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떠난 김병현, 현역생활 연장 의지
김성근 감독의 관심, 한화행 이뤄질까
[OSEN=이상학 기자] "좋은 투수다. 선수는 쓰기 나름이다".
KIA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투수 김병현(37)은 현역 연장 의지가 분명하다. 보류선수명단 제외가 알려진 10일 김병현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이나 정해진 곳은 없다. 운동을 계속 하고 싶다. 다른 구단이든, 외국이든 중요한 것은 야구다. 어디에 소속되든 야구를 계속할 것이다"며 "시즌이 끝나면서 몸이 좋아졌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고 의지를 보였다. 올해 1군 기록은 없지만 2군에서 15경기 나왔다.
김병현의 현역 연장을 위한 행선지 중 하나로 한화가 꼽히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날 그의 소식을 전달받은 뒤 "김병현은 좋은 투수다. 선수는 쓰기 나름이다. 어떻게 적재적소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팀 사정상 투수가 하나라도 필요한 건 사실이다"고 관심을 표했다. 단, "구단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에도 김병현을 극찬한 바 있다. 지난해 5월28일 대전 한화전에서 김병현은 4회까지 1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튿날 김 감독은 김병현의 투구에 매료된 듯 "마운드에서 그렇게 진지한 투수는 오랜만이다. 공 하나를 던질 때도 그렇고 1루에 견제할 때도 신중하더라. 오랜만에 좋은 투수를 본 것 같아 기분 좋았다"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높이 샀다.
거의 교착지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오래 전 짧은 인연도 있었다.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몸담고 있던 2004년 시즌을 마친 뒤 국내에 왔을 때 김성근 감독에게 투구 동작과 훈련 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당시 성균관대 인스트럭터로 지낸 김 감독은 김병현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하며 미국으로 출국할 때까지 수시로 만나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무엇보다 한화는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 권혁·송창식·안영명·김민우 등 주축 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고,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 2명이 부정행위 혐의로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특히 김병현은 한화에 부족한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란 점에서 안성맞춤이다. 옆구리 투수가 필요한 김 감독도 이 부분에서 더 매력을 느낀다.
한화는 지난 2년간 김 감독의 요청으로 다른 팀에서 방출됐던 베테랑 투수들을 해마다 영입했다. 2015년 임경완과 2016년 이재우가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있었다. 임경완은 이렇다 할 활약 없이 한화를 떠났지만, 이재우는 시즌 막판 구멍 난 마운드에서 숨통을 틔어주며 내년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김병현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 싶지만 최종 결정으로 이어질진 지켜봐야 한다. 외부 FA 영입 없이 내부 육성으로 기조를 바꾼 한화의 새로운 시스템에 김병현은 맞지 않다. 현장의 요청과 구단의 방침이 엇갈릴 수 있는 부분. 박종훈 신임단장은 11일 한화의 마무리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로 떠나 김성근 감독과 팀 운영 방안을 논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김병현 영입 문제도 다뤄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