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볼트시뮬레이션이 공동으로 작성한 ‘서울시 열환경지도’를 보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강남·송파·서초 3구가 지난해 7~8월 평균 일 최고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속하고, 에너지 소비량이 강남 3구에 비해 월등히 낮은 종로·성북·영등포구 등이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일 최고기온 34.4도 이상을 1급으로 설정하고, 0.2도 낮아질 때마다 한 단계씩 낮은 등급으로 구분해 열환경 분포도를 그려 측정한 결과다.
구 체적으로 살펴보면, 송파구는 서울에서 가장 외곽에 있는 강동구, 강서구와 함께 전체 면적의 대다수가 7~8월 평균 최고기온 4급 이하(평균 34.0도 이하)인 가장 덜 더운 지역에 속했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광진·노원구와 함께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4급 이하라, 그다음으로 시원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종로구와 성북구는 면적 대부분이 1급에 속하는 가장 더운 자치구다. 중구·영등포구·동대문구·서대문구·강북구 등은 면적의 대다수가 2급 이상이었다.
특히 서울시에서 지정 관리하는 대표적인 쪽방촌 5곳 중 4곳은 가장 더운 1급 지역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곳도 2급 지역에 위치하는 등 빈곤층의 거주환경이 열환경적으로도 취약한 것이다.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과 창신동 쪽방촌,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4곳은 1급 지역에, 용산구 서울역 쪽방촌은 2급(평균 34.2~34.4도) 지역에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14 에너지백서’를 보면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석유·가스·전기 사용량은 강남 3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2014년 송파구는 석유 6억4068만ℓ를 사용했고, 그 뒤를 서초구(3억2258만ℓ)와 강남구(2억5483만ℓ)가 이었다. 송파구 석유 사용량은 하위 9개 자치구 사용량의 총합보다도 많다. 강남 3구가 월등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오히려 덜 받고 있는 셈이다.
기 후변화행동연구소는 도심 내 조성된 녹지 면적 규모가 이런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생태현황도’를 보면 시민 거주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가지 내 녹지 면적은 강남구가 278.7㏊로 가장 넓고, 송파구(249㏊)와 서초구(248.5㏊)가 그 뒤를 잇는다. 4위인 노원구의 시가지 내 녹지 면적은 157.2㏊에 불과해 강남 3구와 나머지 자치구 사이의 격차가 크다.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힌 종로구(113.6㏊)와 성북구(135.7㏊)의 도심 내 녹지 면적은 강남 3구의 절반 수준이다. 송재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열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녹지 확대 등의 도시개발 사업은 경제력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영민 성균관대 의과대학 환경학 연구교수는 “지구적으로 봤을 때 기후변화의 책임이 있는 선진국보다는 저개발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는데, (서울시 열환경지도는) 이런 현상이 한 도시 안이라는 국지적 수준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력의 차이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도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흐름을 단기간에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는 이상기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주거빈곤·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열환경지도는 ‘에어시티모델’이란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예측값을 통해 만들어졌다. 에어시티모델은 녹지를 비롯해 아스팔트·빌딩·하천 등의 분포와 같은 서울 ‘토지피복 데이터’와 서울지역의 기본적인 기후환경 데이터를 근거로, 동일한 기후환경에서도 도시생태의 지역적 특성에 따른 열환경을 예측하는 모델이다.