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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27호 |
책과 지식과 서점에 대한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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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1493년 하르트만 셰델의
《뉘른베르크 연대기》에 실린 이탈리아의 도시, 피렌체입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쪽에 약 5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던 이곳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습니다. 피렌체 르네상스하면 여러 예술품과 건축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문주의입니다. 책 사냥꾼, 학자, 필경사, 서적상 등으로 대표되는 지식
파수꾼들은 르네상스기 지식 혁명을 이끌었습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등으로 대표되는 고대의 지혜였습니다. 희귀 도서를 찾고, 수천 년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보기 좋은 서체로 필사하며 책을 만들고, 판매했습니다.
『피렌체 서점 이야기』
는 이들의 중심이었던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의 이야기를 주요하게 다룹니다. 모든 책이 손으로
만들어지는 시절에 베스파시아노는 1천 권이 넘는 책을 제작하고 팔았으며, 그가 찾은 희귀본과 제작한 도서는 르네상스의 탄생과
부흥의 시작과 끝이었습니다. 그의 서점은 인문학자들의 토론과 만남의 장이 되었고, 만든 책은 고대 지혜를 담는 그릇이자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 십자군 원정, 군주들의 권모술수 등 15세기 유럽에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식을 추구하고, 책을 만들고, 서점에서 토론하던 이들의 의지 덕분에 이 시기는 르네상스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누구보다
지식과 책을 사랑했던 이들에 대한 작은 송가입니다. 15세기 피렌체 르네상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안현재 (역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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