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206이 해당되는 VIIC급 유보트의 설계도
U-1206이 나포된 지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해군의 주력 잠수함 유보트(U-boat)의 화장실은 잠수한 뒤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수중에서의 수압 때문에 유보트 밖으로 나가야 할 오물이 밖에서 들어온 바닷물과 함께 변기를 통해 되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보트의 승머원들은 잠수한 상태에서는 급한 일이 벌어지면 일단 요강(양동이)에 해결했다.
문제는 이 당시 유보트가 잠수하는 때는 오직 적함을 기습하거나 혹은 적함에게 쫓기는 상황이었고, 후자의 경우라면 적함의 폭뢰 투하로 배 안이 요동치기 마련이었다. 즉, 잘 놔둔 요강이 뒤엎어지면서 잠수함 내부를 가스실로 만들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높은 수압을 사용하여 잠수한 상태에서도 오물을 유보트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가 개발-도입되면서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용방법은 복잡했고, U-1206의 함장인 카를 아돌프 슐리트 소령은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1945년 4월 14일, 스코틀랜드 해안에서 8~10마일 떨어진 바다의 해저 200피트 지점, 슐리츠 함장은 용변을 본 뒤 변기에 장비된 새로운 장치를 사용하여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새로운 장비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지다가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오물과 함께 바닷물이 그의 유보트 안으로 들어오는 사태로 이어졌다.
변기를 통해 유보트 안으로 맹렬하게 들어온 바닷물은 잠수한 상태의 유보트를 움직이는 동력인 축전지의 배터리액과 반응하여 독가스의 일종인 염소가스를 생성했다. 슐리트 소령은 U-1206을 긴급 부상시켰고, 바다 위에는 영국군 대잠초계기가 날고 있었다.
이로부터 16일 뒤, 아돌프 히틀러가 목숨을 끊었고, 나치 독일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카를 되니츠 해군 사령관은 유보트를 비롯한 모든 독일군에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