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왕복서간>으로 오랜만에 연극무대 돌아온 배우 김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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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연됐던 연극 ?<왕복서간 :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이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무대에 옮긴 <왕복서간>? 은 중학교 동창으로 만나 오랜 연인 사이인 준이치와 마리코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15년 전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서스펜스 로맨스물인데요.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이 연극을 공연하기에는 다소 규모가 큰 데다 극이 줄곧 편지로 전개되고 이렇다 할 무대 전환도 없어서 더더욱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돌아온 이 배우도 ?<왕복서간>? 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무대보다는 드라마나 예능 등 TV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된 김다현 씨 얘기인데요. 기회를 놓칠세라 공연이 시작되기 전 김다현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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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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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꾸준히 무대에 서긴 했어요. 1년간 일일드라마 할 때는 뮤지컬을 못 했고,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촬영하느라 예전만큼 공연을 못하긴 했지만. 그동안 연극을 굉장히 하고 싶었는데, ?<왕복서간>?? 원작 소설을 읽고 편지에 엄청난 매력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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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설과 달리 무대에서 구현할 때는 빈 공간이 많이 보였을 텐데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걸까요?


편지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요. 서로 얼굴을 보면 눈빛이나 호흡 등을 통해 상대의 달라진 모습을 감지할 수 있는데, 글은 알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 편지를 무대에서 표현해야 하니까 포커페이스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러닝 타임이 90분 정도 나오는데, 1시간 20분까지는 모든 걸 안고 아닌 것처럼, 그렇다고 완벽하게 감추면 안 되고 조금씩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줘야 하거든요. 특히 마리코와 대화를 나눈 뒤, 마리코가 지나가고 나서 준이치의 감정은 관객들이 알아챌 수 있도록 다 계산을 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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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 이후로는 두 사람이 계속 편지로만 소통하는 형식이잖아요. 무대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주한 게 아니고. 관객 입장에서도 집중하는 데 노력이 필요하던데요.


맞아요, 시점을 따지고 들어가면 굉장히 어려워져요. 편지를 보냈을 때인지 받았을 때인지, 편지를 받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까지 생각하면 너무 복잡해서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배제하고,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편지라는 실타래를 통해 화자가 돼서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하지만 리액션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리액션인지 등을 생각하면 역시 난이도가 있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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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이지만 초연 이후 몇 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거라서 배우들이 여전히 만들어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준이치를 어떤 인물로 담아내고 있나요?


이런 남자라면 연애하고 싶다! 저도 작품하면서 배우고 있거든요. 연인을 떠나 가족이든 친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마만큼 할 수 있을까요.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조용히, 묵묵히,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끝까지 지켜주기 위해서 감추고, 감추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와, 이런 사람이면 내 인생을 맡길 수 있겠다는 감정이 들지 않을까요. ‘나도 준이치 같은 사람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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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씨와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요??


저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죠(웃음).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라는 말에는 굉장한 의미가 담겨 있잖아요. 제가 준이치와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게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데, 어떤 경우에도 내 가족만큼은 지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더 열심히 사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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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5년이 지나 준이치가 굳이 섬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우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까’라는 답을 찾기 위해서죠. 공연 맨 끝에 ‘나도 자유야. 내 시효는 멈췄지만.’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게 중요해요. 준이치와 마리코는 범죄자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결론지을 것인가. 자수를 해야 하나, 이대로 묻어야 하나. 그런데 사건을 저지른 지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는 순간 시효는 멈춰요. 준이치의 시효는 멈추지만, 마리코는 끝나죠. 거기까지 생각한 거예요. 이렇게 되면 준이치가 남태평양의 오지로 떠나는 이유가 명확해지죠. 제가 이 부분을 얘기했더니 제작진 모두 소름이 돋는다며 작품에 반영한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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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한층 깊이감이 더해졌네요.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준이치 입장에서는 ‘사랑’이 아니면 단순한 범죄가 되는 거니까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잖아요. 나중에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네요.


그 부분도 생각이 필요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준이치가 정말 변함없이 사랑한 거라고 생각해요. 극의 끝은 해석하기 나름이에요. 관객분들에게 물음표로 남겨 두는데, 제 생각에는 다시 만날 거예요. 그런데 몇 년 뒤에. 준이치가 2년 동안 섬에 와 있지만 2년 더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바로 만나지 않고 우연히 만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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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극 중 준이치의 나이가 29살인데 전혀 이질감이 없는,
여전히 ‘동안’, ‘꽃미남’ 등의 수식어를 달고 사는 김다현 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악마의 편집이 있었지만, 안 한 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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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까지는 잘생긴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배역이 많지만, 나이가 계속 더해지다 보면 외모로 인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기는 하잖아요.


그렇죠, 그 틀을 깨기가 쉽지 않거든요. 드라마나 영화를 위해 많은 미팅이 진행되지만, 딱 보면 ‘주인공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하시거든요. 자꾸 이런 얘기해서 죄송해요(웃음). 오래 전부터 그 틀을 깨려고 다양한 연기에 도전했어요. 뮤지컬 <보이첵> 때 ‘김다현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셨죠. 최근에 후배들이 ‘연기, 외모, 피지컬 삼박자가 완성된 김다현’이라는 리뷰를 보고 알려주더라고요. 저는 피지컬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화제가 됐던 ‘네이처 오브 포게팅(The Nature of Forgetting)’이 올 초 국내에서 공연될 때 워크숍에도 참여했어요. 관객들이 알아차리실지 모르겠는데, 감정선에 따라 몸동작이나 발의 포지션까지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평을 들으면 ‘내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그리고 앞으로는 ‘꽃미남’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기의 컬러를 좀 바꿔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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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차원에서 예능도 참여하는 건가요?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배우들이 보통 ‘아빠’ 이미지를 일부러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렇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가족들을 공개하고, 제가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렸어요. 요즘 예능이 대세이기도 하고, 배우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사람인데 매체를 따로 구분하는 게 편식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물론 좋아하는 걸 더 자주 먹겠지만. 제 사고가 바뀐 거죠. ‘배틀 트립’도 들어갔는데, 재미없으면 어떡하나 조금 두렵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유머감각이 없지는 않잖아요(웃음). 잘하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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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의 김다현 씨에게는 어떤 수식어가 붙을까요?


글쎄요, 앞으로는 기존 틀을 많이 깰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이나 드라마, 영화도 모두 캐릭터 위주로 잡으려고 하거든요. 곧 다음 드라마 촬영도 들어가는데 캐릭터 싸움이에요. 하고 싶은 역할이 굉장히 많아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인생은 아름다워>거든요. 좀 더 나이가 들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아버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참, 연말 공연 때는 익숙한 모습으로도 뵐 수 있고요. 앞으로 김다현이 보여주는 다양한 연기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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