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오윤주 “여성의 생리 경험은 공유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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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는 여성들이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경험”이라 여겼던 ‘생리’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오윤주 저자는 문득 생리가 ‘당연한 불편함’이 아님을 느끼고 자신의 생리 경험에 대해 쓰게 되었다. 저자는 ‘생리 일기’를 통해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동시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속박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한 여성의 솔직한 에세이이기도 하지만,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유한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국, 네덜란드,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생리가 터놓고 말해야 하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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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첫 책이에요! 책을 내고 난 뒤의 기분은 어떤가요?


아직은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작가라는 타이틀이 두렵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을 수 있는 지면을 늘 원해왔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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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여자라면 누구나 하는 일인데도 터부시되어 왔어요. 문제의식을 느끼기까지 작가님의 생각이 변해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생리가 터부시되는 상황에 언제나 불만을 품어왔지만, 그게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커다란 질문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생리를 숨겨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고 억울했지만 모두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저는 생리를 저만의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정치적인 사건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때만큼 모두가 입을 모아 각자의 생리 경험을 털어놓고 생리 터부의 부당함에 대해 항의한 적은 없었거든요. 또한 페미니즘을 공부할수록 이것은 단지 생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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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터부는 단순히 생리만을 터부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 나아가 여성 자체를 터부시하는 관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라서 여성 해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생리 해방을 외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죠. 이 책을 통해 사적인 영역으로만 치부되는 여성의 생리 경험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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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때의 불편함은 많은 여성들이 겪는 것이지만, 그 경험은 잘 공유되지 않아요. 그래서 ‘생리 일기’가 더 반가웠는데요. 개인이 겪는 신체의 변화를 글로 쓰거나 말했을 때 어떤 것들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책을 쓰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생리 경험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진실하게 쓰는 것이었어요. 생리할 때 여성이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단순히 나열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쓰고 싶었어요. 생리 때 여성이 겪게 되는 신체 변화와 감정 변화에 동화되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요. 여성이 생리할 때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어떠한 불편함을 어떻게 겪는지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잖아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계속 끄집어내고, 또 기록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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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생리대, 꽉 죄는 속옷 등 여성의 몸은 자유롭지 못해요. 이런 사회에서 여성이 주체로 살아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탈코르셋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외적이든 내적이든요. 여성에게 가해지는 코르셋은 사회 전반에 매우 촘촘하고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차별을 인지하기조차 쉽지 않아요. 사회는 계속해서 여성이 자신의 몸을 혐오하도록 부추겨요. 성형 광고를 내보내고, 여성의 몸을 품평하고, 예쁜 여성을 대우해주는 척하고, 여성의 삶에서는 단지 외모가 전부인 것처럼 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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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요. 삶에는 외모보다 중요한 것이 너무 많아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없어요. 계속해서 타자(남성)의 인정을 갈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자신을 끼워 맞추게 돼요. 이런 사회 속에서 여성 개인이 투쟁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매우 두렵고 척박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 사실 자체가 서로에게 힘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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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마법’ 같이 생리를 감추려고 하는 말들 대신, 생리를 긍정할 단어를 찾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작가님이 볼 때, 마음에 드는 단어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달거리’라는 낱말의 어감을 좋아해요. ‘월경’이라는 한자어보다 순우리말의 정취가 묻어나서 좋기도 하고, 생리를 달의 주기와 직접적으로 연관 어 생각해볼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한달까요. 생리를 자연의 주기로 받아들이게 되면 혐오할 이유가 사라져요. 자연의 일부분으로 태어난 존재인 이상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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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리용품의 종류가 늘어나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이 많아졌어요. 동시에 심리적 진입장벽을 느껴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일단 자신의 성기를 들여다보고 공부해야죠. 질 안에 손가락도 넣어보고, 길이가 얼만큼 되는지도 재보고, 생리를 거치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기록하면서 자신의 몸을 알아가야 해요. 특히 한국 여성은 일회용 생리대만 써온 경우가 많은데, 탐폰이나 생리컵을 써본 적이 없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생리용품은 적응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생리대만 사용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겁이 날 수도 있지만, 우리 몸은 결국 무엇이든 다 적응하게 되어있어요. 여성의 몸은 우리의 생각보다 아주 강하답니다. 자신의 몸을 믿고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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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독서 모임 ‘투쟁하는 암탉’을 진행하고 계세요. 페미니즘에 입문하려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이갈리아의 딸들』? 을 추천하고 싶어요. 팟캐스트 ‘투쟁하는 암탉’에서도 처음으로 소개해드린 책이에요.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이 뒤바뀐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의 범위를 넓히고 세계를 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어요. 우리가 여성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단지 허상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생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요. 무엇보다 재미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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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주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했다. 페미니즘 팟캐스트 ‘투쟁하는 암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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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오윤주 저 | 다산책방
“내 몸을 다른 누군가가 사랑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 “내 몸을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 “내가 내 몸의 주체가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성이 꾀할 수 있는 최고의 혁명”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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