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책읽아웃] 도시의 식물들, 잘 알고 있나요? (G.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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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나무 세밀화를 그리는 동안 느꼈던 점은 늘 우리 가까이 있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히려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희귀 식물이나 멸종 위기 식물보다 오히려 근처 앞산의 소나무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을 수도 있어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도 늘 검토하고 되돌아봐야 하고요. 어쩌면 이건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관계에 있어서도 필요한 자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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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책 『식물의 책』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오늘 모신 분은 한 장의 그림 안에 식물의 긴 삶을 담는 분입니다. 오랫동안 식물을 관찰하고, 정확하게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해오셨어요.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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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식물의 책』 을 읽으면서 ‘아, 이 독서 경험이 참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읽을 때 작가의 감성이나 감정 또는 사유에 깊이 빠져들어서 문장을 읽어나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박물지라든가 사전형 독서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도 저는 참 좋아하는데, 사전형이 조금 딱딱한 느낌이라면 『식물의 책』 은 산책형 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소영 : 그걸 조금 의도한 것도 있고요. 아마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식물 용어가 많이 안 쓰였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렇군요. 어려우려면 한정 없이 어려울 수도 있는 분야잖아요. 라틴어와 한자어가 나오고...


이소영 : 그렇죠, 학명도 들어가고 한자 식물 용어들이 많고. 그런데 ‘상록수’ 같은 것들을 ‘늘푸른나무’라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다든가 하는 노력들을 많이 했어요.


김하나 : 그러셨군요. 이번 책의 부제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라고 되어 있잖아요. 저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다 보니까 책에 나오는 식물들이 저와 친숙한 식물들이어서, 아는 게 조금 있는 게 더 알아가니까 재밌는 것 같아요.


이소영 : 맞아요.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제가 식물 중에서도 원예 식물을 공부했어요.


김하나 : 식물학도이기도 하시죠?


이소영 : 네. 그래서 원예식물, 우리 도시 안에 있는 우리가 재배하고 이용하는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식물 산책』에서는 식물이 있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사람들이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가장 좋은 게 식물이 있는 곳에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소를 매개로 해서 이야기를 풀었고요. 『식물의 책』 에서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서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조금 더 들여다 보자라는 의미에서 ‘도시식물 이야기’로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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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원예식물을 전공하셨다고 했는데, 원예식물 말고 다른 식물의 카테고리는 어떤 식으로 나뉘나요?


이소영 : 우리가 심지 않아도 스스로 산과 들에 나는 ‘자생식물’과 우리가 집약적으로 재배하고 이용하는 ‘원예식물’로 크게 나눌 수가 있어요. 원예식물은 산과 들에 있는 식물들을 우리가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고, 식물학자들이 ‘이 식물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어디에 유용한가’를 연구해서 도시로 가지고 오게 되죠. 커피와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정말 일상적으로 많이 먹잖아요. 그런 것도 우리가 식물 문화를 향유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식물학자들이 커피가 음료로도 좋고 우리의 힘을 북돋아주는 약효가 있다는 걸 연구했기 때문에 우리가 비로소 도시에서 커피를 이용하게 되는 거죠.


김하나 : 커피를 음료 문화라고만 생각했지 식물 문화라고 생각해본 적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생이나 원산지라는 개념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놀라운 점이 있었는데, 개나리가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다면서요?


이소영 : 네. 지금 산에 있는 개나리들은 다 우리가 나중에 심은 거죠.


김하나 : 그러면 개나리는 원예식물인 건가요?


이소영 : 네, 우리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원예식물이고요.


김하: 산에 있는 개나리도 심어진 거라는 거죠?


이소영 : 그렇죠.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 산이 거의 민둥산이었다고 해요. 그랬던 것을 새마을운동이나 나무 심기 운동을 통해서 식물을 집약적으로 심은 거죠. 수십 년이 지나서 우리가 푸르른 산을 볼 수 있는 거고요.


김하나 : 개나리가 점점 번식을 하지는 않는 거예요?


이소영 : 산에서 번식을 해요.


김하나 : 하지만 그것이 자연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인간이 심어서 번식한 것이기 때문에 자생식물이 아닌 거군요.


이소영 : 네. 우리가 산에서 개나리를 본다면 그렇게 심은 것이거나 비슷한 다른 종 ‘산개나리’라는 다른 종일 수가 있어요.


김하나 : 작가님은 길을 가다가 식물을 보시면 미묘한 차이 같은 것도 잘 구분하시나요?


이소영 : 아무래도 그런 미묘한 차이를 확대하고 강조해서 그림으로 그려내서 사람들이 그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식물세밀화’이기 때문에, 그런 걸 캐치하고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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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식물세밀화가로 오래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우리나라에 식물세밀화가가 많지도 않고 사람들이 익숙한 분야는 아니어서, 설명을 참 많이 하셔야 되잖아요. 이런 작업들을 많이 하시는 것도 식물세밀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려는 목적이 있는 거죠?

이소영 : 그럼요.


김하나 : 그러면 식물세밀화에 대해서 짧게 설명을 해주신다면?


이소영 :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연구 과정에서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린 기록물이에요. 흔히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는 식물세밀화는 식물도감 안에 들어가는 그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식물의 뿌리부터 줄기, 잎, 꽃, 열매, 종자 등 모든 기관들이 한 페이지에 들어가야 돼요. 그래서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모든 기관을 실제로 보기 위해서, 꽃이나 열매나 한꺼번에 피지 않으니까, 그 시간들을 모두 기다려야 돼요. 그리고 직접 관찰해야 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려면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요. 올해 꽃을 못 봤다면 내년 개화 시기를 또 기다려야 돼요. 그래서 작업을 하면 최소 1년, 길게는 10~20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김하나 : ‘주목’을 걸리시는 데 7년을 걸리셨다고 읽었어요.


이소영 : 네, ‘설악눈주목’이었어요.


김하나 : ‘눈주목’이 ‘누운 주목’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눈’이 ‘snow’인 줄 알았어요.

이소영 : 그렇게 흔히 생각하실 수 있죠.


김하나 : 대부분의 다른 직업과는 시간감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이소영 : 네. 그래서 보통 계획을 정할 때, 일반 회사도 그렇고, 올해 안에 어떤 성과를 이루자는 계획을 짜잖아요. 그런데 식물세밀화가는 평생 동안 한 종만 제대로 그려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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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국립수목원에 소속돼서 4년 동안 일을 하셨죠. 그 뒤로는 2012년경부터 프리랜서로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이소영 : 2013년부터 프리랜서로 작업하면서 대학원에서 식물세밀화에 관한 연구도 하고 있고요. 국립수목원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계속 협업을 하고 있고, 수목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연구 기관들과 우리나라의 식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 식물세밀화를 그릴 때는 여러 개체를 보면서 종 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그림을 과학적, 사실적으로 그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식물세밀화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어떤 브랜드라든가 기관에서 ‘이런 그림을 그려주세요’라는 식으로 의뢰가 오면 어떻게 하시나요??


이소영 : 대표적으로는 식물을 원료로 하는 제약회사나 혹은 화장품 회사에서 많이 제안이 오기도 하는데요. 초창기에는 식물세밀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이번 주 안에 그림이 완성되는지 물어보기도 하시고...


김하나 :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작업 리듬인 거죠.


이소영 : 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죠. 그래서 제가 프리랜서 초창기에 인터뷰 같은 걸 많이 했던 이유는 ‘식물세밀화가 이런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걸 말하기 위한 것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많은 식물세밀화가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게 우리나라의 지금을 살고 있는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작업하는 것 외에도.


김하나 : 처음에 그런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사진 같은 걸 주면서 ‘이대로 그려달라’는 의뢰가 오기도 했던 거죠?


이소영 : 네, 초반에는 그랬었어요. 그런데 저는 연구기관이 아닌 디자인 작업이 필요한 식물세밀화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식물세밀화의 본질적인 기록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그리고 너무 상업적인 것 위주로 작업을 하려고 작정을 했었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식물세밀화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김하나 : 작가님이 그걸 알리기 위해서 노력도 하시고 타협하지 않는 고집도 있었기 때문에 저변이나 인식이 조금씩 확산된 것 같네요.


이소영 : 저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정말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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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식물세밀화가 프리랜서로 계신데, 조금 외로운 시간이 많지 않나요?


이소영 : 외로울 새 없이, 식물 조사 다니느라 조금 바쁘고요.


김하나 : 식물조사는 혼자 다니시나요?


이소영 : 혼자 다니기도 하고 동료 식물학자들이나 같이 프로젝트하고 있는 연구기관의 직원 분들과 같이 다니기도 하고요. 사실 다른 직업들보다는 사람을 만날 일이 많지는 않아요. 그 대신 식물이랑 같이 있으면 외롭다면 생각은 안 드는 것 같고(웃음), 또 제가 작업실에서 늘 강아지랑 같이 있어서...


김하나 : 아, 동식물에 둘러싸여서 살고 계시는군요(웃음).


이소영 : 네, 그래서 저는 지금 너무 좋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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