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여행 리뷰] 깊어진 가을, 낙엽 밟는 소리에 맞춰 걸어볼까

[리뷰타임스=최봉애 기자] 올 단풍은 길고 강력한 여름을 보낸 탓에 채 물들기도 전에 져버릴까 우려가 크다. 하지만 가을이 뚜벅뚜벅 걸어오는 곳으로 낙엽 여행을 떠나본다면 가을 정취는 만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관광지의 테마는 ‘낙엽 밟으며 걷는 길’이다. 다정한 이와 발걸음을 맞추며 함께 걷고, 듣고, 느끼는 만추의 낙엽 명소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가을빛 물드는, 포천 국립수목원


동쪽에는 운악산, 서쪽에는 용암산을 두고 그사이에 국립수목원이 자리한다. 면적만 11.24㎢다. 하루에 전체를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넓다.


가을 풍경을 즐기기에 숲생태관찰로와 휴게광장, 육림호 주변, 전나무숲길 등 국립수목원 남쪽 산책로가 제격이다. 수목원교를 지나면 데크 구간이 나오는데 길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국립수목원 남쪽 공간으로 접어든다.  숲생태관찰로는 천연림에 460m 길이의 덱을 조성한 관찰 코스다.


육림호 주변 숲길을 걸으면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오는 전나무숲길에서는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삼림욕을 경험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휴게광장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국립수목원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광릉이 자리한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곳이다. 차로 10여 분 이동하면 고모저수지가 나온다. 둘레길 주변에 고모저수지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 마시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여럿이다.


포천 국립수목원 육림호(국립수목원 제공)


<포천 국립수목원>

위치 :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운영시간 : 하절기(4~10월) 09:00~18:00(입장 마감 17:00) / 동절기(11~3월) 09:00~17:00(입장 마감 16: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무

이용요금 : 성인 1,000원 / 청소년(만 13세~만 19세) 700원 / 어린이(만 7세~만 12세) 500원



만추의 산책로, 오대산 선재길·밀브릿지


만추의 걷기 여행지로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과 밀브릿지를 추천한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로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들이 두 절을 오가던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면 상원사까지 약 10km 코스로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평탄해 걷기 어렵지는 않다.


드라마와 영화 CF 등에 자주 등장하며 이미 유명해진 길이지만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더해져 그 아름다움이 배가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 중 하나이다. 선재길의 ‘선재’는 불교 성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모범적인 동자의 이름으로, 문수보살의 깨달음을 찾아 돌아다니던 젊은 구도자였던 선재동자가 이 길을 걸었던 것에서 이름 붙여졌다. 힐링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숲길에서 몸과 마음도 함께 치유된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를 지나면 선재길 본 구간이 시작된다. 약 9km의 본 코스는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이뤄진다.


선재길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곳곳에 있어 완주하기 힘들다면 원하는 곳에서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오대산 선재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밀브릿지 건물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했다. 건축 과정에서 부지의 지형과 수목을 보존, 전나무와 어우러진 건물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밀브릿지(Mill Bridge)'라는 이름은 방아다리 약수터의 영문명에서 따왔다. 


산책로, 숙소, 카페, 갤러리 등과 함께 몸에 좋은 방아다리약수도 즐길 수 있다.


SNS상에서 평창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난 실버벨교회와 대관령 목장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삼양라운드힐(전 삼양목장)에서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실버벨교회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로, 삼양라운드힐은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 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사랑받는다. 열심히 걷고 사진 찍은 후에는 횡계리 오삼불고기 거리에서 맛있게 여행을 마무리한다.


밀브릿지 (평창군 제공)

 

 

<오대산 선재길>

위치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오대산 밀브릿지>

위치 : 오대산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로 1011-26 



발끝에 흩어진 가을이던가,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가 주인공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무리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 임창봉 씨다.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다. 그 끝에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방점을 찍는다. 타워 정상부에서는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의 우듬지와 눈을 맞춘다.


탐방 코스와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 등은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 다정한 풍경의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즐길 수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활엽수 단풍이 질 무렵에 뒤늦게 든다.


대전 여행의 출발은 배낭 보관서비스(무료) 등을 제공하는 대전트래블라운지가 제격이다. 한밭수목원에서는 활엽 단풍과 낙엽을,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고암 이응노의 추상과 로랑 보두엥의 건축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꼽히는 포토존은 스카이웨이, 스카이타워, 출렁다리 전망데크이다. 15m 높이에 조성한 스카이웨이는 불그스름한 메타세쿼이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구간이다. 길 끝의 스카이타워는 27m, 아파트 7층과 맞먹는 높이다. 타워에 오른 일행이 카메라 앵글을 아래로 두면,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수 있다. 


다음은 인증샷 명소인 출렁다리 전망데크.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야 하지만, 전망데크 바로 아래 바위에서 숲의 붉고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번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장태산 국립휴양림(한국관광공사 제공)


위치 : 대전광역시 서구 장안로 461

운영시간 : 3월~6월·9월~10월 09:00~18:00/7월~8월 09:00~19:00/11월~2월 09:00~17:00 (연중무휴)



천년의 깊이, 함양 상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에 자리한 고장, 함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함양 상림이 있다.


함양 읍내에 위치한 숲은 들어서자마자 천 년을 이어온 나무들의 깊은 정기가 느껴진다. 통일 신라 시대 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당시,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았고 그 둑을 따라 촘촘하게 나무를 심었다. 


당시에는 이 숲을 대관림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하였으므로 홍수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지금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하림구간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그 흔적만 남아있고 옛날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림만이 남아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가 스민 숲에 지금은 활엽수 120여 종, 2만여 그루가 울창하다. 잎이 넓고 키가 큰 개서어나무와 품이 넓은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1.6km의 산책길 사이사이 심겨 있다.


초가을에는 붉은 꽃무릇이 장관을 이루고 완연한 가을이면 활엽수가 떨구는 낙엽이 알록달록한 양탄자를 만든다. 또 각각 다른 수종인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합쳐진 연리목이 독특하다.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함화루가 있고 함양 최치원 신도비도 볼 수 있다.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음악분수, 함양의 특산물인 산삼을 주제로 한 전시관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함양 상림 (함양군 제공)


 

<함양 상림>

위치 :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49



하늘바라기 메타세콰이어의 도열, 전남산림연구원


전라남도 나주시에 자리한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내에는 '빛가람 치유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이 숲은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으로 현재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무려 1000여 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기에도 좋다. 가을을 맞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연구원은 이곳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림치유센터를 운영한다. 각종 건강 측정 장비, 아로마 테라피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인 1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하게 숲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숲 해설을 추천한다.


나주의 가을은 빛가람호수공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빛가람혁신도시와 함께 조성된 이 공원은 인공호수, 베메산 등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가을철 단풍 구경을 쉽게 즐길 수 있다.


반남 고분군에 자리한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나주 역사의 뿌리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전남의 중심지로 손꼽혔던 나주의 옛 모습을 살펴보고 싶다면 금성관으로 향하자.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메타세콰이어길(전라남도산림연구원 제공)


<전남 산림연구원>

위치 : 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 다도로 7

휴일 : 매월 첫째 주 월요일 / 1월 1일 / 설·추석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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