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내게 사랑이 있다면
아득히 멀리 휘어진 길 같은 것이라고
띠풀 사이 논둑길 지나
장끼 소리 흘러내리는 솔숲 아래
시리게 피어 겨운 쑥부쟁이 꽃 같은 것이라고
또랑을 건너면 집이 나오고 집은 외딴 집 허물어져 가는
논일을 마치고 오는 노인 부부가
부끄러이 등 뒤에서 손을 맞잡고
도란거리며 새립으로 들어서는
적막한 오후 같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