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눈 내리는 날 올라본 북한산 중흥사
지난 주말 밤새 제법 눈이 내려 어디를 가도 좋은 날이 되었습니다. 등산을 하다보면 설경은 최고의 선물입니다만, 하나 착각하는 것은 눈이 내리는 날은 날이 흐려 그리 풍경이 좋지 않습니다. 보통 눈이 그치고 날씨가 맑은 날이 최고의 설경을 즐길 수 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고 눈 소식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날은 멋진 설경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본디 오늘은 무주 덕유산을 가기로 하고, 케이블카도 예약완료해 두었는데, 눈 소식이 있어 안전을 위해 취소하고 근처를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어디를 갈까 정하지 않고 무조건 북한산으로 왔습니다. 이런 경우는 드문데, 국립공원은 눈이 오더라도 비교적 잘 정비되어 안전하다는 점은 장점이고, 눈이 많이 오면 반대로 통제되기도 합니다. 아주 많이 내리는 눈은 아니라, 통제는 되지 않을 것 같아 북한산을 산행지로 정했습니다.
북한산성에 주차를 하고 어느 봉을 오르기보다는 오늘은 안전하고 편하게 걷기로 하고 발길닿는대로 걸어보았습니다. 그렇게해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중흥사였습니다. 북한산을 오르며 수없이 많이 지났던 곳인데, 정작 중흥사 안에 직접 들어가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눈 내리고 조용한 중흥사의 멍멍이 두 마리가 큰 위안을 주었습니다.
대단한 경치는 아니더라도, 눈이 멋진 경치를 만들어주었고, 덕분에 안전하고도 멋지 경치를 보며 고즈적한 등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음에도 주차장은 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춥다보니 그러지 않았나 싶네요.
평소에는 계곡길을 주로 가는데 오늘은 눈이 많아 안전하게 임도로 갑니다. 차도 다니는 넓은 길입니다.
국립공원 직원분들이 열심히 제설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등산을 합니다.
처음 만나는 성문인 대서문입니다. 눈이 내려서 더욱 운치가 있네요.
무량사에도 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바로 뒤에 의상대도 오늘은 흐려서 잘 보이지 않네요.
화장실, 쉼터, 그리고 자판기까지 있어 쉬어가기 좋은 북한동역사관 부근입니다. 예전에는 이 부근에 불법 음식점이 많았다고 하네요. 이제는 다 정비되어 깨끗한 모습입니다.
북한동 역사관을 지나니 눈이 제법 쌓여있습니다. 이곳만 보면 북한산이 아니라 강원도 어디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아이젠을 차고 안전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름철이면 발 담그러 자주 오는 산영루입니다. 산영루는 북한산의 대표적인 누각으로 당대의 수많은 문인들이 다녀가면서 시문들을 남긴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추사 김정희가 유독 산영루를 사랑하여 삼각산기행시축에 한 편, 완당전집에 세 편의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참고로 추사는 북한산 비봉을 몇 번이곤 올라, 비봉의 비석이 진흥왕순수비임을 밝혀내기도 한 금석학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중흥사입니다. 매번 그냥 지났는데 오늘은 중흥사를 들어가 봅니다. 북한산에는 유독 사찰이 많은데, 그 수많은 사찰 가운데 도선사와 더불어 가장 중추적인 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흥사는 고려시대 창건되어, 당시에는 북한산성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이었다고 합니다. 고려 말 조계종의 중흥조인 태고 보우 스님이 머물면서 서쪽에 태고암이라는 암자를 짓기도 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크다보니, 조선시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북한산성을 짓고 방위한 스님들의 지휘 본부인 팔도도총섭이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건립 당시에는 30여 칸의 작은 사찰이었으나 숙종 39년 도성의 방어를 위해 북한산성을 축성하면서 136칸의 큰 사찰로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 후 전쟁 등을 거치면서 아직 복원되지 못해 아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탬플스테이도 하더군요.
대웅전 바로 앞에 인심좋게 벤치가 놓여 있어 여기서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조금 구경을 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치우시는 보살님을 따라 어디선가 작은 강아지 두 마리가 나타납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요즈음 힘들었던 마음이 살살 녹는 듯 했습니다.
강아지 구경하면서 커피와 간식으로 보충하다보니 눈이 더욱 심해져서 그만 오르기로 합니다. 어차피 오늘은 정처없이 편하게 걸었던 날이니까요.
멍멍이에 뒤질소냐? 귀여운 고양이도 시선을 강탈합니다.
쉽고 편하게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까지 내려옵니다. 언젠가 북한산의 템플투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