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첫 출근 소감 … 언론이 가야할 길 되새기고, 동료들 환영 속에 보도국 둘러봐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2012년 3월에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구요, 정의를 대변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꿈이 오늘 실현되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일인데, 오늘 이렇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정말 꿈 같습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그런 꿈 자다가 꾸어본 적 많죠? 정말 다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직기자 생활 5년 9개월 만이자 1년 넘는 암투병 중에 MBC 에 복직한 이용마 기자는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경 성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복직 환영행사에서 휠체어에 앉아 복직 소감을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느때보다 명징한 생각과 묵직한 울림이 실려 있었다.
▲ 11일 오전 이용마 기자가 복직한 박성제, 박성호 기자와 함께
MBC
보도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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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작년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와 주었던 촛불 시민들의 위대한 항쟁, 과연 그게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 아직도 우리는 암담함 속에, 패배감 속에 젖어서 어찌해야 될지를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을 결코 잊지 않아야 될 겁니다.
앞으로 우리의 뉴스와 시사, 교양, 드리마,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용마 기자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MBC
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낸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MBC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가 있습니다. 2012년 우린 170일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기성언론, 주류언론, 우리 문제 어떻게 다뤘습니까?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파업 100일이 지나도요, MBC 가 파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당시에 상당수였습니다.
우리의 당시 비통한 심정, 억울한 심정 하소연할 데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자신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아무리 외쳐대도 이 사회에 반영되지 못해서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 겁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을 상기하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주는 것일 겁니다.”
이용마 기자는 MBC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이 대다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을 확인시켰다.
복직 출근 환영행사를 마친 이용마 기자는 박성제, 박성호 복직기자와 함께 경영센터에 있는 보도국으로 이동했다.
보도국 환영행사에 참석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보고 스튜디오, 주조정실, 편집실 등을 둘러봤다.
모든 행사를 마친 이용마 기자와 그의 아내는 출근할 때 타고 왔던 최승호 사장의 전용 승용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
MBC
박소희 기자가 이용마 기자의 휠체어를 밀고 박성제, 박성호 기자와 함께 보도국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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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으로 들어서는 이용마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동료들의 글귀가 벽에 붙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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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 가운데 통로 양쪽으로 도열한 동료들이 이용마 기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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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 동료들이 준비한 복직 축하 현수막이 이층 난간에서 펼쳐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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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 배현진 앵커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던 양윤경 기자(가운데)와 박소희 기자, 왕종명 기자협회장(오른쪽),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왼쪽)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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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기자들의 발언을 듣는 이성주 기자(전 언론노조
MBC
본부장). 이 기자는 12일
MBC
보도국 경제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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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효경, 조의명 기자 등 보도국 동료들이 해직기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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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국 동료들이 박성호 해직기자의 복직 소감을 듣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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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 7층에서 바라본 6층 환영행사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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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마 기자가 자신에게 배정된 보도국 자리에 앉아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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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으로 들어서는 이용마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동료들의 글귀가 벽에 붙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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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마 기자와 아내가 보도국을 나서 뉴스 스튜디오로 연결되는 연결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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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로 향하던 이용마 기자 일행이 강지웅 복직
PD
를 마주쳤다. 뭐하느냐는 이 기자의 물음에 강
PD
는 전화를 받으며 바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 지금 일하는 중인데"라고 말해 이 기자를 웃음짓게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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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마 기자는 주조정실을 둘러보며 "이야, 이제
MBC
도 세계적인 언론사 규모가 됐구나."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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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마 기자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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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 동료들의 제안으로 이용마 기자와 아내가 최승호 사장, 박성제 박성호 기자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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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사장이 지하주차장에 대기중이던 자신의 업무차량 문을 열어 이용마 기자를 태우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출근길에도 병원으로 자신의 차를 보내 이용마 기자의 복직 첫 출근길을 도왔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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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 타기 전 이용마 기자와 최승호 사장은 두 손을 맞잡고 함께 힘을 내기로 다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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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국과 스튜디오를 둘러 본 이용마 기자가 최승호 사장, 동료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 기자는 최 사장에게 "부드러운 것도, 소통도 좋지만 사장으로서 최소한의 권위는 있어야 해요"라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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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 전문 >
MBC 의 선후배 그리고 동료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이제 조합원 동지 여러분이라는 표현 대신에 선후배, 동료, 그리고 MBC 구성원 여러분, 이 표현을 앞으로 써야 될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이제 하나가 되는 그런 새로운 시대가 열렸어요.
2012년 3월에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구요, 정의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꿈이 오늘 실현되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일인데, 오늘 이렇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정말 꿈 같습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그런 꿈 자다가 꾸어본 적 많죠? 정말 다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요. 병상에서 물끄러미 벽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때 제 눈에 벽에 걸려 있던 달력이 들어왔습니다.
올해 끝을 장식하는 12월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12월의 삘간 날짜가 두 개가 있어요.
하나는 성탄절이구요, 하나는 다음주 수요일 12월 20일입니다. 원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던 날이죠.
그걸 보면서 그 순간(웃음)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야! 이게 예정대로 다음 주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에게 아직도 멀었겠구나. 정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그 어렵고 힘든 시절을 우리 함께 싸워서 이겨냈고요. 결국 이 자리에 우리가 모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잊지 맙시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서게 된 것은요, 작년 엄동설한을 무릅쓰고서 나와 주었던 촛불 시민들의 위대한 항쟁, 과연 그게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 아직도 우리는 암담함 속에, 패배감 속에 젖어서 어찌해야 될지를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촛불시민들의 항쟁, 그분들을 결코 잊지 않아야 될 겁니다.
앞으로 우리의 뉴스와 시사, 교양, 드리마,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가 있습니다. 2012년 우린 170일 파업을 했습니다. 무려 6개월 가까운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기성언론, 주류언론, 우리 문제 어떻게 다뤘습니까?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파업 100일이 지나도요,
MBC 가 파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당시에 상당수였습니다.
우리의 당시 비통한 심정, 억울한 심정 하소연할 데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자신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아무리 외쳐대도 이 사회에 반영되지 못해서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 겁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을 상기하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주는 것일 겁니다.
그 노력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여러분들의 동료들입니다.
39일 파업, 170일 파업, 그리고 72일 파업, 무려 1년 가까이를 길거리에서 함께 허비하면서, 싸웠던 동지들이 우리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 MBC 구성원들은 단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내 옆에 가장 믿을 만한 동지가 있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박수) 집합적 지혜라는 게 이렇게 위대하구나 하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요.
나 혼자 잘 나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혜를 함께 빌릴 수 있는 그런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 꿈같은 현실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06&aid=0000089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