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전시 리뷰] 오랜 시간 음미하게 될 '국립현대미술관의 가변하는 소장품' 전

[리뷰타임스=최봉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특별전 '가변하는 소장품'을 오는 7월 21일까지 선보인다. 현장에서 느긋하게 관람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그 전에 살짝 엿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시는 ‘가변하는 관계’, ‘가변하는 크기’, ‘가변하는 장소’ 3개의 주제로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과 자료 20여 점을 선보인다.  

 

'가변하는 소장품'은 무형의 소재와 비물질제작 등 다양한 조건의 가변적 특징을 담은 현대미술 소장품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그 역할과 의미를 변주하는가를 조명한다. 현대미술에서 ‘가변크기’, ‘가변설치’는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이 달라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경향이자 특징이다. 

 

전시 전경(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향기나 소리, 기억, 관계같은 비물질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 작가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과학, 기술, 협업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 다른 시간대, 특정한 장소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새로운 장소와 맥락으로 재현되는 과정 등 현대미술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롭게 해석되는 ‘가변적’ 속성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규정할 수 없는 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열린 해석을 끌어내는 작가의 의도와 해석에 주목하고, ‘미술관 소장품은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가변하는 관계 ‘가변하는 관계’에서는 협업과 비물질성을 보여주는 주제로 한스 하케(Hans HAACKE)의 <아이스 테이블>(1967)과 왈리드 라드(Walid RAAD)의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마완 카삽-바치(1934-2016)>(2017) 작품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업을 통한 주제 확장과 관계성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장 대표적인 소장품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의 다양한 영상 저장장치들과 모니터 기기들을 아카이브와 함께 선보임으로써 미술관 소장품이 기술 환경과 함께 어떠한 변화를 거쳤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가변하는 크기 : ‘가변하는 크기’에서는 미술관 누리집 내 소장품 검색창에서 ‘가변크기’로 기재되어 있는 작품 중에서 특정한 위치와 방식으로 정확하게 설치되는 작품이 아닌, 설치하는 사람에 의해 해석의 여지가 담긴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주요의 <파이브 스토리 타워>(2019-2020)와 김소라의 <왜냐고 내게 묻지 마세요>(2010) 등 전시장 크기와 작품이 놓여지는 위치에 따라 가변적으로 움직이고 변화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의도와 매뉴얼, 변형되는 공간과 감각을 짚어본다.

 

가변하는 장소 : ‘가변하는 장소’에서는 장소 특정적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해당 장소를 떠나 다른 전시에서 재현될 때 어떻게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지 코디최의 베니스비엔날레 프로젝트(2016-2017)와 박찬경의 <5전시실>(2019) 작업을 통해 살펴본다.


  

<주요 작품>

 

한스 하케, <아이스 테이블>

 

한스 하케는 E.A.T의 초창기 멤버로, E.A.T 가입 신청서에 “화학, 유체역학, 공기 역학”이란 문구로 기술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하케는 응축, 강수, 증발, 온도 변화에 따른 팽창과 수축처럼 자연 에너지를 조각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는 1950년대 참여했던 제로 그룹의 움직이는 물질에 대한 관심과 유사하다. 하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술의 필요성을 느꼈고, E.A.T.를 통해 공학자를 소개받아 협업했다. 그 결과 빛, 온도,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장치인 <아이스 테이블>을 제작했는데, 이 작품은 E.A.T.의 더 많은 《시작: 예술과 기술의 실험》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8년 소개된 전시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한스 하케, &lt;아이스 테이블 /&gt;, 1967, 스테인리스 스틸, 냉동장치, 91.4×92×49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왈리드 라드,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마완 카삽-바치(1934-2016)>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마완 카삽–바치(1934–2016)>(2017)는 시리아 화가 마완 카삽–바치의 스케치북에 있던 드로잉 작품 29점을 캔버스 뒷면에 모사하여 장식무늬가 프린트된 벽지로 도배된 나무벽에 부착하는 형태로써 보여준다. 최근 아랍권 지역의 박물관 및 미술관 건축 붐과 아랍 미술의 한 경향인 성상화와 그 작가들에 주목하는 그의 최근작은 예멘, 팔레스타인, 리비아, 터키,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전쟁 가운데 형성되고 있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왈리드 라드의 작품은 물질적, 비물질적으로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폭력성과 관계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왈리드 라드는 그가 기술했던 것처럼, “어떤 작가들의 그림이 캔버스 앞면보다는 뒷면에 그려지는지, 혹은 특정 그림들의 선, 색, 형태 등이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캔버스의 앞면에서 뒷면으로 옮겨지는지, 작가들이 가끔은 그들의 작품에 가면을 씌워야 할 필요를 느끼는지”에 관해 고찰한다. 

 

왈리드 라드, &lt;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마완 카삽-바치(1934-2016) /&gt;, 2017, 29개의 프레임과 드로잉, 나무 벽, 벽지,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소라, <왜냐고 내게 묻지 마세요>

 

작가는 <왜냐고 내게 묻지 마세요 don't ask me why>(2010)를 포함한 일련의 작업들에서 질서를 만들기 보다는 예기치 못한 질서들이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 주목하였다. <왜냐고 내게 묻지 마세요 don't ask me why>는 여러 개별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설치 작품이다. 64개의 스피커를 통한 16채널의 사운드, 10개의 숫자 모형들, 폭풍우에 뽑혀진 나무를 캐스팅한 작업, 공간성을 제시한다. 숫자 작업은 이 작품에서 사운드 작업인 아틀라스와 함께 현존의 의미를 질문하게 된다. 즉, 숫자가 가질 만한 서술적 요소들, 복잡한 해석과 다양한 의미들로부터 벗어나 모든 '있음'의 근원을 자문하게 된다. 함께 소개되는 <아틀라스 Atlas>(2010)는 2010년 서울과 근교에서 수집한 수 백가지의 환경과 일상의 소음을 음악가 장영규가 믹싱한 작업이다. 공간 전체에서 크고 작은 현실의 소리들이 불규칙적으로 겹치고 어우러져 입체적인 시공간을 구축하게 된다. <1st Movement>(2010)는 지난 여름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를 캐스팅한 작업으로 우발적 상황, 드라마틱한 사고, 시간의 멈춤을 이야기한다. <2nd Movement>(2010)는 바다에서의 모진 풍파와 세월의 흔적들, 길고 긴 시간에 대한 소고를 담아낸다. 

 

김소라, &lt;왜냐고 내게 묻지 마세요 /&gt;, 2010, 330×1400×700(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주요, <파이브 스토리 타워>

 

<파이브 스토리 타워>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9》에서 선보였던 새로운 형태의 창작 공간이자 작품 보관 기능을 지닌 시스템이다. 작가는 ‘전시 이후 작품들은 어디로 가나?’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하여, 갈 곳을 찾지 못한 작품의 유통, 보관, 폐기에 이르는 과정을 지원하는 대안적 체계를 제시한다. 이는 공유 창작소이자 컨텐츠 연구소인 ‘팀디포(TeamDepot)’, 방송국, 작품 창고, 작품 폐기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작품 창고인 <파이브 스토리 타워>는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5층의 구조물로, 각 층에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이 보관되어 있다. 5층에서부터 정지현, 박지혜, 황수연, 이주요의 작품 순이다. <파이브 스토리 타워>는 미술 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주요(정지현x박지혜x황수연x이주요), &lt;파이브 스토리 타워 /&gt;, 2019-202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홍석,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2) 설치 작품 중 하나로 총 8개의 오브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오브제들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노동과 자본에 관한 것이다.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을 제작 전문가에게 의뢰하는데, 제작비라는 자본 역시 작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작가는 노동의 주체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작품의 주된 내용으로 전환하여 제시한다.

   

김홍석, &lt;사람 객관적-나쁜 해석 /&gt; 8점, 각 가변 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찬경, <5전시실>

 

<5전시실>은 박찬경의 《모임 Gathering》 전시가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5전시실을 1:25 비율로 축소한 건축 모형과 벽에 쓴 글 “어떻게 하면 정신적 마약거래에서 벗어나, 환상의 장소를 경험의 장소로 바꿀 수 있을까?”(베르톨트 브레히트, 「오락극 혹은 교훈극」, 『서사극 이론』, 김기선 옮김, 한마당, 199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건립 과정을 담은 비디오, 징과 꽹과리로 만든 북두칠성 등을 복합적으로 설치한 작품이다. <5전시실>은 이 전시가 물리적으로 완결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시적인 하나의 기획이며 상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본 후에 건축 모형을 통해 다시 전시장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이 장소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행위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건축 모형은 전시장의 역사와도 관련된다. 작가는 건축 모형 바닥에서 실제 전시장 바닥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만들어 상징(건축 모형)과 실제(전시장 바닥)를 연결했다. 

 

박찬경, &lt;5전시실 /&gt;, 2019, 건축모형, 월텍스트, 징, 꽹과리;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가변크기(건축모형: 130x208x90cm, 영상:16분 3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안규철, <둘의 엇갈린 운명>

  

<둘의 엇갈린 운명>(2013)은 크기가 각각 다른 기둥 선인장 3개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조각 작업이다. 작품 제작은 점토 모델링과 실리콘 거푸집 제작, 브론즈 캐스팅,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크릴 채색까지 거치며 약 2개월의 작업기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3개의 선인장은 각각 3~4cm 정도 키가 자라서 브론즈로 완성된 선인장과는 약간의 차이가 생겼다. 이 작품을 발표했던 전시에서는 이렇게 브론즈로 재현된 선인장과 살아있는 원래의 선인장을 나란히 배치하여 원형과 복제사이의 차이를 드러나게 했다. 그 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이 조각의 원형이 되었던 3개의 선인장들은 하나씩 사라졌고, 이제는 죽은 선인장들의 한 시절을 여전히 담고 있는 조각선인장들만이 남아있다. 소멸하는 것과 머무는 것의 영원히 엇갈리는 운명과 재현의 한계를 다루고자 한 작업이다.

 

안규철, &lt;둘의 엇갈린 운명 /&gt;, 2013, 청동에 아크릴릭 물감, 화분,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전시에는 작품이 소장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남긴 다양한 구술자료, 인터뷰, 설치 매뉴얼 등 전시에서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도 함께 제공돼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개요>

 

- 전시제목: 국문 《가변하는 소장품》

              영문 Collection Variable 

- 전시기간: 2024. 7. 21.(일)까지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 출 품 작: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및 자료 총 20여 점  

- 출품작가: 김홍석, 백남준, 왈리드 라드, 이주요, 오인환, 코디최 등 국내외 16명

-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 관 람 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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