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한라산 눈꽃산행] 제주 겨울여행은 단연 '한라산'이지! 초보자도 3시간이면 정상에~~ [영실-어리목 코스]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 영실 코스 : 제1주차장 ~ (2.5km)제2주차장(영실 탐방로 입구) ~ (1.5km)병풍바위 ~ (2.2km) 윗세오름
- 어리목 코스 : 어리목 탐방안내소~(2.4km) 사제비동산 ~ (0.8km) 만세동산 ~ (1.5km) 윗세오름
‘산행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한라산에 갈 수 있나요?’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겨울 산행을 위해 준비할 건 뭐가 있나요?’
지난해 겨울부터 외국인들과 자주 한라산 영실 코스를 오르고 있다.
필리핀, 싱가포르 등 겨울이라는 계절이 없는 나라들에서 온 여행자들은 겨울 산행이 평상시의 산행보다 훨씬 더 편하다고 말하면 놀라는 표정부터 짓는다.
지금까지 함께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영실 코스 등반은 생애 첫 산행이기도 하고, 생애 처음으로 만난 눈이기도 했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하지만 약 1km 정도의 힘겨운 오르막 구간을 지나 윗세오름에 도착하고 나면 ‘나도 이걸 해냈네~~’ 하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처럼 한라산 영실 코스는 평소 산행을 하지 않는 초보도 감히(?) 어렵지 않게 도전해볼 수 있는 코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이유 때문에 ‘넘사벽이 아닐까?’ 하며 지레 겁부터 먹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실제로 한라산 영실코스의 등반 구간은 그리 길지 않다.
산행을 시작하는 영실 탐방로 입구가 해발 1280m, 윗세오름 정상이 해발 1700m이니 영실 탐방로의 산행 높이는 420m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의 관악산이 해발 632.2m인데, 관악산 등반의 시작 지점이 150~200여m 정도라면 비슷한 높이를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영실 코스를 오르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은 입을 닫기 어려울 정도로 장관이니 관악산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다.
이번 영실 코스 등반은 필리핀에서 온 세 여행자들과 함께 했다.
참고로, 한라산에 오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최고봉(1950m)인 백록담으로 향하는 코스는 성판악 또는 관음사 코스에서 시작해야 하고, 윗세오름(1700m)으로 향한다면 영실 또는 어리목 코스에서 시작하면 된다. 돈내코 코스도 윗세오름으로 향하지만 남벽분기점을 지나 윗세오름까지 9.1km로 산행 거리가 가장 길고, 대중교통도 불편한 데다, 탐방로 입구에 주차하기도 쉽지 않다. 영실 코스는 고된 산행을 하지 않고도 한라산 눈꽃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백록담으로 향하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는 사전 예약을 하고 신분증까지 챙겨야 하므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산행을 하기 어렵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단, 지난 11월 27일부터 오는 12월 27일까지는 일시적으로 백록담 코스 예약제가 해제돼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1. 영실 코스의 최대 난제? 탐방로 입구까지 2.5km 도로길 걷기
영실 코스 입구에는 두 곳의 주차장이 있다. 버스정류장 근처, 탐방안내센터 앞의 제1주차장, 그리고 실제 산행이 시작되는 탐방로 입구의 제2주차장이다. 제1주차장에서 제2주차장까지의 거리는 2.5km. 겨울에는 이 구간에 늘 눈이 쌓여 있어 차로 제2주차장까지 간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간혹 눈 오는 횟수가 좀 뜸하다면 이 구간을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지난 14일 토요일에 찾았을 때는 산간에 약간의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영실 입구로 향하는 1100도로는 제설작업이 모두 끝났지만 1100도로에서 영실 입구로 향하는 도로 구간엔 적지 않은 눈이 쌓여 상당히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아니다 다를까 제1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도 제설 작업이 돼 있지 않아 주차가 아예 허락되지 않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십 여대의 차들이 도로 한 켠에 주차를 해야 했다. 만약 눈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출발하기 전 영실 탐방안내센터에 전화로 미리 문의하는 게 좋다. 입산가능 시간이 오전 5시부터이니 이후로는 언제 전화를 걸어도 통화가 가능하다.
이날은 제1주차장에서 제2주차장까지 도로 전체에 눈이 쌓여 있어 눈 위를 걷는 셈이 돼 그리 지루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웜업 운동을 제대로 한 셈이다.
2. 탐방로 입구에서 2km 정도만 오르면 펼쳐지는 풍경~~
산행을 시작하고 약 500m 정도를 오르면 첫 표지판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부터 약 1.5km 정도만 더 오르면 이후부터는 평지 같은 눈 왕국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나타나면 ‘병풍바위’라 불리는 영실기암이 펼쳐지며 서귀포 앞바다까지 훤하게 눈에 들어오지만 이날은 눈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영실기암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수직의 바위들이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웅장한 ‘병풍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병풍바위 쯤에 도착했다면 이제 힘든 코스는 거의 지났다고 볼 수 있다. 500여 미터만 더 오르면 푸릇푸릇한 계절, 예쁘게 가꾼 정원처럼 아름다운 구상나무 군락지다. 바람이 심한 날에도 이 구간에만 들어서면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다. 이후로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이어진다.
3. 편안한 산책로, 윗세오름 대피소 가는 길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 곧바로 펼쳐지는 풍경은 영실 코스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는 웅장한 백록담이다. 영실 코스에서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향하는 길에는 왼편에 전망대도 자리하고 있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전망대에 올라 잠시 눈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겠는데, 이날은 백록담도 가려 안 보일 정도이니 전망대까지 오를 이유가 없다.
산을 오르는 동안 눈이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는데, 윗세오름 대피소로 향하는 구간엔 계속 눈보라가 몰아쳤다. 빠른 걸음으로 대피소로 향하니 나무데크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흔적조차 없이 모든 게 눈 속에 파묻혔다.
대피소에 들어가니 따뜻한 온기가 온 몸을 감싼다. 날씨 탓인지 대피소 안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다. 준비해온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어리목 코스로 하산을 시작해본다. 특별히 맛난 김밥은 아닌데, 필리핀 친구들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요즘엔 필리핀도 한류 열풍 탓에 한국 음식을 파는 곳이 많은데 맛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4. 어리목 코스로 하산하며 맛보는 한라산 약수
만세동산을 지나 사제비동산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다. 혹여라도 그새 눈바람이 잦아지면 백록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꾸 뒤를 돌아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내려가기만 할 뿐.
사제비동산에 이르니 샘터에선 여전히 마실 물이 샘솟고 있다.
한라산 약수라고나 할까?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비어버린 물병을 한라산 물로 다시 채운다.
어리목 코스에도 전망대가 있지만 전망대마저 눈보라에 휩싸여 있다.
어리목 코스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구간은 사제비동산을 지나 어리목 목교까지 약 2km의 구간이다. 하산시에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어리목 코스엔 가을 억새가 여전히 눈 속에 있다.
어리목 탐방로 입구는 굳이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눈이 쌓여 있으면 눈밭을 즐기다 나올 수 있다.
5. 산행 Tip
겨울산행에 아이젠은 필수품이다. 체력에 따라 등산스틱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아이젠 없이 겨울산행은 곤란하다. 폭설 이후 등산로가 정비된 직후에 산행을 한다면 스패치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없어도 괜찮다. 탐방로에 사람들의 흔적이 있기에 발이 푹 빠질 정도의 눈 속을 걸을 일은 없으니 말이다. 겨울 산행이니만큼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가벼운 바람막이 점퍼를 재킷 안에 입으면 바람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 일반 운동화는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릴 수 있으니 가급적 겨울 등산화를 신거나 털신을 신는 게 좋다. 혹시 필요할 수 있으니 핫팩도 한 두 개 정도 챙겨야 한다. 맑은 날엔 햇살이 눈부실 수 있으니 선글라스도 필수!
영실 코스는 탐방로 입구에 작은 매점이 하나 있어 간단한 스낵과 음료, 생수 등을 살 수 있다. 산행을 시작하면 윗세오름까지 중간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윗세오름에서 사발면을 판매했었는데, 매점이 없어지고 나자 컵라면을 먹기 위해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먹다 남은 라면국물을 함부로 버리는 통에 한라산이 신음하고 있다니 라면 국물은 버리지 않을 정도로만 따라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