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을 외치기 위해, 유키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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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오, 오에오! 후레자식 그게 나, 오늘도 양반걸음!” 스스로를 “후레자식”이라고 부르며 시조가 사라진 시조의 나라 조선에서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18세의 소년, 단.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에서 이준영이 맡은 역할이다. 가상의 배경에서 가상의 인물로 활약하는 그이지만, 이준영의 단은 말투부터 움직임까지 유독 해맑은 느낌을 풍긴다. 단을 맡은 세 명의 배우 중에서 가장 막내라는 점은 차치하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앵콜 무대에 다시 설 수 있게 되면서) 이쪽 업계 분들한테 조금 예쁨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어린아이처럼 마냥 좋았다”고 털어놓는 모습이야말로 그가 만드는 캐릭터 단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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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준영이 연기하는 단은 단순히 해맑기만 한 소년이 아니다. 단은 아버지를 잃고 혼자 붓 한 자루를 들고 유유자적하는 척 살아가야만 하는, 홀로 꿋꿋이 세상에 버티고 선 인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여기저기 잘 치대며 능청스러워야 하는 소년이며, 외로움을 감추고 그 감정을 시조로 읊으며 치기 어린 태도로 어른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소년이어야만 한다. 이런 단의 모습은 이준영이 준으로 활동해온 과거와 절묘하게 겹쳐진다. 이준영은 멤버 탈퇴 등으로 자리가 빈 유키스에 뒤늦게 합류했고, 그 후로도 이어진 팀의 실패를 줄곧 함께 겪었다. KBS ‘더 유닛’에 출연해 최종 멤버로 선발돼 UNB로 활동했지만, 애초에 Mnet ‘프로듀스’ 시리즈와 흡사하게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UNB는 프로젝트성 활동을 마친 뒤 금세 해체되었다.
어쩌면 단은 2018년까지 이어진 4년여의 시간 동안 꿋꿋하게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해온 유키스 준의 노력, 그리고 실패를 버티면서 20대가 된 이준영의 현재를 합친 캐릭터다. 2017년에 웹드라마와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 출연하며 연기자 이준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가수로서의 목표를 그대로 간직하며 UNB 활동까지 마친 그의 의지는 끝까지 시조 한 자락을 읊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춤추고 노래하던 단의 모습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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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준이 발휘했던 의지는 예명이 아닌 본명으로 활동하게 된 이준영의 성취로 이어진다. 솔로 앨범을 내면서 음악 활동을 지속하다가, 스릴러 드라마에서는 분노를 억누르다 못해 무감각해진 눈빛으로 “솔직히 나 살인 같은 거 별로 하고 싶지 않거든.”이라며 상대의 배에 칼을 찔러넣는 섬뜩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게다가 실력이 부족한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이 쉽게 배역을 따낸다는 이유로 종종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 일쑤인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조차 그는 “아이돌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깨줬다”는 찬사를 받는다. 연기, 그리고 춤과 노래, 음절 단위로 빠르고 정확하게 발음해야 하는 싱잉 랩 넘버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결코 쉽게 쌓인 것이 아니라고, 이준영은 화려한 언변 없이 그저 연기와 노래를 통해 말한다. 이런 그의 차기작은 공교롭게도 ‘굿캐스팅’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다. 제목만으로도 이준영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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