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그윽한 품에 안기며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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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9:05
[독서신문] 연꽃이 아로새긴 등잔걸이다. 그 위에 백자 호롱을 얹자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재에 놓인 이것을 대하노라니 어린 날 외가에서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전깃불이 안 들어오던 외가 마을은 가가호호(家家戶戶) 등잔불로 밤을 밝혔다.이때 집집마다 한지로 바른 방문이나 창에 어리는 가솔(家率)들 옷을 바느질하는 다소곳한 아낙네 모습이며, 호롱불 아래 책을 읽는 어린아이 그림자는 먼발치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고즈넉함으로 이끌곤 했다. 가로등도 없던 시골 마을, 깊어가는 동장군(冬將軍)의 겨울밤 밝혔던 등잔불이 하나둘 빛을 잃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