도스토옙스키를 가장 좋아합니다.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해 주로 인문 고전이나 세계 문학을 읽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도 많고 좋아하는 책도 많은데 세 개만 꼽으라고 하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은 사람이 생각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들이 모두 녹아 있는 책이라, 10번도 넘게 읽어 책이 반으로 찢어지기까지 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은 제가 생각하기에 내용이나 주제 모든 게 다 완벽한 소설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은 고전 소설인데도 요즘 나오는 영화나 책보다 더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가볍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고요. 만약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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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행복하고 모든 부분에 있어 만족한다면 제 책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지쳐 있고 옆에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제 책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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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운


1994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2년제 대학 졸업 후 김포공항 특수보안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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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계절임하운 저 | 시공사
‘섬’으로 비유되는 인간의 고독과 그럼에도 서로를 향해 손 내밀 수밖에 없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젊은 작가 특유의 신선한 시각으로 그렸다. 섣부른 희망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뜻밖의 위로를 전하는 새로운 감성의 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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